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 모임에서 무심코 내 고민을 꺼냈다.
“나… 작가에 도전해 보려고 해.”
그러자 돌아온 건 가볍지만 묘하게 묵직한 반응이었다.
“야, 네가 무슨 작가가 된다고 그래?”
“그냥 하던 대로 살아.”
“글은 아무나 쓰는 줄 알아?”
친구들의 말은 장난 반, 진심 반이었다.
그 농담이 내 마음 깊숙한 곳을 정확히 찔렀다.
‘정말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예전 같으면 웃으며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오히려 오래 잠들어 있던 ‘쓰고 싶다’는 욕망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
결심은 했지만, 문제는 시작이었다.
막연히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해놓고 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검색창에 ‘작가 되는 법’을 입력했다.
그러자 화면에 쏟아진 건 광고와 정보가 뒤섞인 결과였다.
유료 결제창만 덜컥 뜨고, 내가 원하는 핵심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서강대 평생교육원 브런치 작가 과정’이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모집 인원은 단 10명. 순간, 조바심이 났다.
예전에 평생교육원 강의를 신청하려다 마감돼 놓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또 마감되면 어떡하지?”
망설임 없이 신청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결제가 문제였다.
아무리 페이지를 들여다봐도 결제창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팝업 차단해놨나?’
설정을 뒤져보고, 새로고침을 해봐도 소용없었다.
짜증이 올라왔다.
“그래, 뭐. 이곳만 있는 건 아니잖아.”
그 길로 서울 시내 대학 평생교육원 사이트를 모조리 찾아보기 시작했다.
연세대는 시 창작 위주라서 포기, 한양대는 관련 과정 없음.
홍익대와 세종대는 예술 전공 위주, 서울시 50+는 다소 거리감.
회원가입을 반복하며 들락날락했지만, 마음에 드는 과정은 끝내 찾지 못했다.
마음 한켠에서 ‘휴…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작가야’라는 체념이 올라왔다.
며칠 뒤, 서강대에서 문자가 왔다.
“○○○ 이름으로 30만 원 입금하신 분은 연락 주세요.”
어떤 신청자가 강의명을 빼고 입금만 한 모양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저… 브런치 작가 과정 신청했는데요. 아직 결제를 못 했거든요.”
“아! 입금하시면 등록됩니다.”
그 말에 가슴속 무언가가 ‘훅’ 하고 올라왔다.
잠깐 억울했지만, 등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계좌이체를 했다.
그렇게 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걸로 나도 작가의 세계에 발을 들인 건가?’
벅차오르는 마음에 괜히 스스로가 대견해졌다.
첫 수업 날.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아, 내가 소수구나’ 하는 걸 느꼈다.
남자 수강생은 나를 포함해 단 두 명.
그마저도 한 명은 1교시 후에 포기했다.
초등학교 이후 남학교, 상경계열, 남성 중심 직장에서만 지내온 나에게 이 분위기는 조금 낯설고 쑥스러웠다.
하지만 별하맘 작가님의 수업은 기대 이상이었다.
진솔하고 유쾌했으며, 무엇보다 수강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셨다.
첫날 과제는 두 가지였다.
브런치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싶은 이유는?
그 질문 앞에서 한참을 멈췄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 할까?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
그리고 마침내 떠오른 건 단 하나였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이 평범한 일상이,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나 공감이 될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결국 시작부터 용기였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무엇보다 계속 써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초등학교 시절, 독후감 한 번 당선된 적 없던 나도 이렇게 다시 펜을 잡았다.
아니, 키보드를 두드린다.
지금은 부족하고 서툴지만, 이 기록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작가’라고 불릴 날이 올 것이다.
이 도전이 어디로 향할지 아직 모르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 보려 한다.
그런데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거야?
이제부터 글 잘쓰는 법에 대한 연구도 함께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