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 시 사십 분.
윤익 선배는 여전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하루종일 붙잡고 있었던 하반기 각 지점들의 매출 변화표를 결국 완성하지 못한 채 나는 모니터 화면을 꺼버린다. 회사 안에 윤익 선배만을 남겨두고 사무실 문을 나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 층 로비로 내려온다. 인포데스크에서 건물 관리인 하오 아저씨가 머리를 떨어뜨린 채 졸고 있다. 회전문 밖으로 우산을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새 빗줄기는 더 굵어진 듯했다.
우산을 펼쳐 들고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공용 주차장까지 이십 여분을 걸어간다. 회사들이 벌집처럼 밀집해 있는 구역이라 늦은 밤이지만 주변은 전광판 불빛과 건물 밖으로 새어 나오는 빛 때문에 환하다. 편의점, 카페들이 늘어서 있는 거리를 지나간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내 옆을 바쁘게 지나쳐간다. ……?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노란 우산을 쓴 여자가 빠르게 걸어간다. 곱슬거리는 단발머리에 마르고 날렵한 뒷모습이 어딘가 낯이 익다. 싼티! 그녀는 팔자걸음으로 당차게도 걸어간다. 나는 속도를 높여 그녀 뒤를 쫓아간다.
축지법이라도 배운 걸까. 거의 뛰다시피 그녀를 따라가지만, 그녀의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점점 거리 차이가 심해진다. 도로변을 오십 미터쯤 질주하듯 걸어가던 그녀가 가라오케 술집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느끼며 한참 만에야 나도 가라오케 술집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큰길보다 훨씬 어두워진 골목길. 좁고 지저분한 길을 따라 고깃집, 횟집, 술집, 와인 바, 라이브 카페, 레스토랑, 온갖 음식점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사람들도 아까보다 훨씬 북적인다. 고기 타는 냄새, 담배 냄새, 기름 냄새,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로 뒤섞여 있는 시끌벅적한 이곳이 과연 회사 근처인지 의심스럽다.
저 앞에서 걸어가는 노란 우산이 다시 치킨집에서 멈춰 왼쪽으로 꺾는다. 나는 아예 우산을 접고 뛰기 시작한다. 무릎, 신발, 양말까지 모두 젖어버린다. 치킨집 왼편으로 꺾어 들어가자 나는 잠시 당황하여 걸음을 멈추고 서 있다. 야시장이 펼쳐진 그곳엔 아저씨, 아주머니, 꼬마 아이들이 개미 떼처럼 걸어 다니고 있었다. 쓰러지기 직전의 작은 가게들이 떡볶이, 삶은 옥수수, 닭강정, 떡, 전, 야채, 생선, 고기, 쌀……을 팔고 있다.
노란 우산은 저 멀리 시장 한복판 어느 지점에서 사라져버렸다. 나는 시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장 중간 지점까지 걸어왔을 땐 생뚱맞게 낡은 건물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이 층짜리 건물은 외벽에 핑크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조잡하고 허술해 보였다. 건물 외벽엔 댄싱 수영장이라는 간판이 크게 걸려 있다. 호기심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일 층에는 옷가게와 일본식 주점, 반찬 가게, 빵집이 들어서 있고 이 층이 수영장이었다.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오른다.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비닐 가방을 들고 계단을 내려온다.
“저기 총각은 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는긴데?”
“반 년은 넘었지, 아마.”
“아줌마들…… 볼 게 없을낀데.”
“마, 관중도 한 명은 있어야 할 맛이 나제.”
“내도 한때는 저런 머스마들이 내 보겠다고 저래 저래 기다리고 마이 그랬다 마.”
이 층에 도착하니 카운터 맞은편 수영장이 훤히 내다보이는 유리벽 앞에 모자를 눌러쓴 젊은 남자가 정말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슬쩍 남자 옆으로 다가가 수영장 안을 들여다보았다.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수영장은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고 아마 수영장 안에 들어서면 빗소리가 들릴지도 몰랐다. 애초에 수영할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유리 천장을 본 후 나는 바로 카운터 쪽으로 향했다.
“너는 어쩜 이러냐. 도대체 몇 번째 인거야!”
“…….”
“계산을 못하겠으면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좀 찬찬히 하면 될 것을! 저번에도 그러더니 또, 또!”
“죄송합니다.”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단발머리의 소녀가 연신 죄송합니다, 라고 하며 허리를 굽힌다. 깡마른 소녀는 춥지도 않은지 핑크색 반팔 셔츠 하나만 몸에 걸치고 있다. 사장의 언성이 점점 높아져 간다. 사장은, 오늘은 그냥 지나가지 않겠다, 고 단단히 벼른 모양인 것 같다.
“이렇게 계속 계산이 틀려 버리면 난들 너를 믿고 싶어도 믿지를 못하게 되니…….”
기어이 소녀의 볼에서 눈물방울이 도로로 흘러내린다. 사장은 소녀를 혼내느라 내가 수영복 코너를 기웃거리고 있는 줄도 모른다. 나는 카운터 옆 유리로 된 매대에 전시된 수영복을 훑어본다. 나는 매대 안쪽에 놓인 수영복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저기…… 사장님, 이거 얼마죠?”
소녀를 향해 분을 내뿜던 사장이 고개를 힐끗 돌려 나를 바라본다. 진한 화장 탓에 보는 것만으로 너무 부담이 되는 사장의 두꺼비 같은 얼굴.
“어떤 거?”
나는 매대 앞쪽 유리를 손톱으로 톡톡 건드린다.
“저기 중간에 땡땡이 있는 거요.”
“사시게?”
“일단 보고요.”
“사만 원.”
“아…….”
나는 매대 위쪽 벽에 걸린 수영복으로 시선을 옮긴다. 사장은 다시 얼굴을 돌려 소녀에게 쏘아대기 시작한다.
“사장님, 저기…….”
매섭게 나를 꼬라보는 사장.
“벽에 걸린 거 저거는…….”
“뭐뭐?”
“저기 검정색에 민트색 줄무늬요.”
“하아…….”
정말 성가시게 한다는 듯 사장이 깊은 숨을 내쉰다.
“벽에 걸린 건 다 오만 원.”
“좀 작을 것 같아서…… 다른 사이즈 혹시…….”
“저 정도면 맞아! 안 작아!”
“그래도…….”
“새가슴인데 뭘 자꾸 작다고!”
“아. 제가 어깨는 좀 넓어서요.”
잠시 뒤 사장이 포기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사장은 소녀에게 이번엔 운이 좋은 줄 알라며 혼내기를 멈추고 나에게로 와 수영복을 골라준다. 오 분여간을 고민한 끝에 나는 결국 내가 고른 것을 사지 못하고 사장이 추천해준 수영복을 구입했다. 가격은 천 원 깎아서 사만 구천 원. 계산을 하는 중에 소녀가 내게 고맙다는 듯 빨간 토끼 눈으로 내게 윙크를 보낸다. 나는 멋쩍은 미소로 답한다.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
“오늘부터 하시게?”
“계속하려는 건 아니고 오늘 하루만.”
“지금 마감이 삼십 분 남았는데. 괜찮겠수?”
“상관없어요.”
나는 카드를 내밀었다. 사장은 일일권으로 계산을 한 후 내게 사물함 열쇠를 건네준다.
“타월은 있고?”
“아, 그러네요. 그것도 하나 계산해 주세요.”
“서비스니 그냥 가져가요.”
“오, 감사합니다.”
탈의실은 사람 열 명이 들어가면 꽉 찰 듯 좁디좁았고 샤워장 안에는 샤워기 일곱 대가 전부였다. 사장이 나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며 골라준 수영복은, 앞은 흰색이고 엉덩이부터 허리까지는 쥐색이었다. 수영복을 입고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웬 남극에서 붙잡혀온 펭귄 한 마리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수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레인은 세 개뿐이었다. ……역시나 빗소리가 들렸다. 천장에서 빗소리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황홀한 배경음악을 깔리는 수영장이 있다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운 밤하늘엔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나는 빗소리에 취해 물속에서 뻣뻣한 팔다리로 좀비처럼 걸어 다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계를 보니 열한 시였다. 언제 들어온 것인지 소녀가 손에 솔을 들고 서 있었다. 내가 물 밖으로 나가려 하자 소녀가 나를 말린다.
“아니요. 그러지 마세요.”
“…….”
“어차피 청소 끝나면 갈데도 없으니까.”
나는 레인 밖으로 나가려다가 그대로 물속에 있기로 했다.
“그래도 길거리에서 자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
“오늘 처음 오셨죠?”
“……응.”
“처음 온 사람은 백만 년 만이에요.”
“…….”
나는 다시 물속을 걸었고 소녀도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내 옆을 따라 걸었다. 소녀도 신경이 쓰였지만 사실 유리벽 너머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젊은 남자가 더 신경이 쓰였다.
“제 잘못이에요. 이곳에서 일한 지 일 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계산을 못하고 있으니…….”
“그럴 수 있지…….”
“사장이 불쌍하잖아요. 여긴 오는 사람도 없어서 사장은 저를 내보낼 수도 없는 거예요.”
“…….”
소녀의 새다리는 툭 건드리면 부러질 듯했다. 다리 군데군데 긁힌 상처들이 보였다.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걷기를 계속했다.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오는 소녀가 조금씩 불편해졌다.
“그래도 여기서 버티고 있는 건…… 사실 이루고 싶은 게 있기 때문에요.”
소녀는 내가 자신의 얘기를 듣던지 말던 지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였다. 슬프게도 소녀는 자신의 계획에 내가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나는 빗소리를 듣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라고 얘기를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오늘 보고 말 소녀일 뿐이니까. 소녀는 대거리도 하지 않는 나를 앞에 두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소녀의 말소리가 수영장에 울려 귓속을 웅웅거린다.
“제가 가고자 했던 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혼자 해야 했어요. 뭐든지요.”
“…….”
“다른 길로 갔던 적도 있어요. 공부도 해보고 남자도 사귀어 봤어요. 근데 아니었어요. 오랜 시간 동안 포기하며 살기도 했어요. 저를요……. 근데 결국은…….”
“…….”
“도망쳤어요. 엄마가 절 찾고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어요.”
“…….”
“이제는요…….”
너무 심각해진 소녀의 얼굴을 보는 것이 다소 거북스러워 마지못해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럴 수 있지, 누구나 그런 시기는 겪는 법이라…….”
“아니요. 제게는 목숨이 달린 거였어요. 제게는 사느냐, 죽느냐였다고요. 꿈만 꾸고 싶지 않아요. 이제는.”
“…….”
“이제는 진짜 그렇게 살고 싶은 거예요.”
소녀의 얼굴이 너무나 진지했기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곳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에요. 그곳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길이 제게는 없기 때문이에요.”
“…….”
소녀가 수영장 입구로 걸어가 바닥에 세제를 뿌리기 시작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며 소녀가 바닥을 솔질했다. 나는 레인을 두세 번 더 왕복하고는 물 밖으로 나왔다. 샤워장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보고 소녀가 소리쳤다.
“잠깐만.”
소녀가 내 코앞까지 달려와서 딸기 같은 얼굴을 들이민다.
“사실 저는…….”
“잠시만……저기, 너무 가까이.”
“이건 아무도 모르는 건데요. 사실 제 남자친구 밖에 몰라요.”
“저, 저기.”
“저는요.”
“…….”
“사람이 아니에요.”
“……?”
“전요…… 물속에서 살 수 있어요.”
나는 소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계속 시선이 사방으로 이동하고 상대방의 반응에 상관없이 그저 끊임없이 말을 내뱉는 소녀를 보며 그제야 나는 소녀가 정상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유리 천장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계속 수영장 안을 울리고 있다. 마음 한구석에 비가 새는 듯했다.
“왜 그러세요?”
소녀가 내 표정을 보고 물었다.
“……아니.”
“저는 또…….”
“나도 그래서.”
“네?”
“나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거든.”
“그럼?”
“반인반수…….”
“하…….”
“인간이 되려고 수행도 했는데 말야 포기했어.”
소녀가 씁쓸하게 웃었다.
“사람이 아니어도 돼요.”
“……응.”
“꼭 그렇게 살아야하는 건 아니에요.”
“맞아. 사람이 아니어도 돼…….”
촉촉하게 빛나는 소녀의 눈.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얼굴로 소녀가 환하게 웃는다.
“포기 안 했어요.”
“뭘?”
“바다로 가는 거요.”
“…….”
“두고봐요.”
“…….”
“갈 거예요.”
“…….”
“이미 결정했어요. 돌아올 일은 없을 거예요.”
“…….”
“저는 원래 그렇게 있어야 하는 거예요. 마치 소금이 음식 속에 뿌려져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건 너무 당연한 거예요. 너무 자연스러운 거라구요.”
“……그래.”
“나를 걱정한다는 이유로 내게 뭐든 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은 절대 믿지 않아요.”
“…….”
“그들은 꿈을 이뤄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니까. 그게 가족이라도……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말이죠.”
……소녀의 얼굴에서 뭔가가 지나간 듯했다. 내가 잃어버렸던 뭔가였을 것 같았지만 구지 그게 무엇인지 들춰내고 싶지는 않았다. 정상이 아닌 것은 소녀가 아니라 아마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슬그머니 소녀의 시선을 피해버린다.
“저기 봐봐요.”
“…….”
“그러니까요.”
“……응.”
“궁금하지 않아요?”
“뭐가?”
“어째서 물속에서 살 수 있는지요.”
“…….”
그리고 나는 바로 다음 날부터 소녀가 일러준 대로 일주일 동안 밤 열두 시만 되면 욕조에 가득 물을 받아 물속에 다리를 천 번 담궜다 빼기를 반복했다. 오랜만에 몸을 쓴 탓인지 허벅지가 타들어가는 것 같아 애를 먹었다. 정확히 그것을 시작한 지 딱 팔 일째 되던 날. 나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찬물에 얼굴을 씻은 후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인어가 되었다. 노을빛 아름다운 지느러미를 달고 도착한 곳은 윤익 선배 책상 위에 놓인 어항 속이었다. 늘 그렇듯이 어항 안에서 헤엄치는 나를 선배는 알아보지 못했다. 대학 학과 술자리 모임에서 선배는 새벽녘까지 술을 먹고 뻗어있는 애들 틈에서 유일하게 혼자 깨어 있는 나를 보며 물었다. 너도 가면을 쓰고 살고 있지 않냐, 나도 그렇다, 근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너의 진짜 모습을 보여라, 너의 모습 그대로 사랑받는 건 놀라운 경험이다, 근데 걱정은 하지 마라, 사랑하면 저절로 너가 벗겨질테니까…….
나는 학교에서 조용한 애였고 매일 웃고 다녔다. 가족을 포함해 주변 모든 사람을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는 내게 속지 않았던 거였다. 선배는 나와 같이 가면을 쓰고 있었으면서도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가면을 쓰고 점점 고립되어 갔는데 선배는 가면을 쓰고도 세상을 긍정했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였고 한계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했고 실패해도 그것을 겸손히 수용했다. 아픔도 고통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크고 선한 선배의 눈 안에 있으면 나의 모든 것을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학기 내내 선배가 내게 해준 말들이 머릿속을 헤엄쳐 다녔다. 선배가 내게 해준 모든 말들은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 나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선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다. 그러나 인간의 모습으로는 선배에게 다가갈 기회가 영원히 없을 것 같다. 나는 지금 두 다리를 내준 대가로 선배 옆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좁은 어항 속에서 지느러미로 헤엄을 쳤다. 선배가 얼굴을 어항 쪽으로 돌릴 때마다 선배와 오래도록 눈을 맞출 수 있었다. 애완 물고기로 선배에게 평생 사랑받으며 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혼자 뻐끔거렸다.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나는 알지 못한다고……. 그러나 다음 날 나는 길바닥에서 버둥거리는 생선처럼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