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승혁 Oct 28. 2021

해상의 절대군주, 전함

전함의 역사


해상전의 제왕

 

     사람들에게 해군의 함선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한다면 십중팔구 해상의 성채, 전함을 떠올릴 것이다. 거대한 연장 주포와 막대한 크기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외심마저 자아내게 한다. 전함은 2차 세계대전 항공모함의 등장과 함재기 전술의 발전 이전까지 해상의 군주로서 군림했다.


     해군의 전투함은 보통 크게 5가지로 구분된다. 전함(Battleship, BB), 순양함(Heavy/Light Cruiser, CA, CL), 구축함(Destroyer, DD), 항공모함(Aircraft Carrier, CV) 그리고 잠수함(Submarine, SS)이다. 이 중 전함은 함대함 전투를 목적으로 설계된 전투함이며, 배수량이 압도적으로 크고 적 해군의 전함을 상대하기 위해 대형 주포와 장갑을 장착했다. 


     2차 대전 미 해군에서는 구축함, 순양함, 전함의 함장은 보통 수상함 출신이, 항공모함의 함장은 항공 대령이 맡았다. 즉 구축함, 순양함, 전함은 수상 전투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수상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겠으나 제일 주요한 조건은 육군의 창끝인 기갑과 마찬가지로 더 두꺼운 장갑과 더 큰 구경의 주포이다. 75mm 포신을 장착한 미 기갑사단의 중형(中)전차 M4 Sherman이 56구경장 8.8cm 주포를 장착한 독일 중(重)전차 Panzerkampfwagen VI Ausführung H1/E(6호 전차 Tiger)의 상대가 되지 못했듯이, 소형 혹은 중형 함포를 장착한 구축함이나 순양함들은, 대부분 전함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물론 구축함이나 순양함이 전함에 비해 체급이 밀린다고 해서 성능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다. 기름을 훨씬 덜 소모하고, 속도가 더 빠르며(일부 고속전함들은 순양함과 비슷한 속도를 내기도 한다. 순양전함이나 USS BB-61 IOWA 전함이 대표적이다) 전대 호위나 대잠 전술, 고속 기동 등 전함이 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대함 포격전에 한해선, 전함을 따라올 수 있는 함급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근대의 전략 무기, 전함

 

     항공모함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는, 전함의 성능과 숫자가 곧 그 국가 해군의 전력을 좌지우지했다. 16, 17세기 대양을 지배했던 대영제국 해군의 힘은 전열함을 기반으로 했다. 타 범선 군함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포문, 큰 몸집은 대형을 이룬 채로 적 함선들과 포격을 주고받는 포격전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게 해주었다. 


1) 영국 해군의 전설적인 제독 Horatio Nelson(1758~1805) 


2) 나폴레옹 전쟁의 트라팔가르 해전(1805). "England expects that every man will do his duty"라는 신호로 유명하다.


     전함의 위세는 근대에서도 여전하였다. 1차 세계 대전 역시 해군의 힘은 전함으로부터 나왔다. 각국은 거함거포 경쟁을 벌였다. 동급의 전함만이 상대 전함을 상대할 수 있었으므로, 강력한 전함을 보유하는 것은 해상권 확보에 있어서 필수적이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유틀란트 해전에서는 가장 많은 수의 전함이 격돌하였는데, 영국 해군 최고의 수훈함 퀸 엘리자베스급 HMS Warspite도 이 전투에 참전하였다.


3) HMS Warspite (1915~1945). 두 차례의 세계 대전에서 대서양을 누비며 종횡무진 활약한 영국 해군의 노익장이다.


4) Battle of Jutland (1916). 영국 측 전함 28척, 독일 측 전함 16척이 동원된 최초이자 최후의 전함 함대 결전이었다.



5) Battle of Jutland. 함포를 겨눈 채 기동 중인 영국 전함들을 볼 수 있다. 영국 측에서 더 많은 사상자를 냈지만, 사실상 무승부로 평가되었다.



6) Admiral of the Fleet, John Jellicoe (1859~1935). 유틀란트 해전 당시 영국 함대를 지휘한 제독이다. 후에 제1해군경에 임명되었다



전함의 몰락


USS BB-55 North Carolina. 당시 미 전함 중 최다 수훈함이다. 미 해군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해상전의 최중요 전력인 항공모함을 보호하는 데 크나큰 기여를 했다.

     전함은 세계가 2차 세계대전으로 전화에 뒤덮이던 1941년까지 해상의 절대적인 강자로서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1941년 12월 7일, 해상전의 판도와 인식을 송두리째 뒤바꿔놓은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다(Attack on Pearl Harbor, 1941).

     진주만 공습은 일본 해군이 선전포고 없이 기습적으로 진주만에 정박해 있는 군함과 진주만 해군 기지를 타격한 사건이다(사실 일본은 '제국정부의 대미통첩각서'리는 선전포고문을 작성해 미국에 보냈으나, 진주만 공격 1시간 이후에나 워싱턴 D.C.에 전달되어 선전포고문으로서 보기 어렵다. 내용도 애매모호한 이 장문은 미국에서 14부 성명으로 불린다). 중일전쟁 당시 중국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실시한 미국의 일본 석유 봉쇄 정책은 유전이 없던 일본에게 있어서 대단히 치명적이었다. 석유는 군함을 움직일 연료가 필요한 해군 뿐만 아니라 전 군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연료 물자이다. 일본은 이에 동남아시아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태평양에서의 미 해군을 제압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 계획이 진주만 기습이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군함으로 직접 타격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항공모함의 함재기를 사용해 기습하였다는 것이다. 해군이 과소평가하였던 항공기인 일본의 폭격기와 뇌격기들은, 거대한 요새인 전함과 순양함들을 바다에 매장시켜버렸다. 전함의 몰락의 시작을 알린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7) 침몰하는 USS Arizona. 진주만 공습을 상징하는 사진이다.

     진주만 공습 이후 해전의 주도권은 항공모함에게로 넘어갔다. 항공모함으로 인해 태평양 전함 전력을 대부분 잃은 미국은 항공모함의 위력과 중요성을 절실히 체감하게 되었고, 정규 항모를 중심으로 한 기동 부대(Task Force)를 편성해 태평양 전쟁 초기의 전력 열세를 항모의 넓은 작전 범위에 기반한 기동 방어로 성공적으로 일본 해군의 공세를 저지하고,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 정규 항모 4척(아카기, 카가, 소류, 히류)을 항공모함의 공격대로 격침시키며 태평양 전쟁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이후 일본이 예상했던 대로, 미 해군은 압도적인 생산력으로 충원된 해군 전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일본 해군을 격파했다. 


8)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의 일본 저지 전략. 호주 방면 남부 쪽은 맥아더 장군이, 중앙 태평양 지역은 니미츠 제독이 담당했다.


9) 미국의 Task Force 58. 홀시 제독이 지휘시에는 38, 스프루언스 제독이 지휘시에는 58 기동부대로 부대명을 수시로 변경했다.


Fleet Admrial, William "Bull" Halsey. 미국의 기동 부대를 이끈 용장이다. 그의 화끈한 성격은 이후 그의 평가를 낮추는 오판을 저지르게 만들기도 했다.


11) Admiral Raymond A. Spruance. 그의 대단한 활약상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인한 탓인지 사람들이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비록 항공모함이 해상전의 주력이 되었다 해도, 전함이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전함의 강력한 대구경 함포에서 나오는 위력은 여전하였기 때문에, 여전히 주요한 전략 무기였다. 만약 항공모함의 함재기를 통한 선제 타격 없이 전함의 사거리 내로 진입해 전투할 경우, 전함을 이길 수 있는 전투함은 같은 전함뿐이었다. 이 때문에 북극해의 여왕이라 불렸던 독일 전함 Tirpitz로부터 북극해 소련행 수송 선단을 보호하기 위해 연합군은 USS Washington과 HMS King Jeorge V 등의 동급 전함을 수없이 출격시켜야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많은 전함이 격침 전과를 올리기도 하였다. 독일 전함 Bismarck는 영국 해군의 자존심 HMS Hood를 일격에 격침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HMS Warspite의 경우 약 24km 밖의 움직이는 이탈리아 기함 Guilio Cesare를 명중시키기도 하였다(이로 인해 워스파이트가 가장 먼 거리의 이동하는 함선에 명중탄을 낸 함선이라고 알고 있는 이들이 많으나, 독일 전함 Scharnhorst 역시 비슷한 거리에서 HMS Glorious에 명중탄을 내어 두 전함 모두 기네스 기록에 등재되어 있다).



12) 독일 전함 Bismarck. 자매함과 함께 영국 해군에 엄청난 위협을 지속적으로 가했다. 


13) HMS Hood. 가장 아름다운 순양전함으로 불리는 영국 해군의 상징이다.


     또한, 체급을 바탕으로 많은 부포와 대공포를 설치할 있어 함대 방공망의 중심으로 활약하며 기동 부대의 주 구성원으로 활약하였다. North Carolina와 South Dakota, Iowa대표적인 우수 방공 능력을 보유한 전함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14) BB-63 Missouri. 한국 전쟁, 걸프전 등 현대 전쟁에서까지 이름을 날린 세계의 마지막 전함이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사일 무기의 발달과 항공기의 발전으로 전함이라는 값비싼 전투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허나 냉전 중 미국 해군에서 소련 함대의 키로프급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이 필요함을 느껴 33노트의 빠른 속력과 강력한 16인치 함포 및 장갑을 갖춘 Iowa class Battleship을 개수하여 잠시나마 운용하기도 하였다. 21세기인 지금 활동중인 전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 해전에서 전함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으나, 역사와 대양은 깊은 잠에 빠져든 강철의 거인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Works cited

Title) New jersey(BB-62). Wallpaperbetter.

1) Birth of Horatio Nelson. History Today.

2) The battle of Trafalgar, hour by hour: what happened and why did Britain win?. History Extra.

3) HMS Warspite. Wikipedia.

4) Battle of Jutland. Wikipedia.

5) British and German navies to mark Battle of Jutland. The Guardian.

6) John Jellicoe. Wikipedia.

7) Pearl Harbor: The Ultimate Guide to the Attack. History on the Net.

8) The Pacific Strategy, 1941-1944, The national WW2 museum. New orleans.

9) The US Fifth Fleet's Task Force 58 the largest single naval formation ever to make battle. Reddit.

10) Halsey - William Halsey Jr. Wikipedia.

11) Raymond A. Spruance. Wikipedia.

12) Bismarck. Wikipedia.

13) HMS Hood. Wikipedia.

14) Missouri III. Naval History and Heritage Command.












작가의 이전글 선택과 강요 사이의 어딘가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