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낀표 Dec 18. 2023

스페인에선 꼭 샐러드를 먹어보세요.

스페인 산티아고 음식&맛집 랭킹 Top8

<80일간의 신혼여행> 37번째 글.


'스페인 산티아고 음식&맛집 랭킹 Top8'의 세 번째 글이자, 5위 샐러드.




아내는 샐러드를 좋아하지 않았다. 야채의 씁쓸한 맛 때문이기도 하고, 곁들여지는 소스와의 부조화 때문이기도 했다. ‘샐러드는 몸에 좋으니까 먹는다' 였지, ‘요리’로서는 전혀 먹어야 할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스페인에서는 꼭 샐러드를 먹어봐야 한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아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자신했다. 내가 스페인에서 경험했던 샐러드는 분명 아내의 마음마저 열 것이라고. 그리고 실제로 아내는 산티아고를 걸으며 샐러드를 사랑하게 되었다.


대부분 스페인의 샐러드에는 ‘소스’가 없다. 그나마 소스 맛으로 먹는데 그것마저 없으면서 맛이 있냐고? 진지하게 말하건대, 진짜 맛있다.

만드는 법과 재료는 샐러드의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나와 아내가 사랑하는 샐러드는 이렇다. 야채(어떤 야채든 상관없다. 양파가 있으면 더 좋고.), 올리브 절임, 토마토, 그 위에 올리브유 듬뿍, 화이트와인 식초를 뿌리고, 소금. 끝. 여기에 참치까지 올라가면 더할 나위 없다.

산티아고 뿐만 아니라 스페인에선 다양한 샐러드를 만날 수 있지만, 대부분 올리브유, 와인식초, 소금이 기본이다.


산티아고 길 초기에 아내는 샐러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10일 정도가 지났을까? 나는 점심 식사를 위해 들린 식당에서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샐러드를 주문했다. 그 샐러드 역시 위에서 말한 대로 간단한 형식으로 만들어진 샐러드였다.


나의 적극적인 권유에 아내는 ‘샐러드가 샐러드지, 뭐가 그렇게 맛있다는 말이야?’ 하며 의심 어린 눈빛으로 양상추와 토마토를 포크로 찍어 먹었다. 

한참을 씹더니 “음… 신선하긴 하네, 토마토가 달다.” 하는, 아직은 시큰둥하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는 토마토에 그릇 바닥에 있는 올리브유와 식초를 묻혀 참치와 함께 한 입 더 권했다. “식초가 참 새콤달콤하네, 시큼할 줄 알았는데”


첫 식사는 그 정도 반응으로 끝났다. 하지만 아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야채의 신선한 맛과 올리브유의 향, 식초의 새콤함에 더 매력을 느꼈고, 결국엔 식당에 가지 않아도 우리가 직접 만들어 먹기에 이르렀다.


만들어 먹기도 쉽다!

마트에 가면 샐러드 야채 믹스를 1~2유로에 살 수 있다. 여기에 올리브유, 식초, 소금을 뿌리기만 하면 된다. 올리브유, 식초, 소금을 새로 산다고 해도 다 합쳐서 10유로도 안 나올 것이다. 식재료가 정말 싸다.


심지어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야채와 토마토에 올리브유, 식초, 소금을 뿌려 먹고 있다. 물론 뜨거운 태양을 가진 스페인의 토마토와 올리브유, 그리고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화이트와인 식초가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한 번 맛을 알게 되니 아내도 샐러드의 맛에 빠지게 된 것이다.


우리 부부가 입을 모아 스페인 산티아고 길에서 얻은 소중한 것 중 하나로 ‘샐러드의 맛을 알게 된 것’이 있다. 그만큼 스페인의 샐러드는 맛있고, 샐러드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먹은 거의 모든 샐러드가 다 맛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 샐러드 두 가지를 소개한다.


1. 샐러드 / Mesón pulpería O Típico @Vilalba

볼품 없어보이지만, 전통있는 설렁탕집의 김치 처럼 맛있었던 샐러드

뒤에 소개할 츄라스코(돼지 등갈비 직화 구이) 맛집에서 먹은 4유로짜리 샐러드이다. 이미 샐러드에 빠진 뒤라 당연하게 시킨 샐러드인데, 이 때까지 먹었던 샐러드와 비교해서 허접(?)하다고 할 만큼 볼품 없었다.

야채라곤 상추와 양파, 토마토가 다였다. 거기에 올리브유와 식초, 소금을 뿌린, 지나치게 간단하게 만들어진 샐러드였다. 그런데 이게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올리브유는 마치 사골우린 것 마냥 진한 향을 풍겼고, 야채들은 신선할 뿐만 아니라 그새 식초에 절여졌는지, 김치를 먹는 착각마저 일으켰다. 우리는 한 접시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한 접시를 더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https://maps.app.goo.gl/GFctJwL4uveuoWZP9



2. 토마토 샐러드 / El PASO @Abadín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다진 마늘이 올라간 토마토 샐러드

두 번째는 다소 특이한 토마토 샐러드였는데, 얇게 썬 토마도 위에 올리브오일과 식초, 소금, 그리고 다진 마늘이 조금 올라가 있었다.

 맞다, 다진 마늘. 처음 보고, 설마 했는데 진짜 다진 마늘이었다. 바로 이거지! 역시 맛잘알 갈리시아, 다진 마늘을 쓸 줄 아는구나. 새콤한 식초에 짭짤한 소금, 그리고 다진 마늘의 풍미가 더해져 환상적인 샐러드가 되었다.


https://maps.app.goo.gl/MS1nqwEpDb9XaP3FA




샐러드의 참 맛을 알게 해 준 것 만으로도 산티아고 길에서 충분히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 오리엔탈 소스, 랜치 소스 등을 뿌려야만 샐러드를 먹을 수 있다면, 야채와 토마토의 참맛과 올리브유의 건강함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아래 방법으로도 한 번 시도해 보시길. 


양상추, 상추 등 야채 + 양파 + 토마토 + 올리브유 듬뿍 + 와인식초 + 소금 약간

매거진의 이전글 스페인의 뿔뽀를 아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