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
인별에 과몰입하던 시기가 있었다. 어떤 인플루언서들을 타고 타고 들어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염없이 사진과 짧은 글들 그리고 스토리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문득 바라보게 되었다.
최근에 읽은 어떤 책에서 SNS를 통해 내 아이를 바라보게 되면 이것도 필요한 것 같고, 저것도 우리 아이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 같아 결국 나의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이거 저거 다 하게 된다는 글을 읽었다. 그런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 다 필요한 것만 같던 육아용품들. 지나고 보니 아이가 아니라 내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만들어서 샀던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들이다.
인별은 사용자의 확증편향이 극대화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책의 한 구절을 읽다가 내가 그동안 "확증편향"에 빠졌구나를 인지하게 되었다. 이쯤 되니 확증편향이 궁금해진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자신의 신념이나 가설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상충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심리적 경향)
확증편향이라는 용어는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Peter Wason)의 연구를 통해 학문적으로 정립되고 대중화되었다. 그의 논문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는데, 피험자들에게 "2,4,6"을 제시하고 수열에 따르는 규칙을 맞히라고 했다. 피험자들은 2씩 커지는 짝수라고 가정하고 '8,10,12'나 '20,22,24'라고 물었고 '10,5,2'처럼 자신의 가설이 틀릴 수도 있다는 질문을 던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실제 규칙은 단순히 앞의 숫자보다 큰 수였음에도 말이다. 이를 통해 웨이슨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정보만 찾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후, 레이먼드 닉커스(Raymond S. Nickerson)의 논문을 통해 확증편향이 일상생활, 의학, 법 등 광범위한 분야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심리학 용어로 확고히 자리잡게 했다.
인별과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LLM의 확증편향의 차이는 인별은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LLM은 '듣고 싶은 말'을 해 주는 기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LLM이 나의 상담 선생님이 되고 내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구나... 라며 끄덕거리고 있는 나란 사람. 이제야 조금씩 메타인지를 꺼내본다. 관찰자의 시점에서 나를 구성하는 데이터는 어떤 군집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