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
요즘은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잘 되어 있다.
내가 사는 곳도 헬스장과 사우나가 있어 관리비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이용할 수 있다. 요 며칠 날이 너무 추워지니 몸도 으슬으슬하고 아이를 씻기기도 해야 하니 사우나를 가는 건 나에게는 육아의 일거리 하나가 줄어들 수 있는 찬스랄까.
사우나는 참 재미있는 공간이다. 특히 동네 사우나라면 아마도 더 그럴 듯.
늘 오는 분들의 얼굴들이 낯익고, 나이 지긋하신 분들끼리 대화를 하는 걸 옆에서 듣다 보면 그분들의 친화력에 매번 감탄하게 된다. 어제는 왔었냐, 살이 얼마나 빠졌냐, 어디가 아프다 등등. 사우나에서 오가는 각 집집마다의 이야기들과 단체 칡즙 주문까지 오고 가며 서로를 '언니, 동생'하는 관계로까지 발전하는 이야기들이 사우나라는 공간이 가져다주는 힘일까.
사우나에서 땀을 빼며 아주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오춘실의 사계절 (김효선)> 책이 생각났다.
우리 가족이 겪은 불행은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불행과 다르지 않아서 털어놓고 나면 별것도 아니었다. 한참 수다를 떨고 개운해진 얼굴로 엄마는 사우나에서 나왔다.
그곳에서 한참을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 할머니들도 그 공간에 털어놓고 나면 별것도 아닌 것이 되니 그 나이쯤 되면 사우나라는 공간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어쩌면 몸을 서서히 데우듯이 마음도 서서히 데워주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이가 들면 사우나라는 공간에서 만난 누구에게라도 쉽게 말을 걸며 이야기할 수 있을까 라며 잠시 상상해 봤다. (아마도....나는 어렵지 않겠나 싶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