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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웉 Sep 25. 2024

멈춰가다

9월 24일의 기록

 오전 수업이 없는 날이라서 바로 앞의 대전병원으로 외진을 다녀왔다. 처음 손목이 아프기 시작했던 것은 한 10일 전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무리하게 팔굽혀펴기를 하루에 150에서 200개씩 한게 원인이지 싶다. (입대 전의 나는 정자세로 하나도 못했다.) 예전에 비해서 손목이 좀 얇아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다들 내 손목을 보고는 손가락을 한번씩 내 손목 주변에 감아보고 갔는데, 이제는 오히려 내 덩치를 지지하기에는 갸냘퍼보이기도 한다. 10일동안 쉬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통증이 오래 가길래 병원을 찾았다. 군의관님이 손목을 보시더니 대뜸 바깥쪽으로 굽혔는데 나는 아픔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증상이 심해보여서 엑스레이를 찍게 되었고 거기서 뼈 표면이 약간 거칠어진 것이 보여서 보조기와 약을 받아왔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던 것이다. 심지어 딱히 바라지 않았는데도 4주간 손목을 쓰지 말라는 소견서도 써주셨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스물 한 살 때였다면 일주일 쉬고 나았을 손목, 또는 아예 안 아팠을 손목인데 한달간 쉬어야 할만큼 고장이 났다고 생각하니 왠지 서글펐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몸의 세포 수백만개가 죽고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지금의 나와 몇 초 뒤의 나도 다른 것이다. 이런 동적 평형상태는 유지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아주 느리게 시스템이 붕괴되어 간다. 마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져가는 지구처럼. 예전보다 손목이 얇아진 것도 뼈를 구성하는 섬유들이 서서히 사라져간 거라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것보다 더 안 좋은 몸을 끌고 50년 이상을 더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하다. 한편으로는 지금의 몸이 가장 건강하므로 미래는 걱정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자는 생각도 든다. 긴 미로의 끝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만 열심히 길을 헤매듯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그래도 여전히 노화에 대한 슬픔은 마음 한 귀퉁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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