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방역지침 상 교실에서 아이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얘기할 수도 없고, 모둠활동을 할 수도 없다. 오로지 개별학습, 전체학습만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첫 등교일 6월 10일.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했다. 답답한 마스크를 쓴 채 짝꿍 없이 한 줄에 4명씩 모두 5줄로 앉았다. 시험 보는 날처럼.
꼬치에 소시지, 떡, 소시지, 떡을 한 줄로 꿰어 소떡소떡을 만들듯, 한 줄로 나란히 앉아 있는 4명의 아이들을 묶어 모둠을 만들었다. 모두 5개 모둠.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렇게 4명씩 너희는 한 모둠이야. 너희들은 많은 일들을 서로 함께 하게 될 거야."
띄엄띄엄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서로 떨어져 있는 섬 같이 보이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줄로 천천히 연결될 것이다.
뼈대를 튼튼하게
어렸을 적 누구나 학교에서 찰흙 만들기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 달리기 하는 사람, 줄넘기하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는 찰흙만으로는 부족하다. 철사와 노끈이 필요하다.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노끈을 감고, 그 위에 찰흙을 붙여야, 튼튼하고 오래가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모둠 세우기가 '뼈대 만들기'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둠이 만들어졌다고 바로 본격적인 모둠 활동을 시작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ZOOM에서 하는 모둠 활동인데. 서로 다른 친구들 간에 불필요한 장벽을 깨뜨리고 서로 친하게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모둠활동을 하는 중에 아이들은 '내 의견은 옳고, 네 의견은 틀려 보이는' 딜레마 상황을 자주 맞이한다. 그러나 얼마 안가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는 균형점을 찾아낸다. 모둠 세우기가 충분히 이루어진만큼, 불균형의 시간은 짧아질 거라 생각한다.
숫자 4개로 합이 4가 되는 덧셈식(○+□+△+☆=4)은 여러 개다. 1+1+1+1=4, 1+1+0+2=4, 2+0+0+2=4, 1+0+0+3=4, 0+0+0+4=4. 아이들 각각을 숫자 1이라고 하고, 모둠 활동 결과(물)를 4라고 했을 때 아이의 성격, 과제의 특성, 모둠 상황에 따라 모둠 활동을 하는 동안 숫자 '1'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모둠 세우기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주도적인 아이 '3, 4', 무임승차하는 아이 '0'은 좀 더 평균값 '1'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때때로 1+1+1+1=4+@가 되는 시너지도 경험하면서.
지금 우리 반을 이끄는 두 개의 바퀴는 전체 줌두레와 모둠 줌두레이다. 월요일에는 전체가 ZOOM에서 만나 신뢰 서클, 친교 활동, 공동체 교육을 주로 하고, 금요일에는 모둠이 ZOOM에서 만나 협력학습이나 프로젝트 학습을 위한 모둠 활동을 한다. 그러기까지 여러 모둠 세우기 활동을 했다. ZOOM에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모둠 세우기 활동을 소개한다.
ZOOM에서 하는 모둠 세우기 1 : 모둠 공통점으로 모둠 이름 짓기
'모둠 공통점으로 모둠 이름 짓기' 수업 안
온라인 모둠 활동지 (Google 공유 문서)
위 표에 있는 설명은 실제로 했던 것과는 다르다. 저 활동을 하던 때는 6월. 아이들과 내가 일주일에 한 번만 ZOOM에서 만나던 시기다. ZOOM을 이용하지 않고, Google 공유문서를 이용한 과제 학습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시행착오였다.
모둠이 정해지고 이틀 뒤 6월 12일 금요일에 '모둠 공통점으로 모둠 이름 짓기' 활동을 온라인 학습 과제로 내주었다. '마감시간은 일요일 밤 12시까지, 월요일 전체 ZOOM 줌두레 때 모둠별로 1~5번 각각의 과정을 자세하게 발표함'이라고 클래스팅에 안내했다. 사본 만들기로 Google 문서 5개를 만들어 각각에 부여된 공유 링크도 안내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때에 Google 문서에 들어와 작성을 하면, 일요일 밤쯤 5번까지 다 끝마쳐져 있겠지?'
아이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수시로 공유 문서에 들어가서 확인을 했다. 금요일 밤에 이미 5번까지 다 끝마친 모둠이 있는가 하면, 월요일 아침이 되어도 2번을 넘어가지 못한 모둠도 있었다. 두 아이가 과제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월요일 ZOOM 줌두레 때 발표한 모둠은 3개 모둠. 한 모둠은 수요일 등교일에, 다른 또 한 모둠은 금요일이 되어서야 모둠 이름이 정해졌다. 1모둠 둥글돼지, 2모둠 각양각색, 3모둠 메리마스, 4모둠 무지개, 5모둠 이탈리아. 모든 모둠이 이름을 갖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우리 반 그 두 아이는 나와 불필요한 신경전을 겪어야 했다. 코로나가 처음인 그 아이들에게 Google 문서 역시 처음이었을텐데 말이다.
시행착오를 겪은 후, 2학기 모둠 이름 짓기는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냈다. 일주일 VS 30분. 엄청난 차이다. 다음은 지난 8월 25일 화요일에 했던 '모둠원 이름으로 모둠 이름 짓기' 활동이다. 이 활동은 '쏭쌤&이종대왕의 학급경영 놀이백과(송성근, 이종혁 저, 미래와 경영)' 책에 나와있는 '이름 릴레이 놀이'를 부분 응용했다.
ZOOM에서 하는 모둠 세우기 2 : 모둠원 이름으로 모둠 이름 짓기
'모둠원 이름으로 모둠 이름 짓기' 수업 안
온라인 모둠 활동지 (Google 공유 문서)
여름방학을 보내고 2학기 개학을 했는데, 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못했다. 코로나가 다시 심해져 9월 11일까지 전면적인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수요일 등교일에 새롭게 자리를 뽑고, 새로운 모둠도 정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계획대로 하기로 했다. 우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자주 만난 사이.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하면 된다.
21일 개학식을 ZOOM으로 하고, 25일 화요일에 다시 ZOOM에서 만났다. 1학기에는 남, 여를 구분하지 않고 자리 뽑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구분을 했다. 1학기 둥글돼지 모둠은 여학생 3명, 남학생 1명이었고, 이탈리아 모둠은 여학생 1명, 남학생 3명이었다. 둥글돼지 모둠에서 유일한 남학생이었던 윤호, 이탈리아 모둠에서 유일한 여학생이었던 은우. 두 아이 모두 적극적이고 쾌활한 아이들인데, 은우는 그 기질 그대로 모둠활동에서 드러난 반면, 윤호는 그러지 못했다. 모둠활동을 관찰할 때 움츠려진 모습이 많이 보였다.
뽑기 Tool을 ZOOM 공유 화면으로 보여주며 자리와 모둠을 정했다. 여학생과 남학생을 따로 입력해 각각 2명씩 뽑아 4명씩 이루어진 모둠을 만들었다. 뽑기 tool을 이용하지 않고, 아이들 이름이 적힌 아이스크림 막대를 내가 직접 뽑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아이들은 모둠별로 ZOOM 소회의실에서 만나 내가 미리 Google 문서로 준비한 온라인 모둠 활동지로 '모둠 이름 짓기' 모둠활동을 했다. ZOOM을 할 수 있는 스마트기기 한 대, 다른 플랫폼을 할 수 있는 스마트기기 한 대, 모두 두 대의 스마트 기기가 필요하다고, 하루 전 부모님들께 안내하며 도움을 구했다.
그렇게 정해진 이름이 정신신호등 모둠, 조이 모둠, 양양 모둠, 우정의은인 모둠, 이 모둠.
' 조이, 부르기 좋다. 양양, 입에 척척 붙네. 우정의 은인, 음...서사적으로 들리는군. '
' 정신신호등? 뭔 뜻이지?'
' 이? 낱말을 조합하라 했더니만. 이 모둠? 뭐지? 막 지은 것 같은 이 느낌!'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정신신호등이 무슨 뜻이야?"
"정신에 신호등을 달아서 좀 정신 차리며 살자고요."
"이 모둠은 '이'가 숫자 '2'인가요?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은 '머릿 이'였지만, 아이들에게 차마 그렇게 얘기하진 못했다.)"
" 이빨 할 때 '이'요! '이'가 들어가는 낱말이 너무 많았어요. "
" 아하, 치아!"
통통 튀는 이 다섯 모둠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그려낼까?
★ 'Google 공유 문서 만들기와 사본 만들기 방법'에 대한 설명글입니다. 제가 직접 만든 파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