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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시 Jun 06. 2024

궤도

나는 그냥 평생을 표류하기로 했다

나는 그냥 평생을 표류하기로 했다

남들은 평생 궤도를 유지하며 그들의 별을 따라가는데 

나는 위성이 아니라 충돌하는 혜성처럼 굴기에 

나는 유랑하기로 했다



이미 한 번 다가가 그대의 대기권 안에 들면서 타오르는 경험을 했으면서 

다시 돌아오니 그게 고뇌이었다는 것을 잊었다



혼자 잘 살다가도 그대를 떨쳐내고 떠나갔으면서도

그대가 내게 조금 곁을 내어주면 깨달은 것은 다 잊고 

다시 곁에 다가갈 수 있을지 수십번을 고민한다



그러면서 이끌리는 중력은 너무 강해서 멀어지려 노력하지 않으면 

그 중력은 가만히 있으려는 나를 끌어당긴다



그것은 내 발걸음이 아니었음에 분명하다

별이 나를 이끈 것이다

내 의지로 넘은 은하는 단 한개도 없었음을



그의 중력이 강하다

이끌릴 때에는 제동을 걸 수도 없이 속절없이 당겼다

이대로 다가가단 그대로 충돌일 것 같아 

온 몸으로 공기저항을 받아내고 허공을 밟으며 뛰고

멈추길 온 몸을 펄럭이지만 멈출 수 없다



또 한 번 그대의 대기에 들어서면 뜨거운 그대에 온몸이 타오르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 가까스로 그대의 핵을 비껴나도 

분명 또 한 번 그대에게 끌려갈 나 임을

정확한 궤도에 맞춰, 정확히 그대의 안으로 파고들어.



나는 혜성이니, 그대를 따라가는 위성일 수 없으니.

그대는 내가 원하는 나의 별이니,

나는 꼬리를 내기로 했다



울렁이는 올챙이처럼,

방향을 뒤트는 새의 꼬리 깃처럼,



다음에 넘는 경계는 나의 의지니.

두려움이란 얼음을 녹여, 굼뜸이란 암석을 녹여

꼬리를 내기로 했다.



나는 위성이 아니라 충돌하는 혜성처럼 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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