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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n 28. 2024

난자를 꺼내니 차오르는 건 복수뿐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

난자채취를 하고 나면 주로 복수가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배가 아파오는 것 같은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나는 조금씩 밀려오는 통증에 새어 나오던 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진 참을만 했었는데. 입안이 바싹 말라오면서 배가 땅기고 휙휙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니 어떤 자세를 해도 약간의 숨이 차고 불편감이 세게 몰려왔다.


병원을 가야 하는 증상으로는 소변이 나오지 않다거나 먹은 양에 비해 소화가 잘 안 되거나 구토, 상복부 답답한 증상, 배가 빵빵하게 차오르거나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질 때 등이 있고 이런 비슷한 증상이 보이면 참지 말고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복수가 빠르게 차거나 복강 내 출혈이 있을 수 있으니.


난자채취 후엔 미역국이 좋다며 전날에 미리 국을 끓여 놓은 남편은 항생제를 먹어야 하는 나를 위해 서둘러 식사를 준비했다. 그런 남편이 고맙기도 하고 마음도 따듯해졌지만 그새 내 집중은 흐트러지고 있었다. 어떤 자세를 해도 통증이 느껴지고 조치를 취할 수가 없으니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밥 먹자. 배는 어때? 앉아 있을 수 있겠어?"

"응, 괜찮은 거 같아."


남편이 걱정할까 봐 온전하게 내비치진 않았지만 사실 밥 먹는 내내 느껴지는 통증은 실로 막연했다. 최대한 버텨내려고 밥도 꾸역꾸역 다 먹고 얘기도 나눴지만 정신은 온통 통증과 불편감에 쏠려있었다. 남편은 병원을 가야 하는지 진통제를 먹어야 하는지 걱정을 했지만 이 정도의 증상은 대부분 겪는 일이기에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잘 수 있으면 자고, 많이 아프거나 하면 바로 전화해."

"알겠어. 걱정 말고 다녀와."


오후 출근을 해야 하는 남편을 보내고 소화마저 되지 않아 누울 수도 없는 나는 최적의 자세를 찾기 위해 소파를 비비적거렸다. 예전에 복강 내 출혈로 피가 위로 역류한 경험이 있어서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잘 알기에 튀어나온 배를 보며 겁이 나기도 했다. 그만큼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다른 때보다 내가 아플 때 제일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다. 주의사항을 듣고 얘기를 해줬음에도 밥을 먹고 나서 조금만 소화시키고 계속 누우라는 연락에 나는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사람이 아프면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나라고 틀을 벗어날 순 없었다. 알아서 하겠다는데 왜 자꾸 누우라고 하는 건지.


"나도 눕고 싶다고."


편하게 대자로 눕고 싶어도 신물이 올라오고 밑에 있던 무언가가 위쪽으로 옮겨서 통증을 부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말처럼 쉬우면 듣기 전에 이미 했을 텐데. 걱정을 하는 남편에게 차마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모든 증상과 감정은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하기에 괜한 우울감마저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퇴근한 남편은 오자마자 내 상태를 살폈다. 오전보다 불어난 배와 그리 좋지 못한 안색, 여전히 불편하고 아픈 통증. 결국 밥을 먹다가 눈물이 터진 나는 남편을 보며 훌쩍거렸다.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지, 이렇게까지 해서 임신을 해야만 하는지. 울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울컥한 감정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남편은 나를 이해하는 얼굴이었다. 내가 지금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얼마나 좋지 않은 생각이 드는지. 길게 가고 싶진 않아서 얼른 눈물을 끊어냈지만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좋은 마음 먹기로 해놓고 우는 모습이나 보여주니 바보 같기도 했다. 너무 약한 존재가 된 것 같아서.


주사의 과정을 다 겪고 끝내 난자채취까지 했는데 이젠 복수로 통증을 느껴야 한다니. 임신을 위해서 내가 선택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구나. 복수의 피크는 다음날부터였다. 잘 때부터 오는 불편과 화장실로 인해 잠도 깊이 못 자고 힘들더니 남산처럼 불어난 배는 살면서 보지 못했던 팽창을 보여주었다.


"통증은 좀 어때."

"어제보다 더 아파."


피부가 늘어날 대로 늘어난 것처럼 거대하게 부풀어서 아랫배와 위가 같이 당기니 먹는 것도, 걷는 것도, 앉아 있는 것마저 힘이 들었다. 동시에 시작된 등과 허리 통증은 말도 못 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몸무게는 늘어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증상이 고스란히 느껴지니 하루가 고통스러웠다. 얼마나 지나야 끝나려나.


그리고 차오르는 복수만큼 예상외로 힘든 건 이온음료였다. 섭취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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