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생그래> 첫 과제를 내 줄 예정이다. 아이들은 이번 주말에 <생그래>책을 집으로 가져간다. 아이들 스스로 하는 것도 좋지만, 부모님과 함께 시를 읽고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서이다. 특히 올해 우리 반 으뜸이들과 공부할 생그래책은 더 특별하다.내가 직접 표지를 그렸다. 우리 반 유찬이가 채송화를 들여다보는 장면이다. 우리 반에서 제일 느리지만, 누구보다 다정하고 정확한 아이.
며칠 전 김금래 시인의 <숙제>라는 생태 동시로 으뜸이들과 함께 첫 수업을 했다. 생그래를 소개할 때마다 늘 이 시를 꺼낸다.
내가 1연을 읽으면, 아이들은 2연을 읽는 식으로, 함께 교대로 읽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읽고 나뭇잎에 색을 칠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가서 시를 읽어주고, 친구가 내 생그래 책 나뭇잎에 색을 칠해주었다.
아이들에게 <숙제>의 의미를 물어봤다. 꽃에겐 진딧물이, 배추에겐 배추벌레가 그렇듯이 너희들에게는 누가, 무엇이 숙제인지... 그리고 그림을 그렸다. 글도 썼다.
아이들이 가고 난 후,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나도 숙제를 했다. 어떤 아이들의 글은 또 한 편의 시다. 솔직한 글을 읽는 도중 내 마음에도 고요함이 찾아왔다. (고) 이오덕 선생님이 그러셨다. 아이들은 글을 쓰며 자기 응어리를 풀어내며 스스로를 치유해 나간다고.
국어 교과서를 검사할 때에는 틀린 글자를 고쳐주고, 옳게 다시 써오게 하지만, 생그래를 할 때에는 틀린 글자를 고쳐주지 않는다. 그러면 다음번 할 때는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생각에 생각과 느낌이 줄줄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이다.
알림장에 다음과 같이 썼다.
집에서 생그래를 할 때, 글자를 틀리게 쓰더라도 가능하면 고쳐주지 마세요. 틀리게 쓰더라도 눈감아주세요.
<아이들 글>
채송화는 진딧물이랑 살아라.
내 동생이 로봇강아지를 가져갔다. 나한테 쓸데없는 언니라고 했다.
이끼가 없는 바위도 있는데 저기에선 바위는 이끼랑 살아라라고 나왔는지 궁금했다.
내 숙제는 엄마다. 왜냐하면 엄마가 빅터 두장을 풀게 한다.
나는 고민이 걱정이다. (아트하트 학원을) 끊을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나는 동생이 숙제다. 자꾸 언니랑 나를 괴롭힌다. 근데 참아야 한다.
진딧물이 작고 꽃을 갈가 먹고 이끼가 작구 바위에게 나쁜 것을 뿜어내니까 화가 나.
생명을 느껴서 기쁘다.
내 숙제는 책이다. 왜냐하면 책을 맨날 읽어서 너무 화가 난다.
저번에 바위 위에 있는 이끼를 뗐는데 몬가 이 시를 들어보니 기뻤어요.
나는 오빠가 정리하는게 힘들었어. 오빠는 매일 정리하라고 해. 그래서 나는 기분이 나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