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2 월요일

몸은 기억한다.

by anna

주말을 보내고 나니 2월이 시작되었다.


지난 주말은 아이와 함께 두 번째로 스키장을 가게 되었다. 지난번과 달라진 점은 새로운 스키장이었다는 점과 이번에는 나도 아이와 같이 스키 레슨을 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이 혼자 곤돌라를 타고 스키를 탈 수 없으니 레슨을 받게 했는데 자유스키를 타려면 보호자가 1명 동반해야 하기에 내가 함께 하기로 했다.


두려웠다.


초등학생 때 스키캠프에서 잠깐 배웠던 경험과 성인이 되어 한 두 번 타본 게 전부인 나에게 몇 십 년이 지나 다시 스키를 탄다는 게 쉽지 않았다. 넘어졌던 기억들이 너무 선명했던가. 뭔가 스키는 힘들었던 기억이 강렬해서인지 선뜻 타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이 혼자 레슨 받게 하고 싶었던 게 내 속마음)


스키 부츠를 신고, 스키를 장착하고 아이와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레슨은 바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서 시작했다. 아이 앞에서 무서워할 수 없으니 담담하게 타고 올라갔으나 막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마득했다. 아이와 함께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으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더 힘을 주다 보니 뭔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조심히 슬로프를 내려왔다.


몸은 기억한다.


예전에 몸으로 익힌 동작들이 나도 모르게 나오기 시작한다. 몸의 신경세포들이 예전 스키를 타던 때를 기억하고 나를 이끌어주는 듯했다. 한 번, 두 번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점점 자연스럽게 내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스키장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정상에 서서 눈 덮인 아래를 바라볼 때의 뻥 뚫린 시원함이 그것이다. (예전에 반려인이 야구장에 가면 뻥 뚫린 시원함을 느낀다고 했는데, 바로 그 느낌이랄까)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서 좋다.


아이와 몸으로 함께 뒹구는 건 아니지만, 함께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서 각자의 속도에 맞춰 내려오는 스포츠라서 좋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같이 타는 가족들도 봤는데 가족 스포츠로 스키가 꽤 괜찮구나를 느꼈다. 반려인은 함께 할 수 없어 아쉽지만, 딸과 함께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참 뿌듯하고 행복했다고 말하는 반려인을 보니 같이 타기를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호 할머니가 되서도 타려면 몸관리 부지런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