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7 화요일

일기와 감정

by anna

최근에 아이가 그림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작년에 그림일기 노트를 살 때만 해도 관심이 없었는데 갑자기 써보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했다.


간단히 한 문장이라도 쓰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이는 할 말이 많은지 그림일기 노트 한 페이지(네모 칸으로 되어 있어 실상 2~3 문장으로 쓰면 채워진다.)를 채우고 옆에 그림도 가득 그려 넣었다. 30분 내외 아이가 조용히 집중해서 쓰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이 나의 평일 저녁 풍경에 하나 추가되었다.


아이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후다닥 노트를 펼쳐본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한글을 또박또박 눌러쓴 글이 재미있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받침은 많이 어렵지... 그렇지... 발음 나는 대로 쓰게 되지... 등등. 혼자 읽어 내려가면서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지만 소리 나는 대로 적은 아이의 한글 쓰기가 뭔가 어설프면서도 정감이 간다.


아이가 쓴 노트를 보는데 (물론 아직 아이니깐) 아이의 어휘가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좋았다. ~해서 재미있었다"로 마무리되는 일기에서 내가 아이의 어휘를 확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제 우연히 보게 된 '초등생활 길잡이'류의 영상에서 팁을 하나 들었는데 바로 '감정카드'를 활용해서 일기를 써보는 거다. 마침 또 집에 3년 전쯤 사둔 '감정카드'가 김장이 되어가려고 하던 찰나였는데, 이렇게 활용을 할 수 있다니 나에게는 일석이조 아닌가.


아이에게 카드를 하나 골라보라고 했다. 아이가 고른 카드는 '고마운'이었다. 고마운 이 무엇일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이 카드 단어가 들어간 문장으로 일기에 한 번 써보는 거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아이는 알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일기를 보니 아직 이해하기 어려웠나 싶었다. ^^;;


성인인 나도 감정을 표현할 때 표현하는 단어들이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거 같다. 아이는 가끔씩 나와 반려인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으면 감정을 물어본다. "엄마, 화났어? 삐졌어? 기분이 안 좋아? 그냥 그래? 좋아?" 아이가 표현하는 감정의 그릇 만큼이 딱 나의 감정그릇인 거 같아서 이번 기회에 나도 감정을 조금 다양하게 확장해서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어떤 일기를 쓸지 궁금해지는 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