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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삼촌 Jan 14. 2024

2024년, 그거면 돼요.

새로운 감정이야기

새해가 벌써 두 주나 지나간다.


하지만 일상은 여전하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택배하고 되돌아와 조용히 쉬다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의 속사람이 많이 아파했다. 삶의 무미건조함이 더 짙게 다가왔고 사소한 일상 자극에도 감정이 격해졌다.  많이 아파하는 나를 바라보며 당황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살면서 나는 나 자신조차도 제대로 위로하는 법을 모르며 살아온 것 같다.


삶의 일상 속에서 화상을 입은 맨살처럼 상처 난 가슴에게는 그저 한 겹의 부드러운 헝겊 같은 위로 만이 유일한 치료가 될 뿐이다. 2023년의 수많은 감정적 부유물들이 심연 속에 여전히 떠돌아다님을 이른 새벽 눈을 뜰 때마다 느끼곤 했다.


브런치 메일을 통해 방송출연 제안과 출판제안도 받았다. 감사하지만 이런 내겐 그저 과할 뿐이다. 좀 더 내면이 깊어지고 더 영글어질 시간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신년초마다 거대한 히말라야 산밑에 선 심정이 된다. 일 년에 단 두 달간 채취가 가능한 히말라야 '야차쿰바(동충하초)'를 캐려는 무리의 간절하고도 절실한 욕망 끝에 갈증이 생겨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일렁이는 감정의 거친 파고를 나는 고스란히 감당하는 대가를 치러내야 했다.     




좋은 기억들은 깨끗이 말려서

오래 보드랍게 품고 다니고파요.

날 보러 오는 오후 햇살 비추네.

지금 이 순간 이걸로 충분해 난.

뜻밖의 행운도 큰 기적도 아니

조금의 설렘, 기대

그거면 돼요.

(프롬 / '그거면 돼요'의 가사 중에서)


새해에는 나의 감정과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아내와 아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나의 내면과 더욱 교감하려 한다. 감정에 관한 생각들을 글로 옮기고 싶다. 요즘 부지런히 고른 책들을 읽는 중이다. 꿈틀거리는 감정선이 살아 묻어나는 글들을 쓰고 싶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내 삶을 통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것들을 담아내는 것이 내 글의 본질임을 알기에 약간의 설렘, 기대만으로 충족하고 만족하려 한다.


그것들을 깨끗하게 말려서 오래도록 보드랍게 품고 다닐 수만 있다면 올 한 해 그걸로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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