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모기시점

by 제로진

가끔 모기를 엿먹여줄 심산으로 모기장에 들어가서 가만히 앉아있곤 한다. 그러면 모기는 내게서 엿먹기 위해 모기장의 촘촘한 그물망 위에서 혈향의 출처를 찾는다. 하지만 결코 그 놈들은 내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모기계의 '그림의 떡'인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모기장 안에 앉아 내게로 달려들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는 모기들을 보고 있노라니, 며칠 전 날 밤엔 문득 궁금해졌다.


내게서 대체 어떤 종류의 신선한 피냄새가 진동을 하길래 저 모기놈은 그들의 수천년 종족 역사속에서 인간에게 희생당하며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되었을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하고도 내게로 쉼없이 뛰어들고 또 뛰어드는가? 저 모기에게 나는 대체 얼마나 군침도는 그 무엇이길래 죽음조차 감수할 가치가 있는 목적지가 된다는 말인가?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모기의 감각을 빌려보고 싶다. 뜨거운 핏줄의 응집 그 자체로 느껴지는 나는 어떤 존재일 수 있을까? 날이 갈수록 약간 산송장이 이런건가 싶은 나인데 모기가 이런 내 마음을 안다면, 그리고 그 작고 단호한 바늘이 달린 입으로 의사 표현이란 것을 할 수 있다면 내 손을 꽉 붙잡고 "아 뭔소리야 너한테선 지독하게 뜨겁고 달콤한 피가 흘러. 그것도 온종일! 수천 날갯짓 떨어진 거리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라고 외쳐주겠지. 그들이 느끼고 바라보는 내 모습 그대로를 나 또한 느끼고 싶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모기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보다 덜 생기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기가 부럽고 또 고마워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나또한 욕망하는 향에 취해 저토록 용기 있게 돌진해보고 싶다. 그것이 생애 마지막 날갯짓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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