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보다는 방법 찾기
아이가 조금 일찍 잠이 드는 금요일, 토요일 저녁 시간이 생기면 반려인과 둘이서 즐기는 일 중 하나는 '드라마 몰아보기'이다. 이미 시즌이 끝나서 모든 회차가 다 올라온 드라마를 골라서 같이 보는데 이번에 한 달여에 걸쳐 함께 본 드라마는 <태풍상사>였다.
다양한 OTT들이 생기면서 드라마의 선택권도 보다 넓어졌다. 제목이나 출연하는 배우들을 보고 재미있을 거 같은 작품들을 고르는데 <태풍상사>는 시작을 할지 말지 고민이 되는 드라마이긴 했다. 재미있다는 후기를 보기도 했지만, 뭔가 90년대 시절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있었던 듯싶다. 딱히 시작할 만한 드라마를 발견하지 못해 <태풍상사>를 시작했다.
매 회차 시작할 때 올라가는 제목 크레디트도 눈여겨보는 부분 중 하나이긴 한데, <태풍상사>의 매회 제목은 그 당시 꽤 유명했던 드라마의 제목들을 각 회의 줄거리에 맞게 선정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했다.
드라마 내용은 주인공 강태풍이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시게 되면서 방황하는 시절을 지나 아버지가 운영하던 무역회사인 '태풍상사'를 살리기 위한 고군분투기이자 주인공의 성장스토리이다. 처음에는 몰입감이 조금 떨어졌었는데 회차가 진행될수록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요소들이 깨알같이 있었다. 그리고 불과 20여 년이 지났을 뿐인데도 꽤 오래전 이야기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맞아, 그때 그랬었지 라며 나도 어릴 적 기억들을 소환하며 드라마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선과 악이 분명하게 나뉜 플롯이라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가능한 지점도 있고, 에피소드마다 그냥 쉽게 흘러가는 상황이 없기도 했으나 그 상황을 강태풍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풀어나갈지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많은 명대사들이 나왔는데, 극 중에서 차선택 차장이 했던 대사가 기억에 가장 남는다.
강태풍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조달청 사업에 도전하려고 하니, 회사 직원들은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안되고 등등 계속 딴지를 건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차선택이 한 마디 한다.
안 하려면 핑계만 생기고 하려면 방법이 생긴다
나도 하기 싫은 일에 대해 핑계만 찾는 내 모습을 종종 마주할 때가 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이 하는 일 중에 안 되는 일은 없는 거 같다. 다만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지름길이 아닌 꽤 우회해서 돌아가야 할 때가 있을 뿐. 하려고 마음먹는다면 방법은 생기는 것 같다. 가끔 나의 나이와 지금의 내 상태에 대해 좌절하기도 하고 스스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가지며 합당한 핑곗거리를 찾아왔던 거 같다. 그래서 차선택 차장이 무심코 던 지 저 대사가 내 마음에 콕 박힌 것일지도 모르겠다.
핑계보다는 방법을 찾는 하루를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