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에서 하는 수학 팡팡팡 2

첫 스토리텔링 수업

by 예농


ZOOM으로 하는 수학 팡팡팡 3단계


뻘쭘한 분위기는 참으면 돼


1학기 때는 아이들과 수학 팡팡팡의 마지막 단계인 '모둠 협력학습'만 했었다. 완전한 '수학 팡팡팡'을 하지 못했다. 6학년 아이들과의 스토리텔링에는 자신이 없었다. 코로나 없었던 작년이었다면, 강쌤 교실에 가서 참관이라도 할 텐데.

'내가 ZOOM에서 스토리텔링을 한다? 1,2학년도 아닌, 3,4학년도 아닌, 6학년 아이들과?'


여름방학이 끝났다. 2주가 지나면 2학기 수학이 시작될 터였다. 아이들은 1학기 때처럼, 수학 1단원 '분수의 나눗셈'을 e학습터 영상으로 공부하고 수학익힘책을 풀고 과제를 올릴 것이다. 그러면 내가 그때그때 피드백을 해주고, 마지막 차시가 되면 ZOOM으로 애들을 불러 내가 준비한 문제지로 모둠 협력학습을 하게 하면 된다.


그런데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빙긋 샘솟는다.


'뻘쭘한 분위기는 참으면 돼.'

'줌두레처럼 이것 역시 세 번쯤 하게 되면, 자신감이 붙지 않을까?'


스토리텔링 수업을 위한 워밍업, '모둠 문장, 이야기 만들기'


2주에 걸쳐 월요일 줌두레 때 아이들과 '모둠 문장 만들기', '모둠 이야기 만들기' 모둠 세우기 활동을 했다. 스토리텔링 수학 수업을 위한 워밍업이었다.

모둠 이야기 만들기를 하려면 모둠마다 그림 장면이 하나씩 필요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그림책 장면을 캡처해 PPT 자료를 만들었다.

이 그림은 글자 없는 그림책 '거울 속으로 (이수지, 비룡소)'의 한 장면이다. 그림 속 정보가 많이 드러나지 않은 이런 그림이 좋다. 그림 속 장면의 앞과 뒤를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해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럼 이제 모둠 이야기를 만들어볼까요? 한 사람이 한 문장씩 얘기해 모두 4 문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만들 거예요. 이 장면을 나타내는 문장은 두 번째나 세 번째에 나오면 좋겠어요. 이 장면 앞과 뒷 이야기를 상상해보세요. 여러분의 상상력을 기대합니다. 양양 모둠 차례, 모둠 1번!"

"여자아이가 아까 친구와 싸웠습니다."

"방 안에서 엎드려 웁니다."

"엄마가 또 야단을 치셨습니다."

"여자아이는 더 크게 울었습니다."


'뭔가 더 꺼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2%.'


그러나 마음을 담아 칭찬해주었다. 이렇게 아이들 마음을 꺼지지 않게 데펴주어야, 우리의 목적지, '스토리텔링'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테니까.

아이들도 나도, 아직은 워밍업.



스토리텔링 수업 PPT 화면


9월 8일 화요일 ZOOM으로 첫 스토리텔링 수업을 했다.

다음은 실제 수업을 했을 때, 나의 발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적은 것이다.


오늘은 선생님과 ZOOM에서 국어, 수학을 통합한 스토리텔링 수업을 할 거예요. 우리 줌두레 때 모둠 문장과 이야기 만들었었죠? 그때처럼 하면 돼요. 그림을 보고 마음껏 상상한 이야기를 글로 쓰면 돼요.

교과서 8쪽, 9쪽 그림을 볼까요? 여기가 어디일까요? 갯벌이요.


이 그림 속에는 많은 사람들과 장면들이 담겨있어요. 이 그림을 그린 교과서 집필자는 이 그림 속에 많은 수학 이야기를 숨겨놨어요. 모두 찾아볼까요? 정신신호등 모둠부터 차례차례 이야기해볼게요.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가 음료수를 마시고 있어요. 모자 쓴 여자 아이가 길을 잃고 가족을 찾고 있어요. 오빠가 조개를 더 많이 캤다고 좋아하고 있어요. 지평선 쪽에 여자 아이가 넘어질까 봐 친구가 잡아주고 있어요.

(아이들이 그림 속 담긴 장면을 찾아낼 때마다 PPT- 검토-펜 기능을 이용해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대 여덟개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아이들은 샅샅이 찾았다. )


그럼 이제, 그림에 목소리를 입혀볼까요?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지 재미있게 상상해 보세요.

(모둠 순서대로 차례차례 이야기하게 했다. 그림 속 장면을 찾는 것과 목소리 입히는 것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이제 우리가 배울 이 단원의 수학 개념 하나를 짚고 넘어갑시다. 화면을 보세요. 1 ÷ 1/2가 되는 상황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문제를 만들어 배움 공책에 써보고 그림으로도 설명해보세요. 이번엔 조이 모둠이 얘기해볼까요?

(한 아이가 1÷2가 되는 상황을 말했다. 표정을 보니 몇몇 아이들이 1÷2와 1 ÷ 1/2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공유 화면에 그림을 그려가며 그 차이를 설명하는데 5분 정도 시간을 썼다.)


다시 교과서 그림으로 넘어갈게요. 그림 속에 수학 질문들이 몇 군데 보이죠? 이 모둠이 얘기해주세요.


위와 같이 교과서 그림으로 20분 정도 수업을 한 후, 스토리텔링 글을 쓰게 했다. 시작하기 전에 글을 쓸 때 지켜야 할 점에 대해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1. 처음, 중간, 끝이 있는 이야기 한편을 만든다.

2. 등장인물은 우리 가족 또는 우리 반 친구들로 정한다.

3. 수학 내용이 이야기 속 한 군데 이상 자연스럽게 들어가야 한다.

4. 큰 따옴표가 들어간 대화체 문장을 많이 넣어 글을 실감 나게 쓴다.


"선생님, 거짓말 써도 돼요?"

"꼭 갯벌로 정해야 해요?"

"수학 내용을 어떻게 써요? 문제 푸는 것을 적어요?

"얼마나 써야 해요?"

글을 쓰기 전, 아이들의 다양한 질문들이 나왔다.


질문에 대답해주고

"우리 이거 처음 하는 거지? 오늘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다음 단원을 할 때는 조금씩 나아질거야.”

라며 스토리텔링 첫 수업에 의미를 두자고 격려했다.


ZOOM 오디오, 비디오 기능을 끈 채 각자 글을 썼다. 글을 다 쓴 아이들은 비디오 기능을 켜게 하니, 글 쓰는 시간을 언제 끝내야할지 알 수 있었다. 20분 정도 흐르니, 몇몇 아이들 빼고, 아이들 대부분이 화면에 보였다.


이제는 ZOOM 모둠학습 차례. 모둠별로 소회의실에 모여 자기가 쓴 글을 친구들에게 읽어주도록 했다. 그리고 가장 잘 쓴 글을 뽑아 모둠 대표 글로 정했다.




이렇게 뽑힌 아이들의 글 몇 편. 아이들의 허락을 구하고 이곳에 소개한다.

6학년 2학기 수학 1단원 '분수의 나눗셈' 도입 그림

드디어 코로나가 끝나고 우리는 졸업 여행을 가기로 했다. 들뜬 마음으로 등교하려고 나섰다.

"예인아, 물병 챙겨 가야지!"

엄마가 1L짜리 물병을 주셨다.

"아, 맞다. 헤헷. 다녀오겠습니다!"

버스에 탔다. 나는 '언제쯤 도착할까?' 생각하며 물을 자주 꺼내 마셨다.

갯벌에 도착했다. 조개를 캐는데 다행히 발은 안 빠졌지만, 조개가 빨리 숨어서 0.3KG 밖에 못 잡았다. 다른 애들은 0.5~0.6Kg은 잡은 것 같았다. 나랑 2배 차이가 났다.

숙소에 왔더니 얘들이 조개를 열심히 잡느라 목이 말랐는지 내가 물병을 꺼내는 것을 보고

"어? 예인아, 너 물 있었어? 나 한 모금만!"

"나도 나도."

이러며 내 물을 먹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내가 버스에서 이미 1/2L나 마셔버려서 1/2L밖에 없는데... 4명에게 물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맛있는 조개구이를 해 먹었다.

- 예인이 글


우리 반은 오늘 갯벌로 체험학습을 갔다. 장화로 갈아 신고 선생님이 모둠별로 활동을 하라고 하셨다. 모둠이 잡은 조개는 한 명씩 1/4만큼 나누어 주신다고 하셨다. 우리 모둠은 파이팅을 외쳤다.

20분 뒤 준영이가 물었다.

"얼마나 잡았어?"

우리는 중간에 잡은 조개들의 무게를 재었다. 그랬더니 건호는 5/7kg, 준영이는 9/14kg이었다. 옆에 있던 하윤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누가 더 많이 캤지? 몇 배나 더 캔 거야?"

목이 말라 음료수를 사 먹으러 갔다. 영준이가

"정확하게 1/4씩 나누어 마시자"

라고 말해놓고 자기가 1/3을 마셔버렸다. 하윤이, 건호와 나는 할 수 없이 남은 음료수 2/3를 셋이서 나누어 마셨다.

'내가 얼마나 마신 걸까?'

갯벌 체험은 끝나고 우리는 함께 캔 조개 8kg을 1/4씩 나누어 가지고 신나게 집으로 갔다.

- 윤호 글



수학여행으로 갯벌에 갔다. 그곳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먼저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이 모둠 구호부터 정하라고 하셨다.

'그건 좀......'

그건 흑역사니, 모둠 구호를 어떻게 정하고 발표했는지 말하고 싶지 않다. 갯벌을 보자 지우, 수인이, 서준이는 신났다. 물론 나도 신났다.

"많이 잡아야지."

라고 말하며 앞에 걸어가는 준서를 보니 그냥 놀러 가는 애 같다. 조개를 잡으러 갯벌로 들어가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서준이가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서준이 다리가 갯벌 속으로 빠져버렸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나 좀 살려줘!"

바둥거리는 서준이를 우리 셋이 구출해주었다.

"에휴. 서준이, 너 처음부터 이러기냐?"

지우가 화났다. 우리 넷은 다시 천천히 내려가서 조개를 캐었다.

"와, 이거 뭐지?"

소리를 지르며 서준이가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조개다. 그러자 수인이랑 지우가 하이에나 수준으로 나타나 서준이 조개를 훔쳤다.

"내 조개 어디 갔어?"

"몰라."

라고 말하고 내 바구니를 보니 내 조개들도 몇 개 사라져 있었다.

"이런!"

끝나고 우리 양양 모둠은 조개 15개씩 4명이 똑같이 나누어 가졌다. 그리고 선생님이 사과 한 개를 주셔서 1/4씩 나누어 먹었다. 그럼 모두 몇 명이 먹었지?

- 진환이 글


친구가 쓴 글을 듣고 있을 때 아이들은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구들 이름이 들릴 때, 재밌는 대화 내용이 나올 때, 화면 속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폈다. 수학 내용이 쓰인 부분이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짧은 글인데도 아이들의 성격이 드러나게 글을 잘 썼다.


"6학년 2학기 수학이 6단원이던데, 그럼 모두 6편의 글을 쓰겠네. 각자 쓴 글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글 한 편씩 겨울학급문집에 싣는거 어때?"


곧 이어진 침묵.

연필을 잡을 아이들 손에 책.임.이라는 두 글자도 함께 지긋이 쥐어준다.





제가 제작해 실제 수업에 사용한 자료들 공유합니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아이들 이름은 가명입니다.


----- 2학기에 본격적으로 ZOOM을 시작하려는 선생님들이 많을 것 같아, 저의 ZOOM 수업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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