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6 월요일

봄을 즐기다

by anna

주말의 비예보는 예보가 무색하게 살짝 흩날리고 말았다.

덕분에 한창 만개하기 시작한 벚꽃 구경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꽃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사람들이 많이 보이던 주말이었다.


이번 주 우리 집은 여름맞이 에어컨 청소를 하는 날이기에 주말 아침 일찍부터 하루가 시작되었다. 건장한 젊은 친구 2분이 오셔서 청소를 시작했다.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자기가 맡은 임무를 착실하게 하는 청년의 모습이 괜스레 기특해 보였다. (명함에 있는 SNS 주소로 들어가니 역시나 열심히 사는 청년이었다.) 나도 나의 위치에서 성실하게 살아내야지.


오후에는 이렇게 좋은 날 집에만 있기에 너무 아쉬워서 꽃놀이를 제안했으나, 아이는 지난번 마트에서 슬쩍 지나쳤던 도자기 만들기 키트를 스티커 다 모은 기념으로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도자기 만들기 키트라니... 정말 예쁜 쓰레기를 만드는 키트인데 아이들이 혹하게 참 잘 만들어낸다. 그 키트는 너무 작게 나오니, 차라리 진짜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하고 나는 아이에게 제안을 했다.


집 근처 당일 예약이 되는 공방을 어찌어찌 찾아서 바로 외출준비하고 출발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간단히 점심 겸 저녁을 먹고 공방으로 갔다. 공방은 예전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 가는 길에 있었다. 늘 다니던 길이었는데, 이런 공방이 있을 줄 몰랐네.


처음 물레질을 해 보는 아이의 눈은 반짝반짝거렸다. 처음 해 보는 작업일 텐데도 아이는 선생님의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해서 만들었다. 한 시간 남짓 시간이 지나 아이를 다시 만나러 갔을 때 아이는 직접 만든 그릇과 컵에 그림을 그려 넣고 있었다. 귀여운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답게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매우 귀여운 그림을 그려 넣었다.


한 달 후에 다시 만날 아이의 작품이 기대된다. 도자기 장난감에서 시작된 도자기 공방 수업을 통해 아이는 소중한 것이 완성되는 시간의 가치와 작품을 완성해 보는 성취감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또 한켜이 쌓아가 보는 우리의 봄이다.


한 달뒤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