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7 목요일

비비드 컬러의 하루하루

by anna

가끔 쇼핑 중독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굳이 지금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판매자의 글을 읽다 보면 지금 당장 구매해야 할 것만 같고 그렇다.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는 아이 물건 구매에 그렇게 중독이 돼있었다. 책이며 교구며 보통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들였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산후우울증을 금융으로 치료한 것이지만, 사람의 관성이라는 게 참 무서워서 한 번씩 그렇게 온갖 이유를 가져오며 금융치료를 할 때가 있다. 그렇게 소비한 것들에 대해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들이 있긴 하다. 차라리 여행을 다닐걸, 차라리 투자를 할걸 등등. 코로나 시절이었다고 위로를 해 보지만 위로가 딱히 되고 그렇진 않다. 그럼에도 코로나 시절보다는 소비의 패턴이나 방향이 조금 더 현명해졌으니 나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게 그나마 고무적이다. 요 며칠 정신없이 바빠서 둘러볼 여유가 없었는데, 아침에 온라인 마켓(?)들을 쓱 돌고 나니 이거 저거 계산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물건 사기도 참 쉬운 세상을 탓해야 하는 것일지, 나의 소비욕구를 탓해야 하는 것일지. 앗차차... 하면서 어느새 카드를 긁고 있는 나란 사람.


{임지영, 멍게의 맛}

말짱한 멍게는 내 입안에 넣었다. 바다 향이 올라왔다. 말캉말캉한 식감이 입에 닿자 시원하고 비리고 짠맛이 느껴졌다. 뒷맛은 썼고 끝내는 달았다. 그 오묘한 맛이 마치 아이를 키우며 마주하는 복잡다단한 감정의 결과 비슷했다. 울퉁불퉁한 피부 안에 꽁꽁 감춰진, 보들보들한 속살부터가 그렇다. 무채색 일상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뻘겋고 샛노란 비비드 컬러가 내 하루하루를 물들이고 있다. 평소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의 세계로 나를 몰아넣는 저 작은 것. 세상 끝까지 화가 치밀다가도 끝내 다정한 화해로 마무리하는 일을 기꺼이 반복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p.106)
"그래도 애들 정서에는 남겠죠." 그래, 기억은 나와 남편이 하면 된다. 아이들은 앞으로의 삶에서 자신만의 제주를 스스로 그려 나가겠지. (p.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