나의 후회
〈초겨울의 친구〉
2000년대 초반, 초겨울 찬 공기가 스며들던 흐린 날이었다. 오전 수업만 마치고 집으로 가던 두 중학생. 그중 하나는 나였고, 다른 하나는 나의 오랜 친구였다.
기말고사를 앞둔 주말. “시험 우짜노?”라며 툭툭 던지듯 걱정을 나누며, 우리는 산 밑 비탈진 오르막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나는 그때 상위권 성적 하나만으로 버티던, 나머진 그저 그런 아이였고, 그 친구는 공부는 못했지만 덩치가 있었다. 우리는 유치원부터 같은 학교를 다닌 익숙한 사이였다.
집 앞 골목 친구가 말했다. “아, 죽고 싶다...” 툭 던진 말이었다. 나는 그저 시험 앞두고 힘들다는 말쯤으로 들었다.
“뭔 소리고? 낼모레 시험이다. 힘내라.” 친구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겨울을 앞둔 쉬지 못하고 날아다니는 일벌마냥 나는 쏘아붙였다.
친구는 집 앞에서 문고리 끈을 잡으며 말했다. “아 글체. 내 집 다 왔다. 드간다~” 딸깍, 문이 닫혔다.
“빡세게 해라. 잘 드가라.”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 인사였다.
월요일 아침, 우리는 다시 만났다. 나는 교복을 입고 있었고, 친구는 액자 속 흑백사진, 해맑은 미소로 운동장에 나와 있었다.
소문으론, 일요일 오후 스스로 나쁜 선택을 했다고 했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그의 어머니는 액자를 들고 울부짖었다. "나쁜 친구들이랑 어울리지 마라!" 쇳소리 같은 그 외침이 우리 사이를 가르며 지나갔다.
그 순간, 충격이라는 말도 모자랐다. 내 갈색 눈동자는 방향을 잃었다.
나는 그저…
나는 멍하니…
나는 그 자리에서…
나는 한참을…
‘내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죄책감이 겨울바람을 막는 솜이불처럼 나를 덮었다. 느껴지지 않았다 초겨울의 날씨가
방과 후, 친구의 빈소 앞. 나는 끝내 장례식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내가 가도 되는 자리일까?’ 중학생이던 나는 그 생각만으로 한 시간을 넘게 서 있었다.
중학생의 인생의 첫 장례식이라 장례식 예절을 몰라 짙은색의 옷이 아닌 학원 갔다 오는 길의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알록이 달록이는 입장도, 인사도 못한 채 그저 발만 동동 구르다 돌아왔다.
초겨울 흐린 하늘을 볼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22년이 지났다. 하지만 용기 없던 아이의 후회의 파편은 매년, 그 계절마다 칼바람처럼 몰아친다.
아직도 그 파편 섞인 칼바람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해마다 더 강하게 나에게 다가오기에
"내... 미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