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희망서와 업무분장표'를 교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올해는 어느 학년을 맡아야 하나, 어떤 업무를 선택해야 하나?' 적어 내려니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올해도 2월이 되니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일선 학교로 '학교 업무 정상화' 공문을 어김없이 내려보냈다. 교사의 업무는 담임업무, 수업, 생활지도, 상담과 같은 교육활동이니, 불필요한 업무는 학교 차원에서 과감히 없애고, 학생의 교육활동을 중심으로 업무를 재구조화하라는 것, 학교 관리자(교장, 교감), 행정실 직원 모두 교사의 교육 활동 지원에 앞장서라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전 교직원이 함께 참여하며 민주적·합리적으로 결정하라는 내용이다. 이 공문을 읽고 또 읽었다. 읽는 동안은 너무 행복하니까. 언젠가는 이루어질 테니까. 그 언젠가는... 노래 '오버 더 레인보우' 가사처럼.
'이공이들과 함께 했던 6학년이 너무 좋았으니, 6학년을 또 지원해볼까? 나의 ZOOM 수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볼까?'
'올해는 근무 학교 4년 차 되는 해, 순환 부장제에 따라 부장을 맡아야 하는 해. 씩씩한 선생님만 6학년을 할 수 있는데, 하물며 6학년 부장이라니! 나의 깜냥을 나도 알고, 교장, 교감선생님도 아신다.'
'1학년을 지원해볼까? 담임 선생님을 제일로 아는 귀여운 병아리들,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사로서 자신감도 뿜 뿜 장전시키고, '어린이의 세계'를 다시 경험하며 나의 교사로서 정신상태도 다시 개조시키는 건?'
'1학년이 교재 연구나 학생상담 면에서 6학년보다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훨씬 더 고되다. 1학년 담임 선생님은 때로는 엄마의 역할을, 때로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ZOOM 수업은 교실 수업보다 준비 면에서 두 세배의 시간과 노력이 더 든다. 1학년은 매일 등교. ZOOM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 이번에는 1학년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에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아이들이 집에 간 후에는 부장 업무에 최선을 다 하자. 그렇게 부장으로서 1년을 버텨보자.'
그리하여 학년 희망 칸에 1순위 1학년, 2순위 6학년, 3순위 2학년을 써냈다. 그리고 업무분장표를 한참을 들여다보고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 같은 '진로교육부장', '안전교육부장'을 부장 희망 칸에 순서대로 써서 교감선생님께 갖다 드렸다.
2월 8일 오후 2시 30분
ZOOM 교직원 회의에서 교감선생님이 2021학년도 담임 학년과 업무분장 발표를 했다. 공유 화면으로 띄워 주셨다. 가슴이 콩닥콩닥. 오직 내가 몇 학년을 맡게 되었는지, 어떤 부장이 되었는지... 내 이름이 있는 곳만 찾아댔다. 그 순간에는 다른 선생님들이 어떤 학년을 맡았는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찾았다! 안전교육부장을 겸임으로 하는 '1학년 부장'.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 교감, 교장 선생님이 학년 배정과 업무 분장을 정하는데 애로 사항이 무척 많았으며, 2021학년에는 더 좋은 교육을 위해 애써보자는 내용의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는 '올해는 참 다. 행. 이. 다.'라는 생각만 맴돌았을 뿐.
마음이 진정되니 슬슬 다른 선생님들 상황이 궁금해졌다. 작년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에서 우리가 합의했던 학년 배점제에 따른 담임 배정 원칙이 지켜졌는지, 업무 희망 칸에 그 누구도 적어내지 않았을, 3D 학교 업무를 올해는 누가 맡게 되었는지, 순환 부장제에 따라 나처럼 올해 부장이 되었어야 할 선생님들이 과연 어떤 부장을 각각 맡았는지. 담임 배정과 업무분장표를 각각 출력을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