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좀 사주세요”…그래도 안 팔리자 결국

by car진심

600만원 할인해도 판매 부진
울산공장 4일간 휴업 결정
미국선 26% 판매 증가 대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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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 공장 전기차 생산 일시 중단 (출처-현대차그룹)


“무조건 깎아드릴게요, 제발 한 대만 사주세요.”


국내 전기차 시장의 현실은 그야말로 처절했다. 최대 600만 원의 파격 할인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는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결국 현대차는 울산 1공장 12라인의 조업을 멈추는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


지난 2월과 4월에도 같은 이유로 멈췄던 이 라인은 올해 들어 세 번째 휴업에 들어간다. 공장 안에서는 ‘공피치’라는 비정상적인 운영 상황이 이어졌고,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생산할 물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판매 부진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세 번째 휴업…계속된 공장 ‘공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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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 (출처-현대차)


현대차는 울산 1공장 12라인에서 아이오닉5와 코나 EV를 생산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 라인에서는 비어 있는 조립라인을 억지로 돌리는 ‘공피치’ 운영이 지속됐다.


조립할 차량이 없는 상태로 공장 기계를 돌리는 이 방식은 극심한 비효율을 감수해야 하는 임시방편이다. 공장 측은 생산라인 직원 전체에 대해 오는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휴업을 시행하겠다는 공문을 노조에 전달했다.


이 공문에서 현대차 측은 “5월 초부터 물량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시장의 수요 침체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휴업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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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 EV (출처-현대차)


아이오닉5의 국내 판매량은 1분기 2585대로 전년 동기(2065대)에 비해 증가했지만, 이는 정부 보조금 조기 지급 효과에 따른 일시적 반등에 불과하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해 같은 기간의 3688대와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한국서 안 팔리는 전기차, 미국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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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출처-현대차그룹)


국내 판매는 부진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지난 분기에만 아이오닉5를 1만1033대 생산하며 가동률 57%를 기록했다. 이 물량만으로도 북미 시장 수요를 충분히 소화하고 남는 수준이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5는 올해 1분기 8611대를 팔며 전년 대비 26%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전기차 시장도 29만 대 이상으로, 전년보다 11% 넘게 성장했다.


업계는 이 같은 변화가 미국 중심의 공급 전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즉,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물량이 북미 현지 생산으로 전환되면서 국내 생산이 줄었고, 이에 따라 울산 공장 12라인의 물량 부족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기아도 예외 아니다…EV6도 수출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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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6 (출처-기아)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의 대표 전기차 모델 EV6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EV6의 올해 1분기 수출 물량은 5528대로, 전년 동기(2만1848대)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기아는 미국에서도 EV6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미국 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V6의 미국 판매량은 3738대로, 전년보다 7.9% 감소했다.


기아는 미국 내 조지아 공장에서 EV6를 1분기 기준 약 2000대 가량 생산했으나, 수요 감소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캐즘’을 넘지 못한 한국의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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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 공장 (출처-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당면한 위기를 단순한 판매 부진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는 여전히 탄탄하지만, 세계 시장의 수요 흐름 변화와 미국의 전기차 정책 변수, 내수 시장의 전반적 침체가 맞물리며 ‘캐즘’을 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는 “미국 정부의 반전기차 기조, 관세 정책 등의 여파로 북미, 유럽, 캐나다 수출 물량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시장 불확실성을 토로한 바 있다.


한편 국내 전기차 업계가 다시 속도를 내려면, 단순히 가격 인하에 그칠 게 아니라 근본적인 소비자 신뢰 회복과 시장 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번 현대차 울산 공장 휴업은 그 경고음이자 상징으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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