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수업의 나침반 2

수업은 만남이야

by 예농

Thank you!

초등 커뮤니티 인디스쿨, 네이버 밴드 6학년 선생님 전국온라인학습나눔. 이 세 곳은 올해 코로나 19 비상사태 속에서 내가 교사로서 정신줄 놓지 않게 살게 해 준 정말 고마운 곳이다. 여기에 교원학습공동체까지 하나 더 얹어 말하자면, 이 네 곳의 공통점이 있다.

자발성.

그리고 공유 정신.

몇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만들었을 소중한 수업 자료와 아이디어를 공유해주신 전국의 수많은 초등학교 선생님들. 이 분들로 인해 온라인 수업 제작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었고, 남는 시간에 교육과정 재구성과 ZOOM 수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내 수업을 공유해야겠다 마음먹고 8월부터 이 곳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인디스쿨', '6학년 선생님'에도 가끔 글을 올렸다.

불분명한 주제?

그러는 사이 나의 멘토, 서점 아저씨(명환 아저씨) 도움으로 우리교육 출판사에 원고 투고도 했었다. 물론 거절당했다. 나의 원고는 주제가 불분명하고, 일반적으로 교실에서 할 수 있는 수업을 ZOOM으로 옮긴 것뿐이라 단행본으로 만들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남편을 포함한 많은 지인들이 나를 위로하며 말했다.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도 수많은 퇴짜를 맞고 가까스로 14번째 만에 출판사와 계약했대. 다른 출판사도 알아봐.'

그러나 더 이상 출판사 문은 두드리지 않았다. 출판사도 '팔릴 만한 책'을 만들어 이윤을 내야 하는 회사이다. 코로나가 지나가면 내 책은 빛바랜 책이 될 가능성이 높은 시장성이 없는 책이다. 전교조 조합원과 교사들이 참여해 만들었다던,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책'도 가끔은 만들 것 같았던, 우리교육 출판사도 내 원고를 거절했으니.

슬럼프가 왔다

수업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것은 늘 내게 어려운 일이다. 글 쓰는 능력이 출중하지 않은 내가 이 곳에 글을 쓰고, 수정하고 완성해 올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시간. 일주일을 설레며 기다리던 글쓰기 시간이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나는 왜 글을 계속 쓰는 거지?'

'애초에 글을 쓰기로 한 목적은 공유였는데 이쯤 하면 될 것 같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지던 때에 얼굴도 모르는 두 선생님이 고맙다고 올려주신, 구체적인 피드백이 담긴 긴 답글을 보게 되었다.

'내 글이 어떤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구나.'

'단 한 사람에게라도 영향을 끼쳤다면, 내 글은 생명을 갖게 되는 거야.'


다시 Thank you!

그리고 이공이들. 이 아이들과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어 수업 이야기를 기록했다.

2019년 7월 교육부 교권보호법이 세워졌고, 얼마 되지 않아 2019년 12월 나는 우리 학교 첫 번째 교권보호위원회 주인공이 되었다. 무능력한 교사로 낙인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동료 교사들을 향한 부끄러움, 그 점철된 감정들로 작년 겨울, 교사로서 자신감이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 고학년 공포증으로 남은 기간을 저학년만 전전하는 날개 꺾인 교사가 될까 봐 오기로 다시 지원해 만난 6학년 우리 반 아이들. ZOOM에서 함께 하는 동안 인내와 기다림으로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글을 써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교장선생님.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교장 선생님은 누구보다 나를 위로해주셨고, 주위의 염려와 걱정을 덮어두고 나의 6학년 지원을 다시 받아주셨다. 이들 덕분에 일 년의 시간을 보내며 서서히 내 상처를 치유하고 나도 괜찮은 교사라는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결국 사람이 씻어주었다.


수업은 만남이야

'좋은 수업이란 아이들을 만나는 수업'이라는 사실을 자주 상기했다. 그래서 좋은 ZOOM 수업을 하고 싶어 '어떻게 하면 ZOOM에서 아이들을 진정으로 만. 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내가 말하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들이 말하게 하는 것, 자신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꺼내보이고 싶도록 만드는 것, 내가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수업.


ZOOM 수업이 쌓일수록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성격과 기질을 소상히 알게 되고 아이들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점점 좋아졌다. 그럴 때, 내 속에서 떠오르던 질문.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을 올해 이렇게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작년 겨울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정말 오랜만에 맡게 된 6학년. 교육과정을 다 파악하지도 못한 채 그 많은 교과 지식과 정보를 한 차시, 한 차시 전달하기에 급급했던 내 수업들.

'작년 내 수업에서 난 우리 반 아이들을 진정 몇 번이나 만났던 걸까?'


수업은 만남이다.

교사와 아이들이 만나고

아이들과 아이들이 만난다.

그리고 우리는 서서히 서로 연결된다.

그 수업이 어떤 종류의, 어떤 형태의 수업일지라도, 세상의 모든 수업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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