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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혁 Jun 23. 2024

경제학 정신

경제학: 인간 행위와 그 결과에 관한 열정적인 탐구


John Maynard Keynes(1883. 6. 5 ~ 1946. 4. 21). The New York Times.


    경제학은 사회인에게 있어 가깝고도 먼 학문이다. 경제를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만, 경제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주식 투자의 성공 비결, 경기 전망, 경제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유용하고 설득력 있는 견해를 제시할 수 있는 교양인도 경제학에 관한 질문에는 침묵으로 답하는 것을 즐긴다. 사실 경제학은 그렇게 복잡한 학문이 아니다. 경제학은 형이상학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타 학문과 다르게 명료하고 현실적이며 따라서 학문을 업으로 삼지 않는 사회인에게도 유용하다. 필자는 이번 글에서 경제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간의 본질은 욕망이다. 인간은 어떤 것을 갈망하고 그것을 쟁취하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함으로써 삶을 살아간다. 자신이 금욕적이라는 주장을 설파하는 사람은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다. 어떤 것을 바라지 않는 인간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다. 친절한 이웃이 떡 하나를 건네준다면, 합리적인 인간이 해야될 말은 상냥한 이웃에 대한 감사의 인사가 아니라 "떡 하나 더 없습니까?"이다. 부분적으로 괘씸하고 본질적으로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망은 우리의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경제학은 자원의 희소성(Scarcity)인간의 합리성(Rationality)이라는 가정을 그 기초로 삼는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나 자원은 유한하다. 공급이 한정되어 있어 야껴 써야 하는 물건을 경제재(Economic goods)라고 한다. 사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자원이 경제재의 성격을 지닌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시간을 들 수 있다. 인간에게 허락된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어떤 이도 죽음을 피할 순 없다. 인생은 단 한 번 뿐이기에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조언은 시간이라는 자원이 유한하다는 경제학적 전제를 자연스레 반영하고 있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원은 극히 한정되어 있기에, 인간은 결국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선택이란 무엇일까? 선택한다는 것은 분명 우리가 바라는 어떠한 목적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바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자원을 활용할지 고민한다는 것은 그것에 관한 비교 기준이 존재함을 내포하고 있다. 이 비교 기준을 통해 우리는 어떤 선택이 좋은 선택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그 기준이란 바로 비용-편익(cost-benefit)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똑같은 편익을 얻거나, 같은 비용으로 더 큰 편익을 누리는 선택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결정이다. 이런효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합리적이라고 간주한다. 엄밀하게 정의하자면, 자신의 목적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사람이 바로 합리성(Rationality)을 가진 인간이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선택의 비용과 편익을 비교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지, 직접 걸어서 갈지 고민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여름의 잔인한 무더위를 피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돈을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직접 걸어서 간다면 돈을 아낄 수 있지만, 시간과 여름 더위의 불쾌함을 그 비용으로 지불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첫 번째로 떠오르는 질문은 선택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일 것이다. 경제학은 목적(ends)이 아닌 수단(means)에 관한 학문이므로 목적에 관해선 이야기할 것이 많지 않다. 경제 모형 상에서라면 소비자는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을, 생산자는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현실의 인간이라면 추구하는 목적이 제각기 다르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지만,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은 스스로의 만족감을 극대화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소비자의 효용과 이윤은 결국 경제 주체들의 만족감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같은 목적을 다르게 기술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질문은 비용의 성격이다. 이전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선택의 문제에서, 필자는 소모되는 시간을 걸어가는 것에 대한 비용으로 제시했다. 언뜻 보기에 이것은 어색해보이는데, 걸어간다고 돈을 소모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만보를 걷는다고 해서 지갑이 얇아지진 않는다. 이것은 일반적인 비용과 경제학적인 비용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일반적인 비용은 실제로 지출하게 되는 회계비용(accounting cost)을 말한다. 반면 경제학적인 비용은 회계비용 뿐만 아니라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것 중 가장 큰 비용을 합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의미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비용의 성격을 가진 것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 바로 기회비용이다. 영화 관람을 예로 들어보자. 회계비용은 영화표를 구매하는 비용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를 관람함으로써 시간이라는 가장 중요한 자원을 비용으로 지출한다. 120분의 영화를 영화관에 앉아 관람하는 대신 친구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거나, 원하는 공부를 하거나 달콤한 잠에 빠질 수 있다. 경제학적 비용은 이러한 간과하기 쉬운 비용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이 진정한 비용을 계산에 포함하지않는다면 합리적인 선택을 분석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설명한 개념을 바탕으로, 이제 우리는 경제학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다. 경제학은 바로 인간의 선택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자면, 경제학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에 대한 탐구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경제학이 돈에 관한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돈(정확히는 화폐가 아닌 부를 의미한다)은 경제학이 연구하는 수많은 분야 중 하나일 뿐이다. 경제학이 정말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그에 따라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이다.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이성으로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 이것이 경제학 정신이며 경제학이 사회과학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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