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오늘 e학습터 미술 온라인 수업으로 「3. 애니메이션 속으로」 3~4차시 애니메이션의 종류와 특징을 학습한다. 인디스쿨 진솜쌤이 올려주신 파워포인트 자료에 곰캠 프로그램으로 내 목소리를 입히고 편집한 수업 자료를 어제 e학습터에 올렸다.
자신이 만든 소중한 자료들을 나눔 해 주시는 전국의 수많은 초등학교 선생님들. 그분들이 공유해주시는 자료 덕분에, 내 나름의 교육과정 재구성 시간이 생길 수 있어 이런 프로젝트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100% 내가 만든 자료로 20~30분 동영상 수업 자료를 만든다면 최소한 4~5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교사들도 협력해야 함을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느낀다.
'우연시.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시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코로나를 지나면서 내가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 이 말의 힘을 동시대 우리 교사들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제작 계획, 스토리보드 짜기
‘9:00에 만나기로 한 이탈리아 모둠은 과연 아침 일찍 일어나 내가 올린 미술 온라인 수업을 들었을까?'
'수업을 듣고 와야만, 종이 애니메이션으로 할지,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할지 정할 수 있고,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전체적인 윤곽도 그려낼 수 있을 텐데... '
'기존의 이야기를 선택해 캐릭터 성격과 줄거리 바꾸어 전체적인 이야기 얼개 짜기, 처음, 중간 1, 2, 결말 4단계로 나누어 각자 맡은 부분 대본 만들기, 캐릭터, 소품, 배경 역할분담까지 오늘 모둠 줌두레 40분 동안 다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출근을 했다. 교실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컴퓨터가 또 나갔다. 켜지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번 아웃되는 컴퓨터가 하필 오늘! 온라인 수업 제작에 필요한 많은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깔아놨더니, 번 아웃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진다.
'10분 후면 아이들과 ZOOM에서 만나야 하는데 어쩌지?'
'그래. 오늘은 나도 스마트폰으로 ZOOM을 해보자.'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ZOOM 수업을 하는 건 처음이다. 9시가 되자 석빈, 건호, 인후, 은우가 들어왔다. 아이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선생님도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다고 얘기하니 아이들이 놀라는 눈치다. 모둠 줌두레에서 모둠 회의해야 할 내용을 알려주고, 각자 Google 공유 문서에 들어가 모둠 활동지를 함께 해결하라고 얘기했다. 남학생 세명, 여학생 한 명으로 이루어진 이탈리아 모둠은 척척 해낸다. 이번 이공 프로젝트 이끔이는 건호인데, 어느새 여장부 은우가 남학생 세 명을 전두 지휘하고 있다.
절반이 넘은 우리 반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줌두레에 참여한다. 웹캠이 없는 경우가 많고, 있더라도 화질이나 편의성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참여한다. 나도 오늘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ZOOM 수업을 하고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조그마한 화면으로 내가 띄우는 공유 화면이 잘 보이기는 할까?'
'이렇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얘기를 주고받으면, 수업한다는 생각이 들까?'
두 번째 줌두레가 생각난다. ZOOM이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 동학년 선생님들과 몇 번을 연습했었다. 그림책 수업을 한다고 전 날 새벽까지 수업을 구상하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며 들떠 있었다. 그러나 줌두레를 하며 느껴지던 수업 분위기와 아이들 반응은 좋지 않았다. 수업은 '만남'인데, 교사인 나는 '배우', 아이들은 '관객'이 되어 있었다. 크게 좌절하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다시는 ZOOM 같은 건 안하리라 마음먹었던 실패의 기억!
내가 있는 시공간에서 보내는 메시지들이 랜선을 타고 스마트폰, 그 작은 화면을 뚫고 나와 아이들의 눈과 귀에 닿기까지,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에 도착할 때까지 그 거리가 아득할 때가 있다. 모든 수업이 그렇진 않지만, 어떤 수업은 그럴 때가 있다.
능력자이신 전산 실무 선생님께서 오셔서 컴퓨터를 뚝딱 고쳐주셨다. 다행히 9:40에 시작하는 각양각색 모둠과는 PC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환이네 집 인터넷이 문제가 생겼다. 진환이가 접속이 수시로 끊겨 ZOOM을 몇 번을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했다. 다시 접속이 되어 들어오면, 그 사이 진행된 모둠 회의. 예전 같았으면, 별 감흥을 못 느꼈을 수도 있었는데, 아까 내가 겪은 상황 때문이었는지 진환이가 겪고 있을 불편함과 소외감이 몸으로 전해졌다. 스마일 진환이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웃고 있지만 정작 마음은 그렇지 않을 텐데.
이끔이 서준이가 회의 속도를 늦췄다. 각양각색 모둠은 평소에도 회의 속도가 늦는 편이라 아이들은 불편해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준, 하윤, 예인이는 진환이를 기다려주고 천천히 함께 했다. 이후 10:20 메리마스 모둠, 11:00 무지개 모둠, 11:40 둥글돼지 모둠은 순조롭게 모둠 줌두레를 할 수 있었다.
줄거리가 정해졌다
메리마스 모둠만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나머지 네 모둠은 종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둥글돼지 모둠 : '인어공주' 이야기를 각색함.인어공주 '에리얼'이 악당 '문어 대왕'을 만나지만, 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왕자와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
각양각색 모둠 : '흥부와 놀부'를 현대판으로 각색함. 갑질 상사 '놀부' 때문에 고생하는 말단 회사원 '흥부'가 길에서 만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었는데, 은혜를 갚는 비둘기 덕분에 로또에 당첨되는 이야기.
메리마스 모둠 : 영화 '인사이드 아웃' 마지막 부분을 각색함. 기쁨이가 슬픔이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자신이 생각(전구)을 빼려다가 라일리가 모든 감정을 잃게 되는 이야기.
무지개 모둠 : '잭과 콩나무' 이야기를 각색함. 잭이 버린 마법 콩이 자라나 마법 나라에 가게 되는데, 악당 소굴에 갇혀 악당과 악당의 아들과 싸우다 무사히 탈출하는 이야기.
이탈리아 모둠 : '백설공주' 이야기를 각색함. 마녀가 백설공주를 죽일 계략을 세우지만, 독사과를 일반 사과와 착각하여 자기가 먹고 죽는 이야기 (그러나 나중에 줄거리를 바꾸어 더 잔혹한 백설공주 이야기를 만들었다)
예상대로 40분 시간은 짧았다. 각양각색, 메리마스, 무지개 모둠이 계획에 없던 모둠 줌두레를 내일 한 번 더 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모둠은 아이들 학원 스케줄 등으로 인해, 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Google 문서에 각자 적는 것으로 대신했다.
둥글돼지 모둠만 오늘 해야 할 모든 모둠 활동들을 제 시간 안에 끝냈다. 마음은 이미 중학교 1학년생인 지우, 윤호, 소현, 윤지로 이루어진 둥글돼지 모둠. 이 아이들은 회의를 할 때 목소리가 작아,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들으려면, 다른 모둠 할 때보다 스피커 볼륨을 크게 틀어야 했다. 그러나 진행은 척척, 결정도 일사천리. 그 많은 결정사항을 40분 안에 모두 끝냈다.
서로 다른 빛깔의 모둠들이 서로 다른 빛깔의 이야기들을만들어냈다.
프로젝트 과정
수업 흐름 1
온라인 모둠활동지 (Google 공유 문서)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아이들 이름은 가명입니다.
----- 이번 표지는 저희 딸이 그린 그림입니다.
----- 2학기에 본격적으로 ZOOM을 시작하려는 선생님들이 많을 것 같아, 저의 ZOOM 수업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