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왜 생태시였나
한평생
감자밭에서
고추밭에서
좋은 땅 일구느라
수고한 지렁이
죽어서도 선뜻
선행의 끈 놓지 못합니다.
이제 막 숨을 거둔
지렁이 한 마리
밭고랑 너머
개미네 집으로 실려 갑니다.
- 지렁이의 일생 전문, 안상순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스며드는 것 전문, 안도현
너도 보이지
오리나무 잎사귀에 흩어져 앉아
바람에 몸 흔들며 춤추는 달이
너도 들리지
시냇물에 반짝반짝 은부스러기
흘러가며 조잘거리는 달의 노래가
그래도 그래도
너는 모른다
둥그런 저 달을 온통 네 품에
안겨 주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은
- 달 전문, 이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