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교수의 이야기(1)

by 금경

지방대학에 근무하는 K교수는 두통이 지병이 되었다. K교수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매일 하루 두 번 신경안정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고 있다. 보름에 한 번씩 타서 먹은 파란 약봉지가 책상 서랍 위에 수북이 쌓여있다. 한 번이라도 약을 거르면 흡사 금단현상이 생기는 것처럼 머리가 띵하고 휑하여 업무를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깜빡 잊고 약을 집에서 가져오지 못했을 때에는 수업시간에 들어가기 전에 크게 쉼 호흡을 하고 체조를 한다. 수업시간 중에는 내내 교탁을 중심으로 서 있으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혹시라도 어지러움증이 순간적으로 일어나서 쓰러질지 모르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러한 K교수의 부적절한 행동을 학생들이 거의 눈치를 채지는 못하지만 K교수로서는 한 시간 한 시간 버티기가 쉽지 않다.

K교수가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면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K교수의 어지럼증 발병은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한창 일 때인 2002년 여름이었다. 야간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도중 머리가 어지러워 발걸음을 떼지 못한 황당한 일이 생긴 이후부터이다. 그 당시 며칠 동안 다소 무리한 일이 있었지만 제대로 걸음을 떼지 못하는 불상사는 가벼운 위통 외에는 평소 지병이 없는 K교수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 날 이후 며칠 동안 K교수는 결근을 하고 이비인후과, 내과, 신경과를 돌면서 정밀검사를 하였다. 의사의 진단을 의역하면 ‘원인불명’이다. “똑같은 증상이 또 나타나면 다시 병원에 오라”는 것이 진단결과였다. 그 이후 K교수는 만성 어지러움증에 시달렸다. 한약과 침 그리고 온갖 민간요법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어지러움증의 증상은 커버를 그리면서 주기적으로 심해졌다가 다소 약해졌다가를 반복했다.

K교수는 몸의 위기를 당하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을 맛보았다. 대개 정확한 병증의 원인이 없을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그 원인이라 한다지만 나중에 더욱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병의 원인이 발견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사태에 생각이 미치자 K교수에게는 더럭 공포감이 엄습했다.

K교수는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모두 상정해 보았다. 기본적으로 네 가지를 자문해 보았다.

“ 내가 만약 머지않아 죽는다면?”

“ 내가 만약 중병에 걸려 직장을 그만둔다면?”

“ 아내가 만약 머지않아 죽는다면?”

“ 아내가 나의 장기간병을 위해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을 그만둔다면?”

네 가지 상황 각각에 대해 답을 내리는 초점은 나 이외의 가족들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것인가에 있었다. 그러나 답은 간단하다. 재산이라곤 34평짜리 집 한 칸과 퇴직금이 전부이다. 이 남은 재산을 가지고 적어도 두 자식이 대학까지는 갈 수 있는지를 계산해 보았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근검절약하면 그럭저럭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또한 “적어도 네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이 동시에 발생하지는 않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K교수는 ‘어떻든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마음을 다져 먹었다.

K교수는 평소 이런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모든 문제에는 해결의 방법이 있다.”

이는 K교수가 젊은 시절 집안이 경제문제로 인해 부모와 5형제자매가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풍비박산이 날 때에 큰 도움을 주었던 던 가스터의 『정신력의 기적』의 첫 장에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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