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작년 6학년 이공이들과 ZOOM 수업을 하며 쓴 수업 이야기, '2020 ZOOM 수업을 기록하다' 매거진에 올린 글이다.
<2020년 6월 10일 수요일 첫 등교, 첫 모둠이 만들어지다> 학교 방역지침 상 교실에서 아이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얘기할 수도 없고, 모둠활동을 할 수도 없다. 오로지 개별학습, 전체 학습만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첫 등교일 6월 10일.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했다. 답답한 마스크를 쓴 채 짝꿍 없이 한 줄에 4명씩 모두 5줄로 앉았다. 시험 보는 날처럼. 꼬치에 소시지, 떡, 소시지, 떡을 한 줄로 꿰어 소떡소떡을 만들듯, 한 줄로 나란히 앉아 있는 4명의 아이들을 묶어 모둠을 만들었다. 모두 5개 모둠.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렇게 4명씩 너희는 한 모둠이야. 너희들은 많은 일들을 서로 함께 하게 될 거야." 띄엄띄엄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서로 떨어져 있는 섬 같이 보이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줄로 천천히 연결될 것이다.
<뼈대를 튼튼하게> 어렸을 적 누구나 학교에서 찰흙 만들기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 달리기 하는 사람, 줄넘기하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는 찰흙만으로는 부족하다. 철사와 노끈이 필요하다.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노끈을 감고, 그 위에 찰흙을 붙여야, 튼튼하고 오래가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모둠 세우기가 '뼈대 만들기'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둠이 만들어졌다고 바로 본격적인 모둠 활동을 시작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ZOOM에서 하는 모둠 활동인데. 서로 다른 친구들 간에 불필요한 장벽을 깨뜨리고 서로 친하게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모둠활동을 하는 중에 아이들은 '내 의견은 옳고, 네 의견은 틀려 보이는' 딜레마 상황을 자주 맞이한다. 그러나 얼마 안가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는 균형점을 찾아낸다. 모둠 세우기가 충분히 이루어진만큼, 불균형의 시간은 짧아질 거라 생각한다. 숫자 4개로 합이 4가 되는 덧셈식(○+□+△+☆=4)은 여러 개다. 1+1+1+1=4, 1+1+0+2=4, 2+0+0+2=4, 1+0+0+3=4, 0+0+0+4=4. 아이들 각각을 숫자 1이라고 하고, 모둠 활동 결과(물)를 4라고 했을 때 아이의 성격, 과제의 특성, 모둠 상황에 따라 모둠 활동을 하는 동안 숫자 '1'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모둠 세우기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주도적인 아이 '3, 4', 무임승차하는 아이 '0'은 좀 더 평균값 '1'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때때로 1+1+1+1=4+@가 되는 시너지도 경험하면서...... ZOOM 협력학습을 위한 모둠 세우기 1 (2020.8.25)
일 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팬데믹. 교실 세상이 바뀐 지 이년 째지만,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올해도 난 모둠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3월 입학식 다음 날 자리를 정했고, 모둠을 만들어주었다. 소떡소떡처럼 한 줄의 모둠들이 지금까지 모두 여덟 번 만들어졌다. 1학년 아이들이지만, 6학년 아이들처럼 모든 게 가능했다. 슬기로운 생활의 모둠 토의하기, 즐거운 생활의 모둠 협동 작품 만들기부터 수학 스토리텔링 모둠 연극까지.
뼈대를 더 튼튼하게, 1학년다웁게.
새 달이 되고 모둠이 구성되면, 첫 일주일 동안 모둠 세우기 활동에 최선을 다 했다. 6학년 이공이들보다 시간은 더 걸렸지만, 효과는 배로 나타났다. 스펀지처럼 쭉쭉 빨아들인다. 잘했다고 스티커를 주거나, 상품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늘 최선을 다 해낸다. 1학년다웁게.
모둠 이름 정하기, 모둠 구호 정하기, 협력 놀이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빼먹지 않고 늘 했던 것이 있다. 바로 모둠 함께 그리기.
모둠 함께 그리기
'내 안에 나무' 그림책으로 한글이랑 소풍 가기 수업을 하고 모둠 나무와 모둠 이름이 정해진 다음 날, 첫 줄에 앉은 모둠 1번에게 A4 종이 한 장을 주었다. 모둠 이름 주제에 맞게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게 하고 시간이 되면, 뒷 줄에 앉은 모둠 2번에게 종이를 넘기게 했다. 생동감을 주기 위해, 9분으로 맞춘 타이머를 TV로 보여주었다. 한 사람당 1분 정도 시간을 주니, 두 턴 정도 돌 것 같았다.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리면 돼."
시작 전, 이렇게 말을 했어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림 그리는 친구 옆에 서서 참견하는 아이들이 하나 둘 생겼다.
"그 누가 어떤 그림을 그리건, 간섭은 금물! 쉿!"
시간이 절반 지나니, 그림에 솜씨가 있는 아이들은 대담하게 선을 그어 나갔다. 그림에 자신 없는 아이들은 색을 칠했다. 아이들은 눈빛으로 안다, 서로의 역할을. 마지막 1분 정도 시간이 남았을 때 아이들 한 두 명씩 자리에 일어나 교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들뜨는 아이들.
"마음에 풍선이 가득 차 있네. 한 100개쯤! 자, 이제 풍선 좀 꺼뜨릴까?"
이제는 발표할 시간.
함께 그린 모둠 그림을 칠판에 하나씩 붙여놓고, 무엇을 그렸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하게 했다. 멀리서 보면, 그렇고 그런 나무 그림들 같았는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숨은 뜻이 담겨있었다.
남학생 셋이서 알콩달콩 기싸움하며, 하나가 되다, 셋이 되다를 반복하고 있는 '은행나무의 빛' 모둠. '알록달록 왕벚나무'였지만. 5모둠에게 '알록달록'을 양보해 준 '무지개 왕벚나무' 모둠. 나무 기둥을 무지개로 그렸다. 방송 마이크를 나무 옆에 그린 '방송하는 반송나무' 모둠. 이젠 언어유희까지. 학교 텃밭 옆에서 이름 모를 나무를 발견하고 주목과 향나무를 닮았다고 주향 나무라 이름 붙인 '빛이 나는 주향 나무' 모둠. 아이들은 왜 이리 '빛'이라는 낱말을 좋아할까? 급하게 종이를 넘겨받다, 나무를 거꾸로 그렸지만, 나무는 물이 꼭 필요해서 연못을 그려 넣었다는 '알록달록 가을나무' 모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