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영감 - 2024년 6월 24일
호기심 많은 브랜드 컨설턴트가 지난 한 주동안 보고 듣고 읽고 하고 느낀점을 공유합니다.
영화, 책, 음악, 운동, 전시, 유튜브 콘텐츠 등등 넓고 얕은 분야를 부유하며 얻은 영감을 전달할게요!
어쩌면 영감을 줄, 이번 주의 문장
지난 20년간 에디터로 일하며 얻은 가장 소중한 삶의 자산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의미의 최종 편집권이 나에게 있다'는 감각이다.
<에디토리얼 씽킹>, 최혜진
유튜버 빠니보틀과 노홍철씨가 함께 떠난 베트남 여행이 기억납니다.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가 나서 노홍철씨가 크게 다친 일이 있었죠.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빠니보틀한테 영상 잘 찍고 있냐고 물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반은 안쓰러운, 반은 웃는 표정을 지으며 영상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 사고를 받아들이는 노홍철씨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꿋꿋하게 자신은 럭키가이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행운은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이 불행인지, 행운인지를 결정하는 것. 그것이 오롯이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는 감각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에디토리얼 씽킹> 최혜진 / 터틀넥프레스
앞서 '이번 주의 문장'에서 인용한 책입니다. 회사의 선배가 추천해준 책이었는데요. 살짝 미심쩍은(?) 눈길로 보다가 목차를 살펴보고선 바로 결제버튼을 눌렀습니다.
20년간 에디터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컨설턴시를 운영하고 있는 최혜진 에디터가 정리한 '생각하는 법'에 관한 책인데요. 실무적으로 이해하면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컨셉을 만들고 기획서를 쓰는 지에 관한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좀 더 큰 그림에서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법'에 대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목차를 보고 구매를 한 이유는 이 책이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해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읽어보니 인사이트있는 선배에게 노하우를 듣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바로바로 써먹고 싶은 팁들, 적용하고 싶은 태도들이 가득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디어의 단초를 모으는 방법, 동떨어진 사실들을 융합시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방법, 뾰족한 컨셉을 잡는 방법 같은 것들이요.
비단 에디터라는 직업에 국한된 노하우가 아니었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고, 논리적이면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죠.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책을 구성하는 방식에도 눈길이 많이 갔습니다. 작고 두껍지 않은 책인데 여러 책과 전시, 미술 작품, 인터뷰에서 가져온 인용구와 레퍼런스가 빼곡했거든요. 이 책을 읽고나니 저도 본격적으로 제가 읽은 책들의 문장을 차곡차곡 쌓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랄까, 선배의 노하우를 어깨너머 훔치는 그런 느낌으로요.
책을 읽고나서 후배들에게도 추천을 많이 했습니다. 그만큼 얻어가는 게 많은 책이었어요.
<백만장자 파헤치기(Undercover Billionaire) by Discovery Channel>
https://www.youtube.com/watch?v=hqAe1_LPuIY&list=LL&index=4&t=838s
억만장자는 무일푼으로 다시 시작해도 성공할 수 있을까?
조 단위 재산을 가지고 있는 성공한 사업가 글렌 스턴스는 존재를 숨기기 위해 가명을 쓴 채 최소한의 촬영팀과 함께 낯선 도시에 떨어집니다. 100달러 현금과 연락처가 비어있는 핸드폰, 낡은 트럭만 가지고 말이죠. 그리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D-90.
90일 안에 백만달러 사업을 세워야 합니다.
이 유튜브 영상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한 리얼리티 TV쇼 <백만장자 파헤치기> 시즌 1을 요약해서 합쳐놓은 영상인데요. 길이가 무려 2시간에 가깝지만 이틀만에 푹 빠져서 다 봤습니다. 왜 이렇게 재밌게 봤냐면요.
관전 포인트 1) 설득력 있는 기획의도와 참신함
시놉시스만 봐도 흥미로웠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카지노'가 흥미로웠던 이유 중 하나는 능력치 좋은 주인공이 기지를 발휘해서 성공하는 스토리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엔딩은 차치 하고서 말이죠..) 그런데 픽션에만 존재하던 류의 이야기를 현실로 가져온 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억만장자가 무일푼으로 다시 시작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그 비결이 드러나지 않을까? 마치 자기계발서를 쓴 사람이 직접 시범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서 하는 거라면, 프로젝트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 문제도 있을 뿐더러 그다지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되지는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인지,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입을 빌려 기획의도를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무일푼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 이라고 말이죠.
이렇게 나름의 당위성과 설득력을 지닌 기획의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단순 오락거리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꿈과 희망, 긍정적인 자극을 불어넣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하게끔 합니다. (적어도 저는 유튜브를 보고있지만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ㅎㅎ)
관전 포인트 2) 성공한 사업가의 전략과 마인드셋
중간중간 위기를 맞이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글렌은 중요한 순간에 기지를 발휘하며 사업의 토대를 만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포인트가 세 가지 있었는데요. 큰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해결해간다. 성공에 대한 확신과 신념을 가진다. 팀으로 일한다. 였습니다.
큰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해결해간다.
의류 프린트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집 청소를 하면서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고, 가진 돈을 다 쏟아부어서 (그래봤자 몇 십만 원 밖에 안되지만) 풍선과 목걸이, 티셔츠를 산 뒤 축제 때 비싸게 팔아 마진을 남깁니다. 중고 타이어나 중고차를 매입해 청소를 한 뒤 되팔기도 하고, 낡은 집을 사서 리모델링 후 판매하여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자금을 마련하는 한 편, 여러 일들을 하면서 시장을 살펴보고 사람을 모으죠. 의류 프린트 공장의 사장이나 리모델링 업자와도 신뢰관계를 쌓습니다. 함께 일할 사람을 한 명 한 명 모으는 것이죠. 동시에 이 도시에 부족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비즈니스를 구상합니다.
이렇게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나가면서 머리로는 큰 그림을 그리고 퍼즐을 맞춰나가는 것이죠.
성공에 대한 확신과 신념을 가진다.
영상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이 글렌을 믿고 따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월급을 주지 못한다고 하는데도 글렌의 비전을 보고 무급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그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글렌에게서 확신과 신념이 보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의 연출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리더의 태도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엇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주영 회장이 오백원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우리가 조선소를 짓겠다는 포부로 대출을 받아온 사실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팀으로 일한다.
프린트 공장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글렌은 빠르게 사업 자금을 모아 바베큐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일의 규모가 점점 커지며 혼자서는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릅니다. 이 때 자신이 함께 일하며 그 능력을 확인한 사람들을 요직에 배치합니다. 이를테면 프린트 공장의 사장이나 리모델링 업자처럼요.
권한을 위임하고, 오너십을 가지도록 독려하며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가 돌아가게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최근에 읽었던 <Trillion Dollar Coach> (Eric Schmidt 외 / John Murray)가 떠올랐습니다. 그 책에서도 강조했던 내용 중 하나가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이전에 제대로 된 사람이 배치되어 있는지에 신경을 쓰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결국 비즈니스는 적절한 사람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시키고 동기부여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전 포인트 3) 콘텐츠의 스토리텔링
내용과 별개로 콘텐츠의 스토리텔링 능력또한 인상깊었습니다. 승승장구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위기와 갈등을 적절히 배치해서 긴장감과 함께 문제가 해결될 때의 쾌감을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보여줄 때도 시사점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연출을 통해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고 보는 사람의 흥미를 끄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어디까지나 TV 쇼이니까요.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볍게 볼만한 영상입니다. 저는 주로 밥을 먹으면서 봤네요 :)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노래를 마지막으로 이번 주 뉴스레터를 마무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xqYUbNR-c0
Sakanaction이라는 일본 밴드의 <Wasurerarenaino>(잊을 수 없는 것)라는 곡입니다.
시티팝 스타일의 펑키한 그루브를 듣고 있으면 한 여름의 시원함과 아련함이 느껴지는...⭐️ 멋진 음악입니다.
뮤직비디오까지 환상적이죠. 옛날 노래같지만 사실 2019년에 나온 곡이랍니다. 최근에 야놀자 광고의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유명해지기도 했죠.
여름의 후덥지근한 바람과 함께 감상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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