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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쟈스민 Mar 18. 2024

촌스럽고 솔직한 게 위로가 된다.

유튜버 달나무님

올 2월부터 매일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유튜버의 채널을 본다. 거의 백색소음 정도로 매 순간 틀어놓은 적도 있다. 유튜브채널 2개를 운영하고 있는 이 유튜버는 만화가여서 한 채널에선 자신의 교토 유학시절의 일화를 담은 영상툰을 업로드하고 다른 채널에서 자신의 일상을 다룬다. 내가 처음 이 유튜버의 영상을 보게 된 건 그녀의 교토 유학시절 독감에 걸려 죽다 살아난 일화를 영상툰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처음엔 목소리가 특이해서 '좀 이상한데?'하고 생각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만화들은 보통 전문성우의 매끄럽고 정돈된 목소리여서 당연히 그럴 줄 알았더니 정말 투박하고 현실적인 목소리였던 것이다.


나는 그 이상한 매력에 빠져 채널의 다른 영상들도 보기 시작했다. 보다 보니 살짝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정말 자연스러웠다. 요즘 영상툰으로 올라오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요즘 세대의 것으로 다소 인간미가 없었는데, 이 유튜버의 영상은 정말 자연스러웠고 촌스러움에서 오는 낭만이 있었다. 사람냄새가 났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마치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회 날 돗자리를 깔고 온 가족이 도시락을 나눠먹던 그리고 번데기, 솜사탕을 사 먹으며 행복해했던 그 시절의 낭만이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이 사람냄새에 이끌려 구독하고 영상을 계속 보다가 작가님 채널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현재 삶과 만화작가로서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채널이었다. 영상의 테마는 '수입 0원 만화작가의 이야기' 이런 것으로 기억난다.


포인트는 수입 0원이 아니라 그녀의 삶이었다. 현재가 어떻든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살았다는 것. 그녀는 일본에서 만화로 석박사까지 하고 2번이나 일본의 저명한 대회에서 수상하였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교수나 엄청난 대우를 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돌아와 보니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이 분의 이야기를 보며 나는 아버지 친구이자 나에게 삼촌 같은 한 화가를 떠올렸다. 나는 삶이 힘들고 죽을 것 같을 때 꼭 그분의 집이자 작업실인 화실에 찾아간다. 아저씨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막일을 하시고 결혼도 하지 않으셨다. 70이 가까워지는 나이까지 자신의 꿈에 인생 전부를 건 수련자와 같은 예술가의 삶은 내게 큰 용기와 위로를 주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정신력이 중요한가, 무엇을 위해 살고 어떻게 견디고 그 와중에 행복을 찾을 것인가. 이러한 많은 생각들을 하며 꿋꿋이 살아가는 강인한 예술가의 모습에서 '나도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 나도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인내의 에너지를 받은 것이다. 내가 그림과 클래식을 좋아하는 것도 다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예술가들의 모습과 작품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고 싶어서.


매번 아저씨를 찾아갈 순 없으니 정말 죽을 것 같을 때만 찾아갔는데, 이 유튜버를 알게 되고 매일마다 용기와 위로를 얻었다. 그리고 내 정서치유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항상 불안한 나였는데 매일마다 이 영상들을 보며 정서가 많이 안정화되었다. 물론 여행, 명상, 생활의 안정화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결국 사람을 치유하는 건 사람 냄새나는 촌스러움과 솔직함이다.

달나무님의 교토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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