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4 금요일

현재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

by anna

오늘은 아이의 사진 촬영이 있어 연차를 냈다. 오늘을 위해서 이번주에는 더 가열차게 시간을 아껴쓴듯 하다.

만추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길거리의 풍경들이, 특히나 평일 낮의 거리 풍경은 더없이 좋았다. 아이의 생일이 다가올 즈음에 한 번씩 찍는 사진인데도, 해마다 아이의 모습과 풍경이 달라지는게 신기했다. 오늘은 다른 아기들도 많이 찍고 있어서 문득 아이의 그 시절도 떠올랐다. 모든게 조그마하던 그 시절이었는데, 이제는 내 허리만큼 올 정도로 훌쩍 커버린 아이라니.


사진을 찍고 아이가 완구거리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갔다. 예전에 아이를 데리고 버스 타고 한 번 간 적이 있었는데, 완구 거리는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아이들에게는 꿈의 장소 같은 곳이다. 어릴 때는 이것도 저것도 다 사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하던데, 오늘은 한 번 휙 둘러보더니 자기가 사고 싶었던 것 한 개만 딱 골라서 나온다. 아이가 고른 것 중에 천 원짜리가 있었는데 계산하려고 하니, 사장님이 한마디 하신다.


“현금 없어요?”

- 네, 카드밖에 없네요.

“천원인데, 현금을 안 가지고 다녀요?”

- 요새 누가 현금을 가지고 다녀요.

“현금 안가지고 다니는게 자랑도 아니죠”

- 아…네….


계좌이체를 해 달라고 하던가, 카드 계산 말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거다.

물건을 구매하면서도 이렇게 기분이 찝찝할수가 없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이래서 시장은 왠만하면 가고 싶지 않다.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사람도 살 만큼 살았으면 그만 물러나야지요. 죽음은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거늘, 육신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겨 소유물이 소멸된다는 생각 때문에 편안히 눈을 못 감는 것이지요. 죽음을 삶의 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죽음이란 조금도 두려워할 것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대신 내가 지금 이 순간순간을 얼마나 나답게 살고 있는지가 우리의 과제지요. 현재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쓰고 있느냐. 또 이것이 이웃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를 늘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