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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낀표 Mar 26. 2020

기획자가 본 공간 : 연희동 밤의 서점

누군가의 소울 플레이스가 되기 위해서

소울 푸드, 소울 메이트, 소울 뮤직

'소울'과 명사가 붙으면 '내 마음을 채워주는 무엇'이라는 의미가 되곤 합니다.


방황의 순간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는 정신적인 충족함을 주는 것

공간도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가 될 수 있을까요?


최근 제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소울 플레이스'라고 불리는 곳을 소개받았습니다.

무엇이 그 공간을 '소울' 플레이스가 되게 하였을까요?


기획자의 시선에서 바라보았습니다.


밤의 서점

1. 작은 미술관 - 꽂혀있지 않고 전시되어 있는 책

2. 좁은 공간의 의미 - 방황할 필요 없는 나만의 안식처

3. 취향에 대한 믿음 - 큐레이션의 힘



1. 작은 미술관 - 꽂혀있지 않고 전시되어 있는 책

책장에 꽂혀있는 책은 얇고 긴 책등으로 자신을 보입니다.

그렇게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들은 '하나의 책' 이전에 '책들'로 보이게 됩니다.

서점에 들어는 순간 보이는 '풍경'이 되는 것이지요.


저는 가끔 서점에 들어서면 수많은 책들 사이에 묻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책들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권의 책에 작가의 시간과 정성이 얼마나 들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밤의 서점에서는 그런 책들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책등이 아닌, 전면을 보이고 있는 책

거기다 스포트라이트까지 받고 있죠 (물론 모든 책이 그렇지는 않지만요)

책 한 권의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2. 좁은 공간의 의미 - 방황할 필요 없는 나만의 안식처

작은 공간, 밤의 서점

10평 남짓, 작은 서점입니다.

평 수에 대한 감이 없는 편이지만, 입구에서 끝에 있는 카운터까지 9걸음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입니다.

작은 공간이 가지는 단점은 장수의 부족함이겠죠,

하지만 여기, 이 공간의 강점이기도 한 것 같았습니다.


방황할 필요 없는 곳


출처: 코엑스 홈페이지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 교보문고 책이 많은 곳은 그 나름의 설렘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장서 앞에서 압도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선 오히려 작은 공간에, 많지 않은 선택지가 더 안락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3. 취향에 대한 믿음 - 큐레이션의 힘

pixabay

독립서점이 유행하고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큐레이션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형 서점의 MD 추천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큐레이터에 대한 인간적인 믿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 교보문고

프랜차이즈 서점의 추천 책은 'MD' 즉, 회사의 직원이 추천목록에 올려놓은 책이라는 인식이죠.

하지만 작은 서점의 추천 책은 주인의 색과 향이 그대로 묻어나는 책들입니다.

타깃을 고려해 잘 팔릴 만한 책을 고른 것이 아니라

주인이 좋아하는 책을 골라 추천서를 써 놓습니다.

주인과 취향이 맞는다면 그곳에 정착하게 되는 것이죠.


사람 대 사람이라는 인간적인 교류가 생겨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밤의 서점에 머무는 동안 책방의 주인과 단골손님 간의 친근한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동안 발길이 뜸했던 손님은 대학원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며, 주인에게 자주 들리겠노라 이야기를 하더군요.


경남신문, <이야기가 있는 공간 (38) 마산 창동 독립서점 '산·책'>, 2019.10.03

작은 책방들은 각각의 독서모임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책을 고르고,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죠.


작은 책방이 가진 이러한 인간적인 면모에서 큰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울'플레이스로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들리게 된 연희동의 작은 책방, 밤의 서점

처음 들린 이후로 세 번째 들렸고, 갈 때마다 손에 한 권씩 들고 나오는 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책이 하나의 작품처럼 대우받고,

작지만 안락한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책과 책 사이에서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기획자의 눈으로 본 <밤의 서점>의 매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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