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법

by 이선우

기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그곳엔 여전히 알몸의 사내가 웅크리고 있었다.

경찰들도 무전을 치느라, 자원봉사자들도 다른 곳을 수습하느라 잠시 그를 방치한 사이였다. 남자는 담요 밖으로 삐져나온 맨 어깨를 떨며 중얼거렸다.

"추워... 술 줘..."

그때였다.

체육관 기둥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한 중년 남성이 걸어 나왔다. 며칠째 면도하지 못해 수염이 덥수룩한, 실종된 딸을 기다리는 아버지였다.

그는 조용히 자신이 입고 있던 낡은 등산 점퍼를 벗었다. 그리고 떨고 있는 알몸 남자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

김형석은 담배를 피우러 나가려다 그 광경을 보았다. 발이 멈췄다.

최미진도, 박동훈도, 심지어 셀카를 찍으려던 이정우도 그 모습을 보았다.

실종자 아버지는 남자의 옷깃을 여며주며 나지막이 말했다.

"추워 보이는데... 다들 사진 그만 좀 찍지. 사람인데."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화를 내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건조한 한마디는 체육관의 소음을 잠재울 만큼 무거웠다.

'사람인데.'

그 세 글자가 비수가 되어 기자들의 심장에 박혔다. 방금 전까지 '미친놈', '똥', '그림', '단독'으로 불렸던 존재가, 아버지의 점퍼 하나로 다시 '사람'이 되었다.

박동훈은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머리를 긁적였다. 김형석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최미진은 괜히 가방끈을 만지작거렸다. 이정우는 찍으려던 폰을 슬그머니 내렸다.

아주 짧은 순간, 그들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수치심이 그들의 두꺼운 낯짝을 뚫고 들어왔다.

하지만 그 수치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에게 수치심은 사치였고, 생존에 방해가 되는 불순물일 뿐이었다.

"아, 분위기 왜 이래. 마감 시간 다 됐어."

김형석이 침묵을 깨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가자. 밥값은 해야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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