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7 월요일

내 삶을 돌보기

by anna

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제법 차다. 온몸을 웅크리며 버스를 기다리는 월요일 출근길. 주말을 잘 보내고 또 한 주를 잘 보낼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탄다. 새벽 출근을 시작한 지 3개월쯤 되자 정말 신기하게도 몸이 알아서 일어난다. 그래서 모든 습관을 잡는 데는 10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도 100일이었는데, 선조들도 알고 있었던 100일의 시간) 그럼에도 늦잠 자고 싶은 날이 부지기수이지만, 아직은 새벽 공기를 맞는 게 더 좋긴 하다.


이번 주말도 아이 맞춤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아이를 키우며 처음 해 보는 일도 처음 가 보는 곳도 많은데, 이번 주는 나도 남편도 한 번을 가보지 않은 워터파크를 가봤다. 용인에 있는 그곳. 늘 광고로만 봤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아이 덕분에 둘 다 새로운 경험을 하나 추가해 본다. 아이의 키제한으로 다양한 놀이기구(?) 타는 것은 제한이 있었지만, 아이는 그럼에도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


돌아오는 길에 이야기를 하다가, 반려인이

"딸아, 너는 엄마 닮았지?"

- 아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

"그럼 누구 닮았는데?"

- 엄마, 아빠 다 닮았지.


아이의 답변에 할 말을 잃게 된 우리 둘. 반려인에게 질문이 올바르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이의 답변에 가끔씩 나도 머리를 띵하고 맞는 순간이 있다. 어떤 편견과 복잡하고 고정된 생각 없이 그대로 표현하는 아이의 말들이 세상에 찌든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 순간들이다.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그래서 법정 스님은 살면서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늙음이나 죽음이 아니라 녹슨 삶이라고 했다. 항상 녹슬지 않도록 내 삶을 돌봐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