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1 수요일

짜장면

by anna

평일에는 거의 집밥을 해 먹는데, 어제는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갑자기 짜장면이냐 싶은 건 아이 잠자리 독서에서 읽은 그림책 한 권에서 시작했다. <짜장면 왔습니다>라는 책이었는데, 이 책은 주인공 아꿍의 일대기를 통해 짜장면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이 되었으며 한국 화교의 역사에 대해 아이 눈높이로 그려낸다.


책을 보고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나의 의식의 흐름이라니... 그래도 짜장면은 뭔가 추억의 음식이기는 하다. 졸업식날, 이사한 날, 특별한 날 등등 뭔가 특별한 날 꼭 먹어야 하는 메뉴처럼 입 주변에 잔뜩 묻혀 먹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니 말이다.


배달앱을 1년에 두어 번 사용할까 하는데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다. 배달앱을 켜고 가장 빨리 배달이 되는 중식집을 골라 짜장면과 탕수육, 볶음밥을 담았다. 3만 원 정도 나오는 금액으로 저녁의 분주함이 사라졌다. 배달음식이 편하긴 하는구나를 느끼며 막 도착한 짜장면으로 아이와 한 끼를 즐겼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그냥 먹었을 배달음식인데, 왜인지 생각만큼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입이 매우 강한 자극에 노출된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집밥으로 바꾸면서 나의 미각도 자연스레 자연식이 맛있게 느껴지는 상태가 된 것이었다.


이럴 때 인체의 신비를 느낀다. 어떤 자극과 환경에 노출되냐에 따라 우리 몸도 자연의 상태로 적응하려고 한다는 것. 그래서 먹는 재료와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 번 느낀 저녁이었다. 내 몸이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내 몸을 아껴줄 수 있는 한 끼의 습관을 왜 지속해야 하는지 알게 해 준 짜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