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 월요일

다시 일상으로

by anna

비 내리는 월요일 출근길. 가을장마가 꽤 오래간다.

너무 길어서 행복했던 연휴의 설렘을 간직한 채 일상으로 돌아올 시간이다. 언제나 그랬듯, 연휴 부자가 된 느낌이었으나 시간은 순삭이었다. 하루도 집에 있던 날이 없었던 거 같아 반려인에게 다음에는 그냥 호캉스를 하는 게 나을 거 같다고 했다.


이번 연휴에 나에게는 한 가지 미션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서재 정리. 하루면 끝이 날 줄 알았던 서재는 연휴가 끝난 오늘까지도 아직 진행 중이다. 나에게 고치기 힘든 병이 있으니, 그건 바로 책을 구매하고 쟁이는 병이다. 신문 서평을 읽거나 SNS를 정처 없이 떠돌다가 만난 책 한 권은 장바구니에 담겨 우리 집으로 망설임 없이 배송이 된다. 그렇게 모인 책들이 쌓이고 쌓여 바야흐로 책무덤이 되었다. 아이 책도 많이 사긴 했지만, 이번에 책장 정리하면서 꺼내 놓으니 내 책이 더 많았다는 게 함정!!! 그런데 또 하나의 병이 있으니, 그건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병이다. 그래서 언제 산 책인지도 모를 책등색이 바랜 책들이 책장 사이사이에 숨어있다 발견되곤 한다. 이번 정리를 하면서 몇 십 년 전의 전공 서적들을 드디어, 과감히 버렸다 (매우 큰 결심이 필요했다!!). 그런데 막상 버리고 나니 버린 자리가 비어지고 비어진 자리가 가벼워짐을 느끼니 채움만큼 비움도 꽤 괜찮았다. 이제는 무조건 채우기보다는 비워가면서 채워나가야지… 그나저나 이번 주에는 끝낼 수 있을까….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정끝별 시인은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알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와 불화했다. 밥벌이를 시작하면서 아버지를 이해했고, 밥벌이에 좌절하면서 아버지를 용서했다. 그리고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야 아버지와 화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