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J와 INFP

나의 우정

by GZ양

<ESTJ와 INFP 친구>

"여어~ 여전하네. 니 얼굴! 이거 사람 새낀가, ㅋㅋ"

10여 년 전부터 그 친구에게서 내가 듣게 된 인사말이다.

그땐 우리 둘 다 대학생이었다. 전공은 달랐지만 같은 학교 옆 건물에서 강의를 들었고, 간간히 같은 수업도 들었다. 그리고 그날, 금요일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마주쳤고
"할 거 없으면 한잔 하자"는 말에 나는 순순히 따라나섰다.

술은 비어갔고, 용기와 자신감은 차올랐다. 우리는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얼굴'이란 주제로

비참한 몰골은 아니지만 비루한 외모의
'내가 저거 보단 낫지'란 생각이 일치한 두 남자의 '고급토론'이 시작되었다.

"야, 니 얼굴은 도가 지나치고 레도 지나쳐서 미쳤다."
"니는 거울이 한 테 사과해라. 매일 니 얼굴 보는 거울이가 불쌍타."
"니는 잘하는 거 딱 하나 있다. 얼굴값! 그 꼴값을 어우 말도 마라"

선비들의 뼈를 찌르는 덕담처럼
우리의 싸움도 아마 고급진 싸움처럼 보였을 거다.
아마도...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주변 여러 테이블의 여성들의 재잘재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말했다.

"자, 그럼 저 사람들한테 물어보자. 누가 더 잘 생겼는지"
친구도 빠르게 받았다.
"좋다. 내가 저기 저기, 니는 여기 여기 가봐라."

아마 그때 우리 둘 다 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1+1=2가 당연하듯 내 얼굴이 더 낫다는 확신.

하지만 우리의 얼굴 싸움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만큼 풀리지 않는 난제였고, 우리는 술집의 데시벨을 지웠다. 우리의 얼굴이 그 술집을 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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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만난 건 고등학생 때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친해진 건 군 제대 이후부터였다. 왜 친해졌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 자주 보게 됐다. 아니, 솔직히 그 친구가 자꾸 불러내고 끌고 다녔다.

둘 다 겁이 많아서 유령의 집에선 덩치에 안 어울리는 가냘픈 비명을 질러댔고,
안동 하회마을에선 고즈넉한 초가집보다 대여한 사발이 오토바이를 타고 마구 달렸다.
눈 오기 힘든 남동쪽 동네에서, 세 번 연속 같이 첫눈을 맞으며 "아!! 씨 X!" 하고 동시에 말했던 것
그리고 옮기지 못할 만큼 더 큰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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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추억은 많았지만, 우린 참 많이 달랐다.
MBTI가 유행일 때 친구가 나를 끌고 가서 정식 검사를 받았었다. 우리가 누군지 알아보자며,
나는 INFP, 그는 ESTJ.
하나도, 한 글자도 안 맞는 조합.

그 이후로 왜 우리가 서로 자주 투닥거렸는지 이해가 되었다.

내가 본 친구는
의사결정 빠르고, 계획과 조사도 철저하고, 에너지 넘치고, 고집도 세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그 친구가 본 나는
답답하고 느리고 어설프지만, 가끔 한방 있다.
유머든 깨달음이든.
대부분 사람과 잘 맞추고, 싫다는 말 거의 안 한다.
그리고 자기보다 더 고집 세다.

고집쟁이 둘이서 하나도 맞지 않으니 말다툼은 늘 일상이었다.

"니가 이래이래 해야지!"
"그게 아니고, 근데. 너무 한 거 아니가…"
주절주절.

그런데 나이를 좀 먹고, 30대 중반쯤 되니까 그 친구가 나한테 왜 잔소리가 많이 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겐 아예 말을 안 건다.
나에게의 잔소리는 애정 표현? 인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서로 다투지 않는다.
"점마 저거는 원래 그래."
그냥 그런 사람인 걸 인정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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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술집, 지워졌던 데시벨이 다시 살아났다.
우리의 테이블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30분간의 장고 끝에 그녀들의 소중한 한 표씩을 행사받았다.

결과는…

그때도 인정 못 했고, 지금도 인정 못 한다..
하지만 그 친구는 유부남, 나는 노총각.
이쯤 되면 그들의 눈이 정확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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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투기도 했고,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우리는 늘 꼬여있는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지내왔다.

그리고,
가끔씩 네가 사준 술.
내가 고민 있어 보여서 사준 거
사실 절반은 멍 때리다 납치된 거였어,
분위기상 말을 못 했다.
그렇게 심각한 고민은 몇 없었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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