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갓 입학한 꿀렁이들은 '동동동 한글을 배워요' 수업을 하며 윤동주 동시 동요로 한글 자음, 모음을 배웠다. 5월이 되자 학교 생태 숲에서 하는 '한글이랑 소풍 가기' 수업을 하며 한글 낱말, 문장 쓰기를 배웠다.
나의 목표, 꿀렁이들이 직접 시를 쓰는 것.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좋은 시를 많이 접해야 한다. 그래서 만들었다. 생그래 책.
생그래란?
생. 생태 동시를 외워요 그. 그림을 그려요 래. 내 느낌과 생각을 말해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름을 짓는 일은 늘 설렌다. 꿀렁이들, 동동동 한글을 배워요, 한글이랑 소풍 가기. 그리고 생그래.
생그래로 할까? 생그레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생그레'라 이름 지었다면, '레. 네 느낌과 생각을 말해요.'가 되었겠지.그러나 문법이 맞지 않은 듯 했다. '네'라 반말로 시작하고선 '말해요'라고 높임말로 끝나버린다. 그렇다고 '네'를 '당신'으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
그래. 그래서 생그래.
여름방학이 되자,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여러 동시집을 살폈다. 좋은 동시가 참 많았다. 그중에 생태 동시만 골라 마흔여덟 편을 추렸다.
윤동주 동시 열네 편.
함민복 동시 열한 편.
김금래 동시 여덟 편.
강기원 동시 네 편.
유미희 동시 네 편.
한상순 동시 세 편.
이정록 동시 두 편.
이오덕 동시 한 편.
방정환 동시 한 편.
먼저 생태 동시를 10칸 원고지 양식에 옮겼다. 그리고 각각에 그림을 그리는 공간과 글을 쓰는 공간을 넣었다. 마흔여덟 편을 작업하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생그래 책 내용
이제 표지를 만들 차례. 표지 그림은 딸에게 부탁했다. 딸은 자기가 좋아하는 고양이와 쌍둥이 오빠가 좋아하는 선인장을 가득 그려 넣었다. 마음에 들었다. 스캔을 뜨고, 미리캔버스로 편집을 했다. 겉표지, 속표지 완성!
생그래 책 표지
얘들아, 생그래 하자!
이렇게 만든 생그래 책을 2학기 시작하자마자 꿀렁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생그래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김금래 시 '숙제'로 수업을 했다.
씩씩이샘: 선생님은 오늘 이 시가 마음에 쏙 들어오네. 한번 같이 시를 읽어볼까? 선생님이 1연 읽으면, 너희들이 2연...이런 식으로 번갈아 가며 읽는거야.
씩: 꽃은
진딧물이랑 살아라
꿀: 배추는
배추벌레랑 살아라
씩: 소나무는
송충이랑 살아라
꿀: 바위는
이끼랑 살아라
씩: 잘 살아라
씩: 김금래 시인이 제목을 너무 잘 지었다. '숙제'래. 왜 숙제일까?
꽃은 진딧물이랑, 배추는 배추벌레랑, 소나무는 송충이랑, 바위는 이끼랑...
꿀: 싫은데, 해야해서?
씩: 정답!
너희들에게는 누가 숙제야? 한번 말해볼까?
원진: 아빠요. 아빠가 매일 잔소리해요.
준성: 나는 안 그런데, 우리 누나에게는 내가 좀 숙제일 것 같아요.
윤아: 내 동생들이 숙제예요. 맨날 날 괴롭혀요.
정민: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숙제인데, 왜 그런지는 말하기 싫어요.
씩: 그렇구나. 여기서 퀴즈. 너희들은 선생님에게 숙제일까, 아닐까?
꿀: 숙제요!
숙제겠죠!
씩: 크크크. 정답은 비밀!
이렇게 시 한 편을 골라서 낭송하고, 그림을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쓰면 되는거야.
꿀: 보고 그려도 돼요?
씩: 그것도 좋지만, 그림 일기 하듯이 하면 돼. 글도 그림일기 쓰는 것처럼. 그림도 마찬가지.
2학기 첫 주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편씩 생그래를 해오고 있다.
생. 생태 동시를 외워요.
그. 그림을 그려요.
래. 내 느낌과 생각을 말해요.
꿀렁이들은 매주 한 두 편의 생태 동시를 읽고, 떠오르는 장면을 그리고 자기 생각과 느낌을 글에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