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3 금요일

잠들기

by anna

요즘 등원 일등하겠다며 새벽에 일어난다는 아이가 수면 시간이 부족했는지 어제는 조금 이른 시간에 잠이 들었다. 덕분에 나와 반려인은 오래간만에 '평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사치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 집 작은 사람은 영아기 때부터 늦게까지 잠들지 않아서 나와 반려인에게 아이와 잠들기는 일종의 미션이다. 통잠을 자기 시작하는 생후 100일의 기적도 우리 집은 해당사항이 없었으며 아이는 세돌이 조금 지나서야 통잠이라고 할 만한 밤잠을 자기 시작했다. 어제저녁처럼 잠투정 없이 잠이 든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이가 제법 컸다고 느껴지는 지점은 예전처럼 잠드는데 힘이 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잠들기와 관련해서 어제자 김종원 작가의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에 나온 글이 생각났다.

아이들이 쉽게 잠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나이 때는 잠자는 것을 죽음과도 같다고 생각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잠들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자야 한다.


아이가 죽음을 생각해서 무서워한다는 말은 너무 단순화한 비유라고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작가의 요지는 아이 재우고 미뤄둔 일을 하겠다는 부모의 마음을 아이가 알게 되어 쉽게 잠들지 않으니 부모는 해야 할 일을 잊고, 아이와 함께 잠드는 시간에 집중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어제 일찍 잠든 아이는 출근 준비하는 새벽 시간에 눈을 떠서 내 옆으로 조용히 왔다. 아이를 안아줄 때의 그 몽글몽글함과 아이의 체취가 금요일 출근길을 따뜻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