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준치가시'
준치가시
백석
준치는 옛날엔
가시 없던 고기.
준치는 가시가 부러웠네.
언제나 언제나
가시가 부러웠네.
준치는 어느 날
생각다 못해
고기들이 모인 데로
찾아갔네.
큰 고기, 작은 고기
푸른 고기, 붉은 고기,
고기들이 모인 데로
찾아갔네.
고기들을 찾아가
준치는 말했네
가시를 하나씩만 꽂아달라고.
고기들은 준치를
반겨 맞으며
준치가 달라는
가시 주었네.
큰 고기는 큰 가시
작은 고기는 잔 가시
등 가시도 배 가시도
꽂아주었네.
가시 없던 준치는
가시가 많아져
기쁜 마음 못 이겨
떠나려 했네.
그러나 고기들의
아름다운 마음!
가시 없던 준치에게
가시를 더 주려
간다는 준치를
못 간다 했네.
그러나 준치는
염치 있는 고기,
더 준다는 가시를
마다고 하고,
붙잡는 고기들을
뿌리치며
온 길을 되돌아 달아났네.
그러나 고기들의
아름다운 마음!
가시 없던 준치에게
가시를 더 주려
달아나는 준치의
꼬리를 따르며
그 꼬리에 자꾸만
가시를 꽂았네.
그 꼬리에 자꾸만
가시를 꽂았네.
이때부터 준치는
가시 많은 고기,
꼬리에 더욱이
가시 많은 고기.
준치를 먹을 때엔
나물지 말자.
크고 작은 고기들의
아름다운 마음인
준치 가시를
나물지 말자.
* 나물지: '나무라지'의 평안도 사투리
* 아이들 이름은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