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6 수요일

품에 안긴 아이

by anna

출근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다 보면, 폭풍같이 지나간 어제저녁일과가 스쳐 지나간다. 아이에게 모진 말을 내뱉지는 않았는지, 내 일을 한다고 아이와 눈 마주치는 시간이 없었는지. 아이와 즐겁게 지내다가도 나의 말들이 아이의 귀에는 잔소리가 되고, 잔소리가 듣기 싫다고 이야기하는 아이에게 나는 "너와 다시는 말 안 해"라는 유치한 말들을 허공에 뱉는다. 그리고 냉정한 공기를 마구마구 내뿜는다. 그러면 아이는 슬그머니 다가와 '엄마, 미안해'라며 꼬물꼬물 쓴 편지를 조심히 건넨다. 모진 말을 내뱉은 나는 밍쿠스러워서 시간을 가지다가 아이의 손을 잡고 꼭 안는다. 이런 시간조차 그리워질 날이 곧 올 거 같은 요즘인데, 왜 돌아서면 잊는 건지.


{임지영, 멍게의 맛}

그러니 애를 낳은 뒤에도 내가 그다지 성숙해지지 않은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쓰고 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를 하려고 길게 주절거렸네. (p.79)
하지만 아주 엄정하게 짜증과 화를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던 남편도 몇 시간 뒤 "제발 제발"을 백번 반복하는 재연이 앞에서 누가 봐도 짜증이 연상되는 화를 내고 있었다. (p.85)
다정함에는 체력이 필요하다. 어제도 그만 좀 하라고 소리를 쳐놓고 마음에 걸려 잠들기 전 꽉 끌어안았다. (p.93)
그러다 또 어느 날은 나를 찾아 허공을 더듬는 아이를 품에 안고 엄청난 위로를 받는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안정감이다. 적어도 이 아이에게 나는 쓸모가 있다. 그렇게 아이가 나를 구원해 주는 것 같다. 품에 안긴 아이가 실은 나를 품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