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음식&맛집 랭킹 Top8
<80일간의 신혼여행> 36번째 글.
'스페인 산티아고 음식&맛집 랭킹 Top8'의 두 번째 글이자, 6위 뿔뽀 알 라 가예가(Pulpo a la Gallega).
뿔뽀는 스페인어로 문어를 뜻한다. 이 요리는 정확히 얘기하면 Pulpo a la Gallega(뿔뽀 아 라 가예가)이다. 깔도 가예고와 마찬가지로 갈리시아식 문어 요리를 뜻한다. 도대체 갈리시아식이 뭐길래?
스페인 내에서도 갈리시아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남도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오죽하면 맥주도 갈리시아식이 있다. Estrella Galicia(에스트레야 갈리시아). 재밌는 건 이 갈리시아 맥주가 해당 지역에서만 팔리는 것이 아니라 스페인 전역에서 소비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맛의 고장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럼 갈리시아식 문어 요리는 무엇일까. 요리 자체는 간단해 보인다. 삶은 문어에 삶은 감자를 곁들이고, 올리브유를 듬뿍 뿌린다. 그 위에 소금과 파프리카 가루를 뿌려 마무리한다. 심플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맛있는 것일까.
우선 재료의 차이일 것이다. 갈리시아는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으로, 1,300km에 이르는 긴 해안가를 가지고 있다. 거기서 나오는 해산물은 스페인 내에서도 퀄리티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거기에 해양성 기후와 내륙성 기후가 번갈아 나타나는 길리시아의 날씨는 작물의 맛을 높여준다. 감자는 그런 갈리시아 기후에서 그 자체로도 맛있는 요리가 된다. (출처: Food&Wines From Spain)
거기에 스페인 올리브유는 따로 말할 필요가 있을까? 좋은 올리브유는 스페인 자국의 수요를 맞추기에도 부족하다고 한다. 해외로 수출되지 않는 스페인 올리브유는 그 맛이 비교 불가이다.
이런 재료들이 만났으니, 특출 난 요리사가 아니라고 해도 재료를 잘 조리해서 합쳐 두면 놀라운 맛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어를 삶는 기술이 추가된다. 구리로 만든 냄비에 문어를 삶는데, 빨판을 먼저 데쳐 컬을 살리고, 이후 삶고 식히는 과정을 통해서 최적의 삶기 기술을 발휘한다고 한다.
이런 재료와 맛의 조화 때문일까, 이 뿔뽀 요리는 첫 입부터 놀라움을 자아낸다.
문어가 이렇게 부드럽다고?!
문어숙회를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것, 당연히 맛있다. 그런데,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 여기 스페인 갈리시아에 존재한다. 담백하다. 부드럽다. 거의 녹아내리는 정도의 부드러움이다. 올리브유의 은은한 향과, 마치 도가니를 씹는 느낌의 쫀득하면서도 부드럽게 갈라지는 문어의 식감은 왜 갈리시아가 그토록 맛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몸소 느끼게 한다.
한 입, 두 입, 세 입… 중독된 듯 그 식감을 음미하다 잘 익은 감자가 푹 찔린다. 그릇 바닥에 고여있는 올리브유를 듬뿍 묻혀 입에 넣는다. 짭짤한 소금과 올리브유는 그 어떤 양념도 필요 없게 만든다. 이게 뿔뽀구나, 이게 갈리시아의 뿔뽀구나. 맥주를 시킬 수밖에 없다. 부드러운 맥주를 삼키면, 극락이다.
뿔뽀는 우리가 알고 있던 문어와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이게 정녕 문어인가, 할 만큼 다른 식감과 맛을 지니고 있다. 분명 내가 알고 있는 것인데,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니 새로운 무엇이 되어있는 그것. 뿔뽀 알 라 가예가이다.
혹여나 산티아고 길을 걷는 분을 위해 가볼 만한 집을 하나 추천한다. 물론 여기가 제일 맛있다 이런 건 아니고, 내가 가본 집 중 한 곳을 뽑은 것이다. Arzua라는 마을에 위치해 있는 이 식당은 이름부터 Pulpería,(뿔뻬리아), 즉 문어 전문점이다. 북쪽길과 프랑스길이 만난 이후에 있는 마을이기 때문에 어떤 길을 걷든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4~5일 앞두고 만날 수 있다.
사실 간판에 Pulpería 라고 적힌 곳은 웬만하면 다 맛있을 것이다. 한 가지 지극히 주관적인 팁을 더하자면, 문어를 담아 나오는 그릇이 나무 혹은 자기로 된 곳이 맛집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뚝배기 같다고나 할까?
산티아고 길 위 뿔뽀 식당 - Pulpería Parrillada Europa @Arzua
https://maps.app.goo.gl/Ffm16JKx7skv6LM9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