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회 줌두레를 하며 이공이들과 서로 연결되고 우리 반 공동체가 서서히 세워져 가고 있는 것이 느껴지자, 모둠 협력학습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다. 모둠 세우기를 하는 동안 우리 반 아이들과 ZOOM에서 만나는 횟수도 주 1회에서 주 2회로 늘어났다.
‘이제 교과학습을 해보자. 어떤 과목으로 시작해볼까?’
고학년 담임을 할 때마다, 가르치기 가장 힘든 과목이 수학이었다. 아이들마다 선행학습 속도 차이가 커서 기준을 어디다 맞추어야 할지 난감했다. 작년 6학년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중학교 3학년 수학을 선행하고 있는 아이부터 기초 연산도 제대로 되지 않은 아이까지 실력 차이가 정말 컸다. 수학 교육과정 내용은 예전에 비해 많이 쉬워져서 가르치는데 부담은 없었지만,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수학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수학 부진 학생이 생기지 않는데 초점을 두고 기본에 충실한 수업을 진행하면,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이 재미없어하며 집중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한마디 하면 마치 내가 꼰대 같이 느껴졌다. 수학 익힘책을 5분 만에 풀어버리고 학원 수학 문제집을 꺼내어 푸는 아이들. 그 아이들과 기싸움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다.
때로는 엔드게임과 같은 마블 시리즈의 영화를 스토리텔링 수학 수업으로 만든 자료를 찾아 아이들에게 보여주곤 했다. 아이들은 영화 보는 재미에 정말 즐거워했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6교시 수업 시간 중에 수학 시간만 기다리곤 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불편했다. 아이들이 좋아한 것은 ‘수학’이 아니라 ‘수학 시간’이었다는 것을 시험 결과가 늘 말해줬으니까.
잘하는 아이들도 지적인 성취감, 희열감을 느낄 수 있고, 부족한 아이들도 기초적인 단계를 튼튼하게 쌓을 수 있는 수학 수업을 하고 싶었다.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지만, 학교에 있을 때는 부족한 시간으로 늘 헉헉 댔다. 그러던 중 작년 겨울에 '수학 팡팡팡'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강쌤의 '수학 팡팡팡’을 전수받다
"쌤은 수학을 어떻게 가르치세요? 저는 수학을 정말 못 가르치겠어요. 수학 시간이 제일 싫어요."
"수학? 우리 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과목인데! 작년에 30점 받던 OOO을 내가 90점으로 끌어올렸잖아."
"나만의 방식이 있어. '수학 팡팡팡'이라고"
"'수학 팡팡'이요?"
"팡팡이 아니라니깐. 팡팡팡! 팡이 세 개!"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항상 나보다 한 수 위인,
나의 멘토,
강명희 선생님.
'수학팡팡팡'은 강쌤이 만든 수학 수업 방법 이름이다. 공책 이름이기도 하다. 이 수학 방법은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1. 스토리텔링으로 단원을 시작하는 첫 단계(1차시)
2. 수학 학습 개념과 원리를 본격적으로 배우는 중간 단계(6~7차시)
3. 모둠 협력 학습으로 마무리하는 단계(1차시)
다음은 강쌤에게 배운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단원 첫 시작은 스토리텔링으로
단원 첫 시작은 스토리텔링 시간이다. 단원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2쪽에 걸쳐 그려져 있는 삽화 그림을 보며, 이 단원에서 공부할 학습 내용을 맛보기 하는 활동이다. 보통 이 단계를 놓치기 쉬운데, 강쌤은 이 단계를 팡팡팡 수학의 꽃으로 여긴다. 교사가 어떻게 발문 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호기심을 맘껏 끌어올릴 수 있는, 수학의 꽃.
삽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단원에서 배워야 할 수학 학습 요소들이 그림 속에 숨어 있다. 아이들은 그 숨겨진 내용을 찾아 상상력을 보태어 스토리텔링을 만든다. 그리고 수학 팡팡팡 공책에 글을 쓴다.
교과서를 살펴보자. 6학년 1학기 1. 분수의 나눗셈 단원의 첫 차시 교과서 삽화를 보면 선생님 한 분과 17명의 아이들이 전통놀이에 참여하는 그림이 나온다. 실 공예나 한지 종이 공예를 하는 아이들도 있고, 전통 음료를 마시는 아이들, 술래잡기하고 있는 아이들도 나온다. 신발 여덟 켤레, 실뭉치 두 개, 꽃 모양 종이 여섯 장 등 숫자를 얘기할 수 있는 부분도 나온다. 이 그림을 가지고 아이들은 이야기를 만든다. 단, 분수의 나눗셈과 연관이 있는 이야기 내용이 반드시 들어갈 것.
아이들은 그림 속 17명 아이들에게 실제 반 아이들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를 넣기도 한다. 어제 친구에게 짓궂은 장난을 당한 아이는 자기가 만든 스토리텔링의 에피소드로 되갚기도 한다. 그 친구를 순식간에 비호감 캐릭터로 변신시키는 식으로. 글을 다 쓴 후에, 아이들이 자기 글을 발표하고 잘 쓴 작품을 뽑는다.
이 시간 동안 아이들은 웃고 난리가 난다. 스토리텔링 수업으로 그 단원의 동기유발은 이미 목적 달성이다. 아이들은 친구들의 재밌는 글을 들으며 새로운 수학 단원에 호기심을 갖고 마음을 열게 된다. 아이들은 앞으로 배울 수학 내용이 어렵고 따분한 것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나’ 또는 ‘우리’와 상관있는 재미있는 내용이라 생각하며 그 단원을 맞이하게 된다.
먼저 ‘일기 쓰기 지도’부터
스토리텔링 시간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수학 수업 전에 일기 쓰기 지도를 먼저 해야 한다는 것. 아이들에게 큰 따옴표를 많이 사용하는 대화체 위주의 글쓰기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 설명하는 글이 아닌 입말이 살아있는 글이 되기 위해. 이 부분을 짚지 않고, 바로 스토리텔링 수업을 시작하면, 많은 아이들은 설명하는 투의 딱딱한 글을 쓰고 만다. 스토리텔링은 움직이듯 생생해야 한다.
수준별 학습지로 실력 다지기
중간 단계는 본격적으로 수학 개념과 원리들을 공부하는 시간이다. 보통 6~7차시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이들은 매 차시 선생님의 짧고 핵심적인 강의를 10분 안에 듣고, 수학 익힘책을 푼다. 그리고 선생님이 주시는 수준별 학습지를 해결한다. 기초, 심화 두 종류로 나누어 준비하는 학습지는 ‘아이스크림’, ‘티셀파’, ‘늘품이(부진 학생용)’에서 편집해서 만든다.
많은 문제 풀이를 하며 아이들의 수학 실력은 다져진다. 잘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선생님에게 채점을 맡는다. 이때, 선생님은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고 보충 지도를 한다.
단원 마무리는 모둠 협력 학습으로
마무리 단계는 모둠협력학습을 하는 시간이다. 수학 교과서를 보면, 7차시 도전활동, 8차시 얼마나 알고 있나요, 9차시 탐구 수학으로 단원을 마무리하는 활동이 3차시에 걸쳐 짜여있다. 이를 융통성을 발휘해 1~2차시로 압축해서 수업하고 1차시~2차시를 따로 남겨둔다. 그 남는 시간을 모둠 협력학습 수업으로 구성한다.
선생님이 미리 준비해 만든 수학 팡팡팡 문제지를 모둠별로 앉은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수학 팡팡팡 문제지는 주로 서술형 문제, 사고력 문제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지는 A4 한 면을 2단으로 나누어 만든다.
아이들은 문제지 가운데를 잘라 수학 팡팡팡 공책 여러 페이지에 붙인다. 이때 공책 왼쪽에 문제지를 붙이고 오른쪽은 빈 공간으로 남겨둔다. 아이들은 먼저 각자 문제지를 푼다. 그리고 모둠끼리 모여 협력학습을 한다. ‘거꾸로 수업’처럼 문제 하나하나를 다시 함께 해결한다. 각각 자기가 해결한 방법을 다른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아이들은 모둠 친구들의 해결 방법을 다 듣고 나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해결 방법을 골라 공책의 오른쪽 빈 공간(문제지를 왼쪽에 붙이고 남은 오른쪽 빈 공책 공간)에 적으며 다시 공부한다.
수학 팡팡팡 공책
아이들은 수학 팡팡팡 수업 중에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열띤 토론이 벌어지며 에너지가 가득 차게 되는 시간. 토론하며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시간.
ZOOM으로 ‘강쌤의 수학 팡팡팡’을 해볼까?
"강쌤, 이거 제가 다른데 올려도 되나요?"
"그럼. 그거 내가 10년 전에 대치동 수학 학원에서 보고 벤치마킹한거야. 학원비도 얼마나 비싼 줄 몰라. 내 나름대로 학교에 보급시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쌤, 그럼 수학 교육 민주화에 헌신한거? 제가 앞으로 더 보급시킬게요. ZOOM으로요!"
늘 넘치는 자신감.
나의 멘토, 강쌤.
고마워요.
ZOOM에서 하는 수학 팡팡팡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아이들 이름은 가명입니다.
----- 2학기에 본격적으로 ZOOM을 시작하려는 선생님들이 많을 것 같아, 저의 ZOOM 수업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