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에서 하는 미술 프로젝트 수업 4

by 예농

7월 17일 금요일 수업 일지


두 번째 모둠 줌두레, 그리고 허심탄회

3단원 '애니메이션 속으로' 5~6차시 미술 온라인 수업을 만들어 e학습터에 올렸다. 사진을 잘 촬영하는 방법, 동영상 제작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아이들은 모두 수업을 듣고 왔다.


이공 프로젝트 <모둠 친구들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만들기> 두 번째 모둠 줌두레이다. 다음은 오늘 결정할 내용들이다.

1. 사진 촬영 방법 노하우 공유하기

2. 영상 제작 방법을 PPT 슬라이드 녹화 기능과 키네마스터 앱 중에 고르기

3. 시작, 중간 1, 중간 2, 결론 단계가 매끄럽게 연결되기 위해 각자 맡은 부분의 처음과 끝을 정확하게 구분하기


둥글돼지, 각양각색, 무지개 모둠은 위의 내용으로 모둠 회의를 하면 되고, 촬영이 이미 끝난 이탈리아, 메리마스 모둠은 오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9:00 둥글돼지 모둠


윤지가 일기글에 쓴 것처럼 '아는 것도 많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은' 지우가 이끔이를 참 잘해주었다. 이번에도 지우, 소현, 윤지, 윤호 모두 조용조용 이야기하는데도 진행은 일사천리다. 소현, 윤지, 지우는 어쩜 저렇게 서로 잘 맞을까? 2학기에 새로운 모둠에 가서도 다 중추적인 역할을 해낼 아이들이다. 윤호가 걱정되긴 했다. 애니메이션 주제도 '인어공주'인 데다가, 지우, 소현, 윤지가 합이 잘 맞아 회의를 이끌고 가는 터라, 유일한 남학생인 윤호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기 의견이 확실한 아이인데 둥글돼지 모둠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 의견을 잘 들어주고 모둠에서 결정 난 사항들을 잘 따라주었다. 2학기 새 모둠에서는 좀 더 활약하리라 기대한다. 그때는 남학생이 많은 모둠으로 가야 할 텐데.


9:40 각양각색 모둠


이끔이 서준이는 급할 게 없다. 결정해야 할 사항 하나하나, 모두의 의견을 듣는다. 진환, 하윤, 예인이가 각자의 생각을 얘기한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면 생각이 좁혀지기까지 기다리기를 반복한다. 침묵의 시간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면 서준이가 나서서 정리한다. 이 모둠은 천천히 물 흐르듯이 진행된다. 회의 진행은 5개 모둠 중에서 가장 더디었지만, 각자의 몫을 정확하게 1/4씩 해낸 모둠이라 생각한다.


10:20 무지개 모둠


수인이가 체험학습을 가서 오늘은 순호, 제승, 종호 셋이서 모둠 줌두레를 해야 했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종호가 ZOOM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화해 보니, 엄마와 함께 어딘가를 가고 있는 중이었다. 모둠 줌두레가 있는 것을 깜빡했다고, 집에 가서 얼른 참여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를 끊었다. 5분쯤 지났을까? 종하가 ZOOM에 들어왔다. 그런데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집이 아니라 차 안이다. 차량 이동 중에 수업에 참여하는 종하.


'우리의 ZOOM 수업은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구나.'


아이들이 모둠줌두레를 할 때, 나는 오디오, 비디오 기능을 끈 채 참여한다. 다른 업무를 하며 라디오 듣듯 모둠 줌두레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아이들이 궁금한 것을 물을 때 '선생님?' 하고 부르면 그때 마이크를 켜고 답변을 해주는 정도이다. 또는 모둠 회의가 산으로 갈 때, 방향을 돌리기 위해 개입을 하는 정도. 내가 ZOOM에 들어와 있으니, 아이들은 비교적 집중을 잘하는 편이다. 모둠 회의와 상관없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거나 다른 일을 하는 아이는 아직까지 없다.

다만 걱정되는 점이 하나 있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못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날 의식해 본래 모습을 감추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40분 이상의 시간을 아이들만 있게 할 순 없다. 작년에 사이버 폭력의 아픈 경험을 당한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 무지개 모둠이 심상치 않았다. 역할 분담을 하는 것 같은데, 종하와 준호 목소리가 서서히 높이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들어보니, 종하가 맡게 된 부분들이 점점 많아져 종하 심기가 불편해진 것 같았다. 종하는 준호에게 다른 부분을 더 맡아 달라 부탁했다. 그렇게 되면 준호는 촬영만 더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배경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 준호가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나타냈다.

둘 사이 주고받는 말은 귀에 거슬리는 표현들은 없는데, 목소리,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두면 서로 싸울 태세였다. 안 되겠다 싶어 마이크를 켰다.

"준호야. 배경 없는 채로 찍는 건 어떨까? 꼭 배경이 있을 필요는 없어."

준호가 다행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해 주었다. 무지개 모둠의 모둠 줌두레는 가까스로 평화롭게(?) 마무리되었다.

'내가 모둠 줌두레에 있어 아이들이 말과 행동에 제약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던 마음이 괜한 기우였다는 것을 무지개 모둠이 알게 해 주었다.


11:00 이탈리아 모둠


이탈리아 모둠은 사진을 교실에서 다 찍은 상태다. 인후가 그 사진들을 영상으로 만들어 내게 보내주었다. 그런데 mp4 파일이 아닌 gif 파일이었다. 다시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다. ‘네!’라고 쿨하게 대답해주었지만, 인후가 걱정되었다. 웅장한 수수깡 집 소품 제작부터 영상 제작까지 인후의 분량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후에게 ‘네가 해와!’라고 시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인후 스스로 수수깡 집을 만들어왔다. 인후는 엄마가 강제로 시키셨다 하셨지만. 교실에서 사진을 찍을 때도, 인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었나 보다. 백개 넘는 사진 파일을 친구들 스마트폰을 보내는 것이 귀찮았던 인후는 영상 제작도 자처한 것 같았다.

"인후가 전체 40퍼센트 넘게는 한 것 같아."

"어떡해? 할 수 있겠어?"

"인후 혼자 하지 말고, 나한테 보내줘. 같이 만들어."

인후에게 연신 미안해하던 석빈, 건호, 은우 목소리가 Zoom 너머로 들려왔다.

“아니. 내가 할 수 있어.”

인우 목소리가 들린다. 아주 작게.


'아! 인후야. 정말 괜찮은 거니? 수수깡 집 때문인 걸까? 결과가 이렇게 되어버렸네.'

'처음부터 내가 단칼에 잘랐어야 했어. 수수깡 집은 인후가 만드는 부분에만 사용하게 하는 건데. 그랬다면, 인후 혼자서 이렇게 무거운 짐은 담당하지 않고, 4명 모두 각자 자기 몫을 담당했을 텐데.'


밤에 카톡을 보니 mp4 형식으로 편집된 이탈리아 모둠 영상이 도착했다. 그런데 발신인이 인후가 아니라 건호였다. 건호가 인후에게서 사진을 받아 영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다행이다.


11:40 메리마스 모둠


나의 마음은 모른 채 화면 넘어 해맑게 웃고 있는 혁준, 하나, 준영, 원진.

“얘들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어젯밤, 하나가 완성해 보내 준 모둠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어. 정말 잘 만들었더라. 그런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 솔직하게 말해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은행은 또 뭐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물론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스스로 말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돌이켜보게 하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들이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하나에게서 들은 내용 그대로다.

“우리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


하나가 첫 번째로 말했다.

“어제 교실에서 만드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캐릭터 한 개를 똑같이 4개로 만들어야 했는데, 시간 안에 다 만들 수 없었어요. 우리들끼리 하나씩만 만들어 같이 찍자고 얘기했어요.”

'나만 몰랐던 거네. 아이들의 마음은 통하고 있었던 거로군.'


"2시간이나 줬는데도 시간이 부족했다고? 그냥 집에서 각자 과제로 해오게 할걸 괜히 학교에서 만들었네. 선생님이 그 부분을 놓친 것 같아. 맞지?"

라고 얘기하니, 아이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집에서 과제로 해올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그건 좀 아닌 듯!'이라고 표정으로 말하는 아이들.


'아이들도 잘못하긴 했지만, 나에게도 원인이 있었구나.'

무리하게 계획을 세웠다. 똑같은 것을 4개씩이나 만들게 한 것은 내 욕심이었다.

'종이 애니메이션은 종하처럼 캐릭터 하나만 만들어 사진을 찍어 클래스팅에 올리게 했으면 어땠을까? 내가 모둠 아이들 숫자만큼 컬러 인쇄해 나누어주면 됐을 텐데. 그랬다면, 영상 퀄리티는 떨어졌겠지만.'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과제로 해오게 했어야 했다. 교실에서 캐릭터 하나를 4개씩 만드는 것은 무리이다. 그랬다면, 아이들은 종이가 아니라 클레이를 선택한 것을 후회했겠지.'

“다른 반처럼 우리도 각자 만들걸 그랬나? 모둠이 같이 하는 게 나았을까? 아니면 각자 하는 게 나았을까? 솔직하게 말해주었으면 좋겠어.”

다시 물었다.

"결과를 생각하면 각자 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과정을 생각하면 모둠이 같이 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혼자 만들었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아요."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허심탄회는 여기에서 마무리했다.



첫 번째 실험대상, 메리마스 모둠


이어서 대사를 녹음하는 시간. ZOOM 공유 화면과 기록 기능을 이용하기로 했다. 공유 화면에 띄워진 메리마스 모둠의 영상을 보며 아이들이 대사를 말하면 된다. 이 모든 과정을 ZOOM으로 기록하면 끝. 물론 곰캠 동영상 편집기로 녹음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은 잘라내야한다.


메리마스 모둠이 첫 번째 실험대상이었다. ZOOM이 이걸 해낼 수 있을는지에 관한.

ZOOM으로 대사 녹음하는 모습

확신할 수 없었다.

'오늘 메리마스 모둠이 성공해야, 다음 주에 나머지 모둠도 할 수 있을 텐데.'

몇 차례 연습을 했다. 전문 성우가 더빙 작업을 하듯, 아이들이 진지하게 참여했다.


"준영아, 좀 더 실감 나게 해 봐. 소리 지르는 것을 뒤로 갈수록 크게 크게."

"원진아, 잘하고 있는데 '라일리를 정말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 부분에서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내 봐. '싶었는데'를 천천히 작게 하면 어떨까?"


처음에는 국어책 읽듯 대사를 뱉었던 아이들이 세 번째 연습부터는 연기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점점 감정 이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 녹음을 할 때는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녹음 작업이 모두 끝나고 아이들 목소리가 진짜로 영상에 입혀졌는지 메리마스 모둠 아이들과 함께 확인했다.

성공이다. 아이들이 환호했다.

'ZOOM 기록 기능이 이렇게 요긴하게 사용될 줄이야!'


대사가 입혀진 영상을 메리마스 단체 카톡방에 보내주니, 연신 버라이어티 한 이모티콘의 축제가 펼쳐졌다. 아이들이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진하게 느꼈나 보다. 그 성취감이 내게도 전해졌다. 그리고 내 속에서도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물 차오르듯 올라왔다.


'이공 프로젝트가 실패하지 않았어.'

'아! 교사인 나도, 이 감정...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거지?'




수업 흐름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아이들 이름은 가명입니다.


----- 2학기에 본격적으로 ZOOM을 시작하려는 선생님들이 많을 것 같아, 저의 ZOOM 수업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keyword
이전 16화ZOOM에서 하는 미술 프로젝트 수업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