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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n 26. 2024

채취한 난자가 19개라니

생각보다 너무 많잖아 유후

난자채취를 하는 날, 남편과 손을 꼭 잡고 난임센터 시험관 시술층으로 바로 향했다.


"오늘은 접수 따로 안 해도 된대?"

"응, 바로 가서 채취하고 후에 수납하나 봐."


몸도 사리고 잠도 잘 자려고 노력하면서 맞이한 채취날. 전날부터 주의사항 종이를 꼼꼼히 살피며 금식 시간과 대략 걸리는 시간 등 예상을 하고 방문을 했다. 내가 제일 첫 번째 차례인지 대기하는 사람은 없어서 보다 조용하긴 했지만 마주 잡은 손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려 전신마취를 해야 하니까.


살면서 전신마취를 해본 적은 딱 한 번, 물혹을 제거한 날 뿐이었다. 마취를 할 때 잠이 안 들면 어떡하지, 하다가 깨면 어떡하지 걱정을 했지만 약물 투입하자마자 꾀꼬닥이었기에 다행이었지만 걱정되는 건 마취 후에 올 후폭풍이었다. 물혹을 제거했을 때도 후유증 남았었는데 난자채취도 워낙 고통스럽다는 후기가 많았으니.


"이쪽으로 들어오실게요."


조금 이따 혼자 위로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남편과 애틋한 인사를 나누고 나는 탈의실에 들어갔다. 난자채취를 하기 전에 화장, 매니큐어, 액세서리, 렌즈 등 금지 사항이 있는데 집에서 다 지키고 온 나는 선생님의 말 따라 탈의를 진행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건, 전체 탈의를 하고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나는 위 속옷을 빼고 옷을 갈아입었다는 것이다. 문제없으면 됐지 뭐.


안내를 받아 회복실에 들어가니 여러 베드가 놓여있었다. 맨 앞에 있는 베드에 누우니 간단한 설명과 함께 수액을 놔주시는데 바늘이 싫어서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걸 꽂아야 마취를 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아프기도 하고 싫은 건 싫었다. 결국에 멍이 들기도 했으니.


거기에 추가로 들어갈 항생제는 알레르기 반응을 검사해야 했기에 다른 팔에 피부 가죽 가까이 주사를 찔러 넣고 약을 넣어야 했다. 얇게 뜨다 보니 좀 아픈데 약 들어갈 땐 더 아프다는 선생님의 말에 나는 으으, 앓는 소릴 냈다. 그리고 진짜로 아팠다. 잘못 찔러서 두 번이나 바늘을 맞이해야 한 건 화가 끓었고.


"이제 일어나시고 시술실로 가실게요."


방문 시간대가 오픈 한 시간 전이라 어느 정도 누워서 대기를 하고 나서야 수액을 끌고 걸음을 옮겼다. 이미 다른 시술 침대와 여러 선생님들이 보이고 마치 여기에 갇힌 것처럼 느껴졌다. 꼼짝없이 하라는 대로 움직이며 자리를 잡고 누우니 실감이 물씬 났다. 드디어 내가 난자채취를 하는구나.


이내 팔다리가 고정되고 눈앞에 보이는 건 가려진 커튼과 눈부신 조명뿐이었다. 긴장된 마음을 덜기 위해 나는 남편의 애칭을 속으로 되뇌었다. 마취하고 나서 혹시 헛소리라도 할까 봐. 괜한 걱정에 수액을 고정해 주는 선생님께 물어봤더니 많지 않지만 간혹 그런 분들이 있다고 했다. 나는 더욱더 남편 이름에 집착했다. 행여 흘러나올 헛소리를 막기 위해.


시술 시작 전, 소독을 먼저 해주는데 이 과정이 아주 불편했다. 아픈 걸 나름 잘 참는 편이라 소리는 딱히 내진 않았지만 느낌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아무런 힘없는 인형이 되어버린 것처럼 축 늘어진 나는 곧 도착한 원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마취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았던 만큼 빠르게 잠이 들었다.


"끝났나요."


누가 날 깨웠는지 모르게 어렴풋이 눈을 뜨자마자 나온 물음이었다.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수액을 고정시키고 있는 선생님에게 끝났다는 말을 들음과 동시에 나는 다시 잠이 빠졌다. 그러다 조금씩 잠이 깨면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벽면에 있는 시계를 보며 눈에 힘을 주었다. 잠이 깨길 기다렸는지 중간중간 와서 확인을 하던 선생님을 나는 잠긴 목소리로 불러 세웠다.


"혹시 몇 개 채취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수액 맞고 계시면 이따가 원장님 오셔서 설명해 주실 거예요."


수액을 다 맞고 가야 하기에 편히 누워있던 나는 내가 평평하게 누워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잠이 깨고 나서 머리 쪽을 더 높여주었는데 복수로 인해 소파에 앉은 것처럼 비스듬히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진통제 때문인지 통증은 거의 없었고 화장실도 무난히 잘 갔다 오고 출혈도 보이지 않았다. 남은 수액을 맞으며 한시름 놓았을 때 원장님이 오고 나는 귀를 활짝 열었다.


"총 19개 난자를 채취했고 여기서 성숙 난자가 얼마나 있는지는 봐야 아는데 일단 많이 채취했어요."


원래 채취 전에 들은 예상 개수는 10-15개 정도였었다. 근데 19개라니. 정말 잘 자라주었구나. 여기서 성숙된 난자만 수정을 시키는데 얼마나 수정이 될지는 모르지만 개수가 많고 공난포는 아니니 그나마 안심이었다. 수액을 다 맞고 나오니 장장 4시간 정도 걸렸고 대기실에 있던 남편은 나를 보자마자 고생했다며 안아주었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든든하던지.


생각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남편에게 자랑을 하며 집에 가는 길,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 몸에 곧 들이닥칠 거대한 후폭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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