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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삼촌 Jun 16. 2024

아들아, 우리만의 리듬에 맞춰 살자꾸나.

아파트주민과 택배기사 뮤지션이 함께 하는 무대를 상상하다.


맞은편 대리점의 막내인 J가 검은색 제네시스를 몰고 출근을 했다.

중고차량을 구매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을 보니 택배도 할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창 사업을 할 때 몰던 차량이었는데 이십 대인 J가 몰고 다니는 모습을 보니 그 시절 생각도 나면서 우리 아들도 생각이 났.


그러고 보니 우리 아파트 단지 내 식자재마트에서 일하는 40대 빠글 파마 김 과장도 떠올랐다.

이혼 후 홀로 아이들을 양육하며 일하는데 주중 쉬는 날이면 오픈카를 몰고 드라이브를 즐기곤 했다.


1%가 아니라도 사람들은 각자의 처지에서 그렇게 삶의 여유를 심히 찾으며 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상을 사노라면  분노라는 감정을 의지해야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이 껴지는 경우가  많다.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쳐진 1%를 향해 <르상티망>을 발산하며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어찌 보면  1% 이외 인생들이 지닌 숙명과도 같은 굴레는 아닐까.

르상티망(RESSENTIMENT)이란 약자가 강자에게 표출하는 원한, 복수감과 같은 감정을 의미.      

분노는 부정적 감정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늘 분노하며 다.

최근 일명 '개통령'이라 불리던 강형욱 씨 사태를 보면서 분노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봤다.


사건의 진위여 떠나  명한 사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 벌떼처럼 들끓는 각종 언론과 SNS상의 댓글들의 비난 수 가혹하고 무서웠다. 


강형욱 씨 부부의 해명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강형욱 씨 너무 유명해서 사람들의 가혹한 비난을 받았다는 게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그들 부부는 개조련사로는 뛰어난 능력을 유했지만 유능한 사업가는 아니었다.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든, 직원들을 나무라든 그건 큰일이 아닐 수 있다.

사업주로서 감정을 가진 직원들을 상대하는 노회한 노련함이, 인사방식이 서툴렀다.

그들 부부는 말 못 하는 짐승은 잘 조련했지만 사업은 그들에게 맞지 않았던 거다.


그들이 유명하지만 않았다면 우리 사회에 흔하디 흔한 경영주들의 갑질정도로 끝났을 행위 

사회를 일파만파로 공분하며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흑자인 회사를 접고 미국으로 조용히 떠날 채비를 한다는 그들에 대한 뒷보도를 보면서

유명세를 얻는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옷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해지는 것이란 실상은 그만큼 분노하는 시선 앞에 더 많이 출되는 것이다.

이처럼 분노가 들끓는 세상에서는 차라리 유명하지 않고 조용히 자유스레 사는 것이 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사람 분노가 특권층 1%를 향해서만 표출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에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

 

택배기사와 아파트 단지 간의 지상출입 배송을 두고 잦 갈 발생한다.

잘 사는 아파트 단지일수록, 특권의식이 스며 나오는 공동체일수록 약자를 향한 배타적이고 빗장을 더 높이 걸어 잠근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분노하고 원한을 드러내며 갈등한다.



우리가 배송하는 파트단지에 장날 깃발이 높다랗게 펄럭이며 들어섰다.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행사가 펼쳐졌다.


택배 배송하기에는 많이 불편해졌지만 나는 새로운 호기심으로 사람들을 둘러봤다.

장기자랑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불현듯 우리 아들이 생각났다.

 

주민들과 택배기사가 함께 어울려 즐기는 무대를 상상했다.

생판 서로 관심조차 없는 관계에선 그 어떤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의 새끼손가락 아픈 것이 저 멀리 10억 명의 중국인구가 죽는 것보다 더 중헌 게 사람 아니던가.


나는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사람도 눈이 열리고 귀가 열리면 서로를 향한 마음도 열린다는 열망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아들이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

개구리 개골개골 대듯 아들 래퍼가 질펀하게 흥을 퍼질러 줬으면 참 좋겠다.

 

핫네이버후드 <LOUDER> / 가식적인 모습들에 환멸을 느끼고 결코 그런 모습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나답게 당당하게 살겠다는 가사내용이 돋보임.  

https://youtu.be/A8UQi6-l9yU?si=X17aWb_sRsBd5v23


아들이 가진 재능으로 홍대나 이태원의 화려한 공연무대가 아니라

그냥 소소한 아파트단지의 장날 같은 무대에 올라서 주민들과 택배기사 간에 관계의 거리가 한결 가까워지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행여나 그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아파택배갈등>을 누그러뜨리는 초를 제공하지는 않을 하는 바람도 생긴다.


아들아.

그냥 우리만의 리듬대로 세상을 자유로이 살자꾸나.

더 유명해지려 애쓰지도 말고

1%를 향해 이를 악물고 악다구니 부리지도 말고

그냥 우리가 가진 것에 집중하며 그리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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