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내 유년의 동네 어귀에는 작은 방죽이 있었다.
여름이면 아이들은 발가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겨울이면 얼음을 지치며 놀았다. 동네 아이들의 사계절이 고여 있던 곳이었다.
어느 해 여름, 한 아이가 그 방죽 물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물풀에 다리가 걸렸다. 발버둥조차 없이 너무 조용해 아무도 몰랐다.
그 아이는 내 또래였고, 난전에서 채소를 팔던 엄마와 단둘이 살았다. 꾀죄죄한 차림으로 골목을 휘저으며 동네 개구쟁이들과 몰려다니던 작은 체구의 아이였다.
그날 아침, 그 아이는 수박을 사달라 떼를 썼다. 엄마는 “아침부터 무슨 수박이냐, 나가 놀아”라며 밖으로 내몰았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그 애 엄마는 맨발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차갑게 식은 아이를 끌어안고,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수박 사줄걸… 수박 사줄걸…”
집으로 돌아온 내게 어머니가 말했다.
“그 방죽에 물귀신이 산대. 해마다 친구를 하겠다며 한 명씩 데려간대.”
그 말은 내 마음속에 까만 수박 씨앗처럼 단단하게 박혔다.
해 질 녘, 방죽의 수면은 황금빛 보자기로 싼 듯 화려하게 일렁였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잠깐이었고 곧 어둠이 내리면 물은 검게 변했다. 그 깊은 곳 어딘가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
여름이면 물풀은 검푸른 빛으로 무성하게 자라나 내 발목을 붙잡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속절없이 딸려 들어갈 것 같은 두려움에 방죽을 피해 먼 길로 돌아갔다.
몇 해 뒤, 유례없는 가뭄이 들었다. 방죽의 물은 바닥을 드러냈고, 수박의 검은 줄무늬처럼 갈라진 흙과 뻘구덩이만이 남았다. 물고기도, 물풀도, 물귀신도 없었다.
물이 마르고 나서야 나는 그곳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었다.
물이 없는 방죽을 보며 문득 떠올랐다. 그토록 나를 겁주던 물귀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수박을 먹지 못한 채 떠난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많은 여름이 지나 나는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두어진 물은 무섭다.
석양이 지고 검게 일렁이며 바닥을 감춘 물을 바라볼 때면 그 깊은 곳 어딘가에 아직도 수박을 먹지 못한 그 아이가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