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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n 12. 2024

시기, 질투하면 임신이 된다던데

질투라도 해야 되나

임신 준비를 시작하면서 근래 친언니와 통화를 많이 하게 되었다.


임신 준비를 시작할 때도, 인공수정을 한다고 했을 때도 언니는 걱정을 하며 응원을 해줬다. 울고 웃었던 나의 과정을 남편 외에 자세하게 털어놓은 사람은 언니뿐이었다. 인공수정 2차 실패를 말하고 난 후에도 종종 언니와 통화를 하며 몸 상태와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 놓은 계획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언니가 말했다.


"시기, 질투하면 임신이 빨리 된다고 하던데. 친구들 사이에서 먼저 임신했을 때 질투하고 부러워하면 금방 임신된대."

"진짜? 그럼 나 친구 질투해야 돼?"

"왜 걔만 돼, 나도 임신하고 싶은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근데 그게 돼야 말이지."


시기, 질투하면 임신이 된다는 말은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억이 있었다. 꼭 임신이 아니더라도 주변 지인의 어떠한 성공담을 축하하면서 부러워하면 따라 잘 된다는 말도 있었으니까. 그게 말이 되나 싶지만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한 번 따라 해 볼 법도 하지 않나. 그럼 나도 친구를 질투하고 부러워해야 되나.


솔직히 나는 왜 안 되는 걸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과 점차 자신감이 낮아질 뿐 부러운 적은 없었다. 나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고 임신이 되는 사람은 좋은 행운이 따라 성공한 거라 생각이 들어서. 실패에 대한 슬픔은 사실 깊게 가져가지 않은 편이었다.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편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앞두면 그전의 일은 금방 지우고 다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가는 성향이라.


"나 내일이면 생리할 것 같은데, 여보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모르겠어, 부작용이 있다고 하니까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지."


임신 시도를 위한 다음 단계, 시험관. 나의 도전에 마지막 관문이었던 시험관은 정말이지 제일 하고 싶지 않았고 시술을 하기 전에 제발 임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었다. 인공수정과 비슷하면서도 받는 고통과 부작용이 다르니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복수가 차면 그렇게 고통스럽다는데 내가 그러면 어쩌지?


전부터 우린 시험관은 멀리 떨어뜨린 채 임신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임신을 하고 싶었기에 시험관을 해보기로 생각을 바꿨고 남편은 한약을 먹길 권했다. 결국 뭘 하든 착상이 돼야 되는데 내 몸이 차가우니 먼저 따듯하게 만들고 하면 어떠냐는 의견이라 것도 유혹이 되긴 했었다.


연예인들이 다녀온 유명한 한의원에 가볼까, 웨이팅이 전날 밤부터 시작되지만 그래도 가볼까. 인공수정 2차까지 해보고 안되면 무조건 한약을 먹어보자고 정해왔지만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물혹이 커지거나 생긴다는 후기도 봤고 난임센터 간호사한테 물어봐도 그 부분은 막지 않지만 권하진 않았기에. 그래서 시간을 지체하느니 어차피 시도는 해볼 생각이 있는 시험관을 바로 하고 싶었다.


"나는 할래, 해보고 이것마저 수치가 없다 하면 그만하고 싶어."

"그래, 당신이 힘든 일이라 내가 뭘 정하긴 어렵다. 하고 싶은 대로 해."

"응, 그럼 시험관 도전!"


혼자 주사를 맞고 난임센터를 다니는 나를 보며 남편은 늘 안쓰러워했다. 그런 내가 꺼려하던 시술을 하고 싶다고 하니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반면에 나는 파이팅이 넘쳤다. 이왕 결정한 거 얼른 하고 싶기도 하고 높은 확률에 내가 당첨되길 바라면서. 난임센터를 방문하기 전, 나는 언니의 말을 되뇌었다.


"부럽다, 부럽다. 나도 임신이 됐으면 좋겠다."


이걸 마지막으로 행복한 끝을 볼 수 있길 바라며, 그리고 주치의를 인기 많은 원장님으로 바꿨으니 잘 맞길 바라며. 오전에 무한대기를 깔고 가는 분이라 전보다 1시간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나는 아직 열리지 않은 병원 입구 앞에서 5명이란 대기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도 나름 일찍 왔는데 이분들은 대체 언제 온 거지.


시험관 도전과 함께 긴 대기 지옥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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