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n 딱 그 만큼

나는 공동육아 조합원입니다 2

by 예농

나는 현재 두 개의 공동체에 몸담고 있다.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선택한 공동육아 협동조합과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직장, 모 초등학교. 올해 교사로 15년차, 공동육아 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4년차이다. 오로지 교사로 살았던 때는 잘 보이지 않던 학교 안의 불합리한 요소들이 조합원의 눈으로 바라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내 머릿 속에 물음표가 생겼다.

'학교는 왜 협동조합처럼 운영될 수는 없는걸까?'


작년 겨울 두 공동체에 각각 큰 사건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공동육아 협동조합 조합원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겼다. 근무 학교에서는 학년, 업무 배정이 원칙없이 이루어졌다. 둘 다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분열이 일어났다. 그러나 두 사건이 각각 해결되어가는 과정이 확연히 달랐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중심에 내가 있었다.


# 장면 1 : 파란하늘 공동육아 방과후 협동조합


지난해 12월 22일 조합원 단톡방에 포비 이사장의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휴원 공지에 관한 글이었다. 이사회가 오랜 기간 동안 고민을 했으며, 12월 23일부터 1월 1일까지 휴원은 하되, 긴급 돌봄은 할지 말지에 대해 1월 3일 이후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9월에 한차례의 전면 휴원이 이루어졌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근처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가족이나 친척도 없는 맞벌이 가구로서 나와 튼튼이는 멘붕에 빠졌다. 내일 둘 다 직장에 가야 하는데, 하루 전에 이런 통보라니. 세금으로 운영하는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지역아동센터, 키움돌봄센터도 긴급 돌봄은 운영하고 있는데, 수요자 경비로 운영되는 우리 조합에서 전면 휴원이라.


포비 이사장의 글이 올라온 후 아무 답 톡이 달리지 않았다. 많은 조합원들이 나처럼 난감해하고 있겠지만, 코로나 19 사태 이후 맨 땅에 헤딩하며 일 년 간 고전 분투하고 있는 이사회의 노고를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역대급 이사회로 구성되어서 이렇게 탈없이 버텨왔음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건 아니잖아요'라는 답 톡을 달지 않았다. 그렇다고 '알겠습니다', '고생이시네요'라는 답 톡 또한 올라오지 않았다. 길어진 코로나 사태로 조합원들은 피로도가 쌓이고 있었다. 또한 길어진 만큼 반비례로 이사회와 조합원들 간의 소통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서운함도 쌓이고 있었다.


긴 침묵을 깨고 내가 장문의 답 톡을 올렸다. 1월 3일 이후 긴급 돌봄을 할 수도 있다 했는데, 왜 당장 내일부터는 하지 않는 건지, 다른 기관들은 긴급 돌봄을 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할 수 없는 건지, 사회적 협동조합인 우리가 함께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해가면 안 되는지, 전처럼 모여서 회의할 순 없어도 ZOOM에서라도 만나면 안되는지...이런 내용을 썼다. 글을 쓰고 엔터를 누르기까지 쓰고 지웠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조합원 호칭 '씩씩이'는 참 도움이 된다. 내 톡을 보고 '이 사람은 분위기를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조합원들도 톡 옆에 적혀 있을 '씩씩이'라는 호칭을 보고 '이 사람은 원래 씩씩하니까, 자기가 씩씩하고 싶다니까... 뭐 다른 의도야 있겠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 톡 이후 여러 조합원들의 톡이 올라왔고, 우리는 서로 다른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정확히 일주일 후 포비 이사장이 제안하는 전체 조합원들의 즉석 ZOOM 만남이 이루어졌다. 함께 한 시간 동안 우린 오랜 공동체였음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이사회는 1월 3일 이후 터전은 휴원 하되 10인 이하의 긴급 돌봄은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 장면 2 : 서울 OO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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