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랑 소풍가기 6

작가 미야자와 겐지에게 이 수업을 바칩니다

by 예농

차가운 유리 망토를 걸친 북풍이 오기 전에

우리 학교에는 여덟 그루의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다. 운동장 놀이터 옆에 다섯 그루, 동산관 근처에 세 그루. 그중에 은행 열매가 맺는 것은 놀이터 은행나무 두 그루뿐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꿀렁이들과 놀이터에 갈 때마다 은행 열매가 잘 자라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11월이 되자 은행잎이 노래지기 시작했다. 은행 열매도 하나둘씩 떨어졌다.

차가운 유리 망토를 걸친 북풍이 오기 전에,
아이들이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리기 전에,
그림책을 읽어주어야 할 텐데...


지난여름, 미야자와 겐지의 그림책 '은행나무 열매'를 읽게 되었다. 책을 덮었지만, 여운이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그림책 한 권의 힘이 묵직이 전해져 왔다. 쌍둥이에게 읽어 주고, 남편 튼튼이에게도 읽어 주었다. 평소 내가 공감하는 것들에 잘 공감하지 않는 남편 튼튼이도 이번엔 달랐다.

"대단한 것 같애. 인정."

"올해 나의 수업 연구에 대한 답을 준 것 같아. 이 그림책이."

'동 동 동 프로젝트' 나의 수업을 6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에 담느라 진을 빼고 있었다. 그런데 이 그림책 작가 미야자와 겐지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미 오래전 이 그림책 한 권에 오롯이 담아냈다.

"마지막 한글이랑 소풍 가기 수업을 이 그림책으로 해야겠어. 그분에 대한 나의 경의야."

튼튼이가 헛웃음을 쳤다.


북풍이 다녀갔다, 벌써

11월 둘째 주 주말에 세찬 비가 내렸다. 교문에 들어서 놀이터를 바라보니, 은행나무들이 모두 벌거숭이가 되어 있었다. 그림책 내용처럼 북풍이 다녀갔다. 아!

동산관 앞 뜰에 들어서니, 거기 은행나무에는 은행 잎들이 좀 남아있었다. 동산관이 주말 사이의 북풍을 막아주었던 거다. 다행이었다. 비록 은행 열매가 없는 수그루일지라도.



한글이랑 소풍가기 마지막 수업: 은행나무 열매

내 수업을 기억하기 위해 녹음을 했다. 글로 옮긴 것을 여기에 싣는다.

은행나무 열매 (미야자와 겐지 글/오이카와 겐지 그림/박종진 옮김/ 여유당 출판사)
하늘 꼭대기는 차갑고 차가워서 단단하게 담금질을 해댄 강철 덩어리입니다. 그리고 별이 가득합니다. 그렇지만 동쪽 하늘은 벌써 연한 도라지 꽃잎 같은 오묘한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새벽하늘 아래, 한낮의 새들조차 가지 않는 높은 곳을 날카로운 성에 조각이 바람에 실려 사락사락 사락사락 남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아주 희미한 그 소리가 언덕 위 한 그루 은행나무에게도 들릴 만큼 맑고 투명한 새벽입니다...

씩씩이샘: 어, 어려워. 왜 이렇게 어려워. 쉽게 얘기해서 지금 뭐라는 얘기예요?

꿀렁이들: 몰라요. 몰라요.

씩: 새벽이라는 얘기야. 별이 가득했는데, 이제 새벽이 와서, 저 끝에 있는 동쪽 하늘부터 도라지 꽃잎 같은 그런 빛깔로 물들기 시작했다는 거야.

원진: 이거 시인이 그린 말 아니에요?

씩: 시인이 그린 것 같지? 이렇게 글을 아름답게 써서 미야자와 겐지를 좋아하는 작가가 굉장히 많아요. 선생님도 그중에 한 명이예요. 어떻게 해가 뜨는 장면을 동쪽 하늘에 도라지 꽃잎이 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준성: 선생님이 좋아하는 사람은 도대체 몇 명이예요?

씩: 많아요. 그중에 준성이도 포함되어 있어요. 이 계절이 무슨 계절이란 얘기야?

꿀: 가을, 가을, 가을....

씩: 힌트, 다시 들어봐. 하늘 꼭대기에는 차갑고 차가워서 단단하게 담금질을 해댄...

꿀: 겨울, 겨울....

씩: 강철 덩어리입니다. 하늘이 강철 덩어리래.

꿀: 나 알겠다. 겨울이요!

씩: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전, 바로 지금이에요.



은행나무 열매들은 한꺼번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이 바로 여행을 떠나는 날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해 왔고, 어제저녁에 찾아온 까마귀 두 마리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떨어질 때 눈이 빙글빙글 돌지는 않을까."
열매 하나가 말했습니다.
"눈을 꼭 감고 가면 괜찮아."
다른 열매가 대답했습니다.
"아, 맞다. 깜빡했네. 물통에 물을 채워 뒀어야 하는데."

씩: 급식실 가는 걸까? 우리 급식실 갈 때 물통 들고 가잖아. 은행나무들이 급식실 가나 봐.

"나는 물통 하고 박하 물을 준비했어. 좀 줄까? 여행 떠나서 속이 안 좋을 때 한 모금 마시면 좋다고 엄마가 말해 줬어."
"엄마가 왜 난 안 줬지?"
"그러니까 내가 줄게. 엄마를 미워하면 안 돼."

씩: 엄마가 누구예요?

꿀: 은행나무!

그렇습니다. 이 은행나무는 어머니였습니다. 올해는 황금색 아이들이 천 명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이들 모두 한꺼번에 여행을 떠납니다. 어머니는 그것이 너무 슬퍼서 부채 모양 황금 머리카락을 어제까지 모조리 떨구어 버렸습니다.

씩: 우와. 여기서 대게 멋진 표현 나왔다. 어떤 멋진 표현이 나왔어요?

꿀: .......

씩: 선생님이 다시 읽어줄까요? 잘 들어보세요. 듣기 평가입니다.

그리고 오늘, 아이들 모두 한꺼번에 여행을 떠납니다. 어머니는 그것이 너무 슬퍼서 부채 모양 황금 머리카락을 어제까지....

꿀: 황금머리.

부채모양.

부채모양 황금 머리카락.

씩: 그렇죠! 부채모양 황금 머리카락이 뭘까?

꿀: 낙엽! 은행잎!

씩: 미야자와 겐지는 어떻게 은행나무잎을 부채모양 황금 머리카락으로 표현할 수가 있지?

서인: 제가 한다면, 그걸 눈물이라고 표현했을 거예요.

씩: 서인이가 표현했다면 눈물이라고 표현했을 것 같애? 아.

......

"나는 어떤 곳으로 가게 될까?"
한 여자아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잣말처럼 말했습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은데."
또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좋으니까 나는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
"그렇지만 그건 안 된다고 했어. 바람이 날마다 그렇게 말했어."

씩: 아까는 누가 말해줬지?

꿀: 까마귀요.

씩: 까마귀가 뭐라 말해줬더라?

꿀: 내일 여행 간다고요.

씩: 그렇지. 그런데 이번에는 바람이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없다고 계속 얘기해줬대. 바람이 몇 번 얘기해줬을까?

꿀: 100번!

씩: 100번.

꿀: 1000번!

씩: 1000번.

꿀: 100만 번!

씩: 바람이 대게 자주 오니까 '은행나무 열매는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없어.'라는 얘기를 수천번 수천번 얘기했을 거야.

나무 꼭대기 가장 높은 곳에 있던 남자아이 둘이 말했습니다.
"하늘이 이제 환해졌네. 아, 좋다. 나는 꼭 황금빛 별이 될 거야."
"나도 될 거야. 여기서 덜어지면 북풍이 곧장 하늘로 데려다주겠지."

씩: 북풍이 뭘까요?

꿀: 바람, 바람이요.

씩: 응, 어느 바람? 북! 북! 북풍!

꿀: 구름!

씩: 어디에서 불어오는 바람?

꿀: 위로!

씩:북풍!

꿀: 아래로!

씩: 그렇죠.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래서 바람이 사납고 차가워요.

"북풍은 아닐 것 같아. 친절하지 않으니까. 내 생각엔 까마귀일 것 같아."
"그래. 까마귀가 맞겠다. 까마귀는 정말 대단해. 여기서 저 멀리, 아예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단숨에 날아가잖아. 부탁하면...


원진: 까마귀가 쟤네들 잡아먹는 거 아니에요?

부탁하면 우리 둘쯤은 한 번에 푸른 하늘까지 데려다 줄 거야...

정민: 사람도 먹을 수 있어. 구워서.

씩: 어... 우리 그런 무시무시한 얘기는 잠시 그만.

.......
별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동쪽 하늘은 하얗게 타오르는 것 같습니다.
나무가 갑자기 시끌시끌해졌습니다.
이제 떠날 시간입니다.
......
"큰일 났네. 엄마가 준 새 외투가 안 보여."
"얼른 찾아봐. 어느 가지에 뒀니?"
"잊어버렸어."
"어쩌지? 이제부터 아주 추워질 텐데. 어떻게든 꼭 찾아야겠네."
......
"어떡해. 아무 데도 없어. 정말 어떻게 하지?"
"우리 둘이 같이 가자. 내 걸 가끔씩 빌려 줄게. 얼어붙으면 같이 죽어도 좋아."

씩: 은행나무 열매 외투가 어디로 갔을까?

꿀: 날아간 것 아니에요?

동쪽 하늘이 하얗게 타오르며 일렁일렁 일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나무는 마치 죽은 듯이 가만히 서 있습니다.
별안간 빛다발이 황금 화살처럼 한꺼번에 날아왔습니다. 아이들이 펄쩍 뛰어오를 만큼 눈부셨습니다. 북쪽에서 얼음처럼 차갑고 투명한 바람이 휭 하고 불어왔습니다.
"엄마, 안녕."
"엄마, 안녕."
아이들은 다 같이 한꺼번에 비처럼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꿀: 왜요?

원진: 저기에 내가 있으면 그러지 않을 거야.

씩: 어머나, 북풍 아저씨가 휭 하고 지나갔어요. 은행나무 어떻게 되었어요? 은행나무 열매가 다 없어졌어요. 이제 북풍이 얘기합니다.

북풍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올해도 이렇게 안녕, 안녕, 하는구나."
그러고는 차가운 유리 망토를 펄럭이며 저쪽으로 가 버렸습니다.

씩: 유리로 된 망토래. 자, 마지막 그림에 집중해주세요.

해님은 타오르는 보석처럼 동쪽 하늘에 걸려 슬퍼하는 어머니 나무와 여행을 떠난 아이들에게 온 힘을 다해 눈부신 빛을 던져 주고 있었습니다.



꿀: 끝?

씩: 나뭇가지 끝에 뭐가 보여요?

꿀: 외투, 외투다!

씩: 그 잃어버린 외투가 나뭇가지 끝에 이렇게 옷걸이에 걸려 있었어.

민상: 선생님, 끝났어요?

씩: 끝났어요. 선생님은 이 마지막 그림 있잖아요. 옷걸이 그림을 보고, 북풍이 지나간 은행나무가 다 떨어진 나무를 보고 순간... 순간 먹먹했는데, 너희들은 어땠어? 이 그림책? 그림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자유롭게 얘기해보자.

정민: 외투를 잃어버려서 슬프고, 자기 엄마를 못 만나니까 아쉬울 것 같애요.

서인: 얘들이 다 이별해가지고, 엄마랑 아빠랑 헤어져서... 만나야 하는데, 못 살고 사람들한테 밟혀서 죽을 것 같아요.

민상: 은행나무 열매가 외투를 잃어버렸는데, 은행나무 열매가 악마의 열매 같아요.

씩: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학교 놀이터 가게 할 때, 거기 은행나무 있는 것 알았어요, 몰랐어요?

꿀: 알았어요.

씩:그때 관찰력 좋은 친구들은 바깥놀이할 때, 미끄럼틀만 탄게 아니라 은행나무 열매가 가끔씩 떨어지는 것도 봤을 테고.

수호: 그때 은행나무 열매 주웠어요.

씩: 선생님도 그때 너희들 놀고 있는 것 옆에서 봤지만, 은행나무는 은행나무일 뿐이었어. 선생님한테는. 그리고 가끔씩 길거리 갈 때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진 걸 보면, 피해 다녔어. 막. 으.... 냄새.... 막 이러면서... 선생님만 이렇게 생각했어요?

준성: 네, 맞아요. 저희 맨날 놀 때, OO랑, OO랑, OO랑 만나서 가는데, 엄청 막 뿌려져 있어서 피해 다녔어요.


씩: 그런데 미야자와 겐지 그림책 작가는 이 글을 쓰기 위해서 매일매일매일매일 은행나무를 바라보고, 은행나무가 떨어진 순간 사람들이 피해 다니기 바쁠 때, 아! 은행나무 어머니, 은행나무 아이, 동쪽 하늘의 도라지꽃, 북풍의 유리 망토... 계속 그런 상상을 한 거야. 특별한 마음을 지닌 작가인 것 같애.

지나칠 수많은 은행나무들을 이 그림책 작가는 계속 계속 계속 바라본 거야. 보통 사람들 눈에는 그냥 은행나무였지만, 이 그림책 작가는 똑같은 나무를 보고 이 이야기를 지어냈어. 그래서 그림책 작가들이나 시인들은 특별한 눈과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선생님이 보기에 우리 반 친구들도 그런 눈이 있는 것 같애. 선생님의 착각일까요?

선생님, 저한테는 요. 그런 눈과 마음이 조금은 저한테 남아있는 것 같애요 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

원진: 많이라고 해야죠. 많이.

씩: 그래. 그런 마음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애요. 손 들어보세요. 괜찮아요. 손 팍팍 들어도 돼요.


씩: 선생님이 5월부터 계속 그림책을 읽어주고, 너희들이 가서 그리고 글로 쓰고... 그런 걸 왜 했을까?

꿀: 자연을 배우려고.

한글 배우고....

서영: 자연과 친해지려고.

씩: 또? 선생님이 이런 수업을 왜 했을까?

꿀: 한글도 배우고 자연도 배우는 일석이조!

씩: 선생님은 이 책을 너희들에게 꼭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왜 그랬을까?

꿀: 시인이 되라고.

꿀: 상상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

꿀: 글공부를 더 많이 하라고.

씩: 다 맞아요. 다 맞아요. 이런 모든 자연에도 뭐가 있을까?

꿀: 생명이요.

씩: 맞아!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모든 나무와 꽃들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너희들이 알고, 그것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가지라고. 그래서 이런 작가가 돼서 너희들도 멋진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선생님이 너무 어려운 부탁을 한 걸까요?

꿀: 아니요. 아니요.

서인: 학교가 나무고 내가 열매예요.

씩: 학교가 나무고 서인이가 열매야?

윤성: 선생님이 나무고 내가 열매예요.

씩: 고마워. 선생님이 감동했다. 이제 밖으로 여행 떠나야지.

꿀: 어디 여행이요?

씩: 우리도 여행 가야지. 은행나무 열매처럼.

꿀: 안돼요!




동산관 앞뜰로 은행나무를 만나러 갔다.

은행나무 가까이 자리를 잡은 아이들, 멀찍이 자리를 잡은 아이들... 바람이 쌀쌀한지라 그림을 그리는 손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러다 윤성이가 나를 불렀다.

"선생님, 여기 아기 나무가 있어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정말 아기 나무다. 이 비술나무 씨앗이 떨어져 자라난 걸까? 이렇게 추운데 꽃까지 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이 또 불렀다.

"책상 옆에 버섯들이 자라고 있어요."

정말 버섯들이 폈다. 이 작은 것들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아이들은 자연에서 생명을 보는 눈과 마음을 이미 갖고 있다.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은 작가에게 편지글을 썼다. 아이들과 맞춤법 공부를 조금 하고, 쓴 글을 나누었다.


글 1 # 아저씨는 오래동안 추움을 헤치고 더위를 헤치고 더러워도 한 시간이나 봐도 은행나무랑 헤어지지 않고 책을 만들어서 대단해요. 작가님.

글 2 # 은행나무를 많이 자라게 해주세요. 그리고 은행나무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돌아가셔도 은행나무를 건강하게 해주세요.

글 3 # 미야자와랑 박종진은 대단하다. 책을 시처럼 해서다. 나도 책을 이것처럼 만들거예요.


이렇게 마지막 수업을 했다. 1학기 아홉 번, 2학기 아홉 번... 이렇게 꿀렁이들과 열여덟 번 한글이랑 소풍가기 수업을 했다.



늘 자연을 찾아다녔다

어렸을 적 살던 동네에 큰 산이 있었다.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던 나는 또래들, 동생들과 산에 가서 놀았다. 풀꽃 꺾어 소꿉놀이하고, 기다란 나뭇가지들을 주워 집을 만들곤 했다. 숲 유치원을 공짜로 다닌 셈이다.

지금 사는 동네에도 큰 산이 있다. 공원들도 많다. 쌍둥이들이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대신 동네 공원이나 산에 데리고 다녔다. 이따금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운 좋게 들어간 파란하늘 공동육아 어린이집. 그곳에서 우리 쌍둥이들은 매일매일 남한산, 애기산, 동네 공원 등으로 나들이를 갔고, 내가 놀았던 방식 그대로 놀며 자랐다.

쌍둥이들을 공립 초등학교를 보낼까? 대안학교를 보낼까? 고민을 많이 했다. 푸른 숲 발도르프학교(광주), 꽃피는학교 (하남)등 좋은 대안학교들이 경기도권에 여럿 있었는데, 만만치 않은 학비와 남편 튼튼이의 반대로 포기했다. 대신 주말에 쌍둥이들과 산에 다녔다. 종합장과 그리기 도구들을 챙겨서.

올해 꿀렁이들과 함께 한 '한글이랑 소풍가기' 수업에는 이렇듯 나의 어린 시절과 육아 경험이 녹아있다. 내가 다르게 살아왔다면, 이런 수업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 아이들 이름은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